그 여자
그 여자
  • 김용국(시인)
  • 승인 2020.06.0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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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자. 4월의 여인. 혼합재료. 8호
양희자. 4월의 여인. 혼합재료. 8호


다리가 아름다운 여자
발뒤축엔 늘상 노을이 끼고,

얼굴을 보면
알코올처럼 증발하는
향香과 색色의 여자.

가을햇살 같은 털
내 쓸쓸한 가슴에 눕는
이방異邦의 바람.

고양이 눈 같은, 눈물인 여자
맑은 눈물샘에서 시작하는
따뜻한 울음소리,

슬픔 돌다 지친 날
내 마른 울대에
무지개를 거는
그 여자.

내 아내는 미스터트롯 임영웅의 광팬입니다. 그를 나보다도 더 좋아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아내는 가수 임영웅이 등장하는 프로는 무조건 봅니다. 재방은 물론 삼방 사방을 보고 방송을 볼 수 없을 때는 유튜브로 봅니다. 나에게 꼭 보라고 강권하기도 하고 그가 부른 노래 한 곡 한 곡의 사연을 설명해 주기까지 합니다. 나는 그에 대해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가 출연하는  '사랑의 콜센타'에 대한 소식은 그다음 날 아침 아내에게 듣곤 합니다. 아내는 오늘 아침도 임영웅의 얘기로 시작합니다.

유튜브 속에서 임영웅은 '마법의 성'이라는 노래를 부르다가 복받치는 눈물 때문에 한 번 멈추고 다시 부릅니다. 나도 그의 노래를 듣다가 갑작스런 눈물로 한 번 멈추고 유튜브를 다시 봅니다. 노래를 신청한 닉네임 ‘바다사슴’이라는 여성은 임영웅의 노래를 듣는 내내 웁니다. 그녀는 노래를 듣는 동안 죽은 아들에 대한 슬픔을 위로받아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말했습니다.

노래 한 곡이 이렇게 감동과 위로와 힘을 줍니다. 우리에게도 이 노래 같은 한 명의 사람이 있겠지요. 그리고 우리가 그 누구에게 그런 사람일 수도 있겠지요,

‘고양이 눈 같은, 눈물인 여자 / 맑은 눈물샘에서 시작하는 / 따뜻한 울음소리, // 슬픔 돌다 지친 날 / 내 마른 울대에 / 무지개를 거는 / 그 여자.’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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