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이 소란하여
창밖이 소란하여
  • 김용국(시인)
  • 승인 2020.07.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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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무제, 색연필+펄펜, 21x29cm
김하연, 무제, 색연필+펄펜, 21x29cm

창밖이 소란하여
잠에서 깼는데,

소란은 없고
별빛만 뜰에 가득해.

이젠 잠도 꿈도
천 리만큼 도망했는데,

별빛을 모아 동무에게
연서나 쓸까?

산촌의 밤과 낮은 전혀 다릅니다. 해가 삐죽 나온 산마루 위를 어슬렁대다 사라지면 사정없이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도시의 밤은 낮의 부록이라면 산촌의 밤은 다른 세상의 개봉 박두지요. 이렇게 하루의 제2막이 시작됩니다.

검정 크레용을 칠한 종이 위에 바늘구멍을 내면 새어 나오는 빛처럼 어둠의 하늘에 별들이 등장합니다. 해와 다르게 별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유심히 보지 않으면 제대로 볼 수가 없지요. 종종은 쌀쌀해서 따스한 옷으로 몸을 감싸는 수고도 필요합니다. 

해가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라면 별은 굴곡 많은 수많은 영웅들과 사람들의 이야기 같습니다. 그러니 별을 보는 일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기도 합니다.

숯불처럼 별들이 하늘에 번지면 적막을 앞에 놓고 책을 펼칩니다. 잠시 시린 눈을 감고 있으면 어둠에 숨어있던 수많은 별들의 소리가 풀벌레 소리처럼 들려옵니다. 이때가 ‘별빛을 모아 동무에게 연서’를 쓸 시간입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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