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다
푸르다
  • 김용국(시인)
  • 승인 2020.07.2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희자. 유채밭,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 20호, 2009,
양희자. 유채밭,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 20호, 2009,

하늘도 푸르고 
땅도 푸르다.

강원도 두메
제곡*에 가면
청[靑]과 록[綠]을
구별하지 않는다.

흰 구름의 하늘도
붉은 꽃들의 들판도
그냥 그냥 푸르다고만 한다.

푸르게 사는 
제곡리 4반 사람들의
처마 밑에는 
새나 곤충도
푸른 알만 낳는다.

바람도 푸른 바람만 분다. 

‘푸르다’라는 낱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물이나 그 빛이) 맑은 하늘빛이나 풀빛과 같은 색을 띤 상태에 있다.’고 씌어 있습니다.

이 낱말의 예문을 옮겨 보면 *하늘이 푸르다.  *언제나 푸른 하늘에 한 점 띠를 두른 듯 때로는 가느다란 비행운이 눈에 뜨인다. *넓고 푸른 바다를 보고 있으니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한차례 소나기가 퍼붓고 나니 풀과 나무들이 한층 더 푸르러 봄의 기운이 완연하게 느껴졌다. *푸른 넝쿨 숲을 이룬 오미자밭이 산자락 군데군데 넓다.


또 {비유적으로} (사람이) 젊고 건강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녀는 40대이지만 생각만큼은 여전히 푸르다. *그는 육체와 정신이 푸른,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20대의 청년이었다.

 ‘하늘은 파랗게 / 구름은 하얗게 / 실바람도 불어와 / 부풀은 내 마음 // 나뭇잎 푸르게 / 강물도 푸르게 /아름다운 이곳에. / 내가 있고 네가 있네’ 가수 이선희가 부른 ‘아름다운 강산’의 가사입니다.

사실 강원도 시골 제곡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파랑[靑, blue]과 초록[綠, green]과 구분하지 않고 ‘푸르다’고 합니다. 이는 색에 민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하늘처럼 높고 강물이나 바다처럼 유구하고 나무처럼 건강하길 바라는 소망이 ‘푸름’이라는 한 단어에 녹아있는 게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우리가 ‘푸르다’라고 소리 내는 순간 푸른 하늘 푸른 바다와 강 푸른 들판이 우리의 몸을 푸르게 물들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푸르게 건강해지고 푸르게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푸르게 사는 / 제곡리 4반 사람들의 / 처마 밑에는 / 새나 곤충도 / 푸른 알만 낳는다. // 바람도 푸른 바람만 분다.’ 오늘은 우리의 기쁨이나 사랑이나 희망뿐만 아니라 슬픔이나 증오나 소외나 절망이나 탄식이나 원망도 푸르게 물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곡리 : 강원도 홍천군 남면에 있는 농촌 마을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