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바닷가에서
  • 김용국(시인)
  • 승인 2020.09.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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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용국.
사진 김용국.

 

당신이 떠나고 
바다는 벌써
당신을 기억하지 못 합니다.

당신이 뛰놀았던
당신이 속삭였던
당신이 포옹했던
당신이 사랑했던 
바다는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바다는 바다이기 때문이지요.

나 홀로 바다에 나가는 까닭은
바다의 눈에
바다의 귀에
바다의 입술에
바다의 가슴에
당신을 다시 새겨넣는 일,

바다가 
당신을 추억하게 하는 일이니,

바다는 바다일 뿐이지만
속절없이 속절없이 
나 홀로 바다에게 
당신의 얘기를 해준다면,

언젠가는 
바다가 당신을 부르겠지요.
바다가 당신을 데려오겠지요.

당신과 함께했던 공간을 찾아오면 아무리 평범한 곳일지라도 그곳은 마법의 공간이 됩니다. 그 공간이 기억을 호출하면, 우리는 기억 앞에 절절매며 옛 모습 그대로 불려 나옵니다.

‘그 바다’를 철이 지나 찾아옵니다. ‘당신이 떠나고 / 바다는 벌써 / 당신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나는 실없이 너스레를 떱니다. ‘바다는 바다일 뿐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바다를 매개로 나는 당신을 부르고 싶은 거겠지요. 바다를 핑계로 당신을 데려오고 싶은 것이겠지요. 

추억이 깃든 바다에 찾아오는 이유는 어쩌면 당신도 이 바다로 오라는 간절한 희구가 있습니다. 추억의 바다는 이나 저나 같지만 이미 당신이 가득한 바다겠지요.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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