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올해 초 발발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물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글로벌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내년부터는 성장세가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지만, 전문가들의 경제 전망은 시장의 기대처럼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뉴스로드>가 최근 국내외 주요 금융·연구기관의 경제전망을 살펴본 결과, 내년 한국경제 성장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신중한 편이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경기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은 공통적이지만, 그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

특히 국내 전문가들은 해외에 비해 좀 더 보수적인 시각을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6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1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내다봤다. 반면 국내 연구기관의 경우 한국은행, 2.8%(8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2.7%(9월), LG경제연구원 2.5%(8월) 등 3.0% 이상을 전망한 기관은 드물었다. 유일하게 한국개발원이 3.5%(9월)로 IMF보다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속적인 출산율 하락이 소비 회복세를 제약할 것으로 내다봤다.(인구자연증가건수=출생아수-사망자수) 자료=LG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은 지속적인 출산율 하락이 소비 회복세를 제약할 것으로 내다봤다.(인구자연증가건수=출생아수-사망자수) 자료=LG경제연구원

◇ 소비 위축, 경제 회복 늦추는 걸림돌 

최근 수년간의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3.0%의 경제성장률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실제 2010년 6.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2011~2019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단 한 번도 4.0%를 넘은 적이 없다. 특히 최근 3년간(2017~2019) 경제성장률은 3.2%, 2.9%, 2.0%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내년 3.0%의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평년 수준의 성장세를 회복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 글로벌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 명확하다는 점이 문제다. 골이 깊은 만큼 봉우리도 높아야 하는데, 평년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예상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연구기관의 경제전망 보고서를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가 진정국면 이후에도 일정 기간 이어지면서 ‘V형’이 아닌 ‘U형’ 회복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 근거로는 공통적으로 소비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 수준인 1.5%로 결정된 데다, 고용부진, 가계부채 증가, 출산률 저하 등의 문제로 인해 민간소비심리가 쉽게 풀리기 어렵다는 것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고용회복 지연 및 자영업 부진 등에 따른 가계소득여건 악화로 (민간소비) 회복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가계부채 및 비소비지츨 증가 등 구조적인 소비여력 악화도 소비 회복의 제약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또한 “5월까지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10.6% 감소했는데 코로나19 영향을 감안하면 연말에는 추세가 더욱 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인구의 빠른 감소로 출산, 육아, 교육 부문을 중심으로 소비위축 효과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자료=현대경제연구원

◇ ‘언택트’가 이끌 수출, 신흥국 반등이 관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수출 회복은 경제 활성화의 필수 조건이다. 연구기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데 공감하면서도, 회복 속도에 있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9월 발표한 ‘2021년 국내 경제 이슈’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비대면 경제의 확산으로 컴퓨터, 반도체, 가전제품 등 관련 수출이 2021년에도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원격수업 및 재택근무 등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지난 1~8월 누적 기준 컴퓨터 수출은 전년 대비 83.5%나 늘어났다. 비대면 트렌드로 인해 수혜를 입은 반도체·가전 등이 수출 회복세를 이끌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내년 성장률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전망치를 제시한 KDI의 경우 “주요국의 대규모 부양정책 등으로 세계경기가 침체 국면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상품부문을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며 내년 수출이 약 3.4% 증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또한 내년 상품수출 증가율을 4.8%로 예상했다.

반면 수출 회복이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은 “인도, 아세안, 브라질 등 신흥국의 바이러스 확산이 최근 가속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수출은 하반기에도 부진을 지속할 것”이라며 “IT 인프라 구축 등 정부사업 등에서 자국 제품 구매를 강조하는 경향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또한 ▲선진국의 회복세 약화 ▲신흥국의 불안 지속 ▲미중 갈등 ▲보호무역 강화 등을 이유로 수출 회복세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진정세에 따른 경제성장률 전망치. 자료=한국은행
코로나19 진정세에 따른 경제성장률 전망치. 자료=한국은행

◇ 2021 한국 경제, 코로나19 진정세 여부에 달려

전문가마다 각자의 예상을 내놓고 있지만, 모든 전망의 공통된 전제는 코로나19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진정 국면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만약 코로나19 재확산이 멈추지 않는다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모두 새로 계산을 해야 한다. 

실제 한국은행은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돌입하는 시점을 내년 초·중·후반으로 나눠 개별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내년 초반에 코로나19가 진정된다는 낙관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성장률 전망치가 3.4%까지 높아지지만, 만약 내년 하반기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연장된다면 전망치는 1.2%까지 떨어진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전망치 변동폭은 더 크다. 연구소는 연말부터 코로나19가 빠르게 완화될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은 3.6%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코로나19 재확산 속도가 내년 하반기 들어서야 느려진다면 경제성장률이 0.2%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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