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본 미디어] '이일병 미국행' 언론은 어떻게 다뤘나
[빅데이터로 본 미디어] '이일병 미국행' 언론은 어떻게 다뤘나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10.0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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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빅카인즈
'강경화' 또는 '이일병'을 포함한 기사 수의 일간 변동 추이. 자료=빅카인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 이일병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의 미국행 논란이 며칠째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에게 해외여행자제를 권고한 외교부 장관의 가족이 개인적인 이유로 외유에 나선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방역이 중요해도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 강경화·이일병, 4~5일 국내 언론 최대 이슈

<뉴스로드>가 한국언론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BIG kinds)’를 통해 해당 사건이 최초 보도된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국내 주요 언론 54곳의 보도 행태를 분석한 결과, ‘강경화’ 또는 ‘이일병’을 키워드로 포함한 기사는 총 784건이 보도됐다. 

KBS가 이 교수의 출국 사실을 처음 전한 3일 밤 이후 해당 보도를 인용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3일 24건에 불과했던 강 장관 부부 관련 기사는 4일 162건까지 늘어났다. 4일 오후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여당의 지적이 이어지자 강 장관이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5일 252건으로 오히려 보도량이 늘어나면서 주요 언론사 지면이 강 장관 부부의 이름으로 뒤덮였다. 

보도량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뒤부터다. 강 장관 부부 관련 기사 수는 6일 151건, 7일 118건(오후 4시 기준)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매체별로는 보수 성향 일간지의 보도량이 진보 성향 일간지보다 많은 편이었다. 지난 3~7일 강 장관 부부 관련 소식을 가장 많이 보도한 일간지는 세계일보(50건)였으며, 그 뒤는 조선일보 45건, 중앙일보 40건, 국민일보 38건, 동아일보 30건 등의 순이었다. 반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경향신문(14건), 한겨레(9건)의 보도량인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방송사 중에서는 YTN이 같은 기간 가장 많은 46건을 보도했다. 이 교수의 미국행을 처음 전한 KBS는 10건이었으며, MBC와 SBS는 각각 6건을 보도했다.

 

자료=빅카인즈
강경화 외교부장관 및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핵심 키워드는 '요트', 내로남불 지적 이어져

이 교수의 미국행을 보도한 국내 언론의 논조는 어땠을까? ‘빅카인즈’를 통해 강 장관 부부 관련 기사와 연관성이 높은 키워드를 찾아본 결과, 국내 언론들은 이 교수의 미국행 목적인 ‘요트 구입’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강 장관 부부에 대한 비판 여론의 흐름과 일치한다. 외교부 장관이 방역을 위해 국민에게 해외여행자제를 권고해놓고, 정작 배우자가 긴급한 필요가 아닌 개인의 취미생활을 위해 해외여행에 나서는 것은 말리지 못했다는 것. 관련 기사 중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이 자주 연관 키워드로 등장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실제 지난 사흘간 주요 일간지의 사설 또한 같은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5일 ‘외교장관 가족 외유, 與 대표는 盧 성묘, 방역도 내로남불’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민들이) 여행을 자제하라는 정부 말을 따르는 것은 방역과 공동체 안전을 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며 “장관 배우자가 장관과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장관 가족도 설득하지 못하는 정부 지침을 어떤 국민이 따르고 싶겠나”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국민들은 정부의 여행 자제 지침에 따라 해외여행은 물론 추석 귀성까지 미루는 판에 외교부 수장의 남편이 해외여행을 떠났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이 교수의 미국행이 ‘솔선수범’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또한 “이 사안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건 고위공직자 가족이 보여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절제마저 내동댕이친 가벼움과 무책임 때문”이라며 “여권은 내로남불식 국정 운영 때문에 민심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건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위)과 황교안 전 국민의힘 대표(아래) 관련 일간 보도량 추이. 둘 모두 5일부터 반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료=빅카인즈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위)과 황교안 전 국민의힘 대표(아래) 관련 일간 보도량 추이. 둘 모두 5일부터 반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료=빅카인즈

◇ 민주당 반격에 민경욱·황교안 보도량 반등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국민의힘에 대해 민경욱 전 의원의 미국 방문과 황교안 전 대표의 미국행 계획을 지적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6일 “국민의힘은 이일병 교수를 비판하기에 앞서 미국 백악관 앞에서 시위 중인 민경욱 전 의원과 종교 모임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황교안 전 대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스스로에게 더 엄격했던 퇴계 이황 선생의 ‘관인엄기’(寬人嚴己) 정신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전 의원과 황 전 대표의 미국행 소식을 국내 언론은 어떻게 다뤘을까? 이 교수의 미국행 소식에 비하면 두 사람의 외유 소식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편이다. 민 전 의원과 황 전 대표가 현재 당직을 맡고 있지 않은 반면, 강 장관은 해외여행자제 권고의 주체인 공직자라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다.

다만 특이한 점은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비판에 대한 반박에 나서면서 두 사람의 외유 관련 기사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민 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백악관·의회·대법원 앞에서 촬영한 시위 사진 및 영상을 올린 2일부터 7일까지 국내 언론 54곳의 보도량은 90건이다. 페이스북에 소식이 올라온 2일 16건의 기사가 보도된 이후 3일 3건, 4일 2건으로 언론의 관심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5일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 전 의원을 언급하며 국민의힘을 비난하자 관련 기사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민경욱’을 키워드로 포함한 기사는 5일 21건, 6일 28건, 7일 20건으로 오히려 처음 미국 현지 시위 소식이 전해진 2일보다 보도량이 늘어났다. 여당이 반격에 나서면서 오히려 민 전 의원에 대한 관심이 불을 붙인 셈이다.

황 전 대표 관련 보도행태도 민 전 의원과 유사한 흐름이다. 지난 3일 미주중앙일보가 황 대표가 이달 말 신앙 간증을 위해 미국에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한 이후 현재까지 보도된 기사는 총 61건이다. 3일 16건에서 4일 4건으로 줄어들었던 황 전 대표 기사는 5일 14건, 6일 9건, 7일 16건으로 다시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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