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외국인이 본 한국의 빈부격차"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고 있는 사진. 하지만 사진 앞쪽의 허름한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20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헬조선’, ‘흙수저’와 같은 표현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지도 수년이 지났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는 빈부격차가 악화되고 계층상승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과연 지금 한국은 계층간 격차가 확대되고 사회이동의 사다리가 걷어차여진 상태일까? <뉴스로드>가 주요 분배지표 분석을 통해 한국의 불평등 수준을 알아봤다.

◇ 한국 지니계수 OECD 중 하위권

한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을 측정하는 통계 지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니계수다. 지니계수는 ‘0’과 ‘1’사이의 비율로 정해지는데, 높을수록 불평등한 소득분배를 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지니계수는 시장소득 기준 0.402(처분가능소득 기준 0.345)다. 

소득5분위배율도 지니계수와 함께 자주 사용되는 불평등 지표 중 하나다. 소득 상위 20% 계층의 소득 평균(점유율)을 하위 20%의 소득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소득불평등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8년 한국의 소득5분위배율은 시장소득 기준 11.15배(처분가능소득 기준 6.54배)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소득 50% 미만 가구의 비율로, 전체 인구에서 빈곤층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낸다. 2018년 한국의 상대적빈곤율은 시장소득 기준 19.9%(처분가능소득 기준 16.7%)다. 

팔마비율(Palma Ratio)은 기존 지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통계청이 지난해부터 도입한 불평등 지표다. 소득 상위 10%의 소득점유율 하위 40%의 소득점유율로 나눈 값이다. 영국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팔마비율은 불평등 문제가 주로 상위 10%와 하위 10% 간의 소득분배에서 발생하며, 10~60%의 중간층 소득은 안정화됐다는 연구 결과에 기반을 두고 있다. 2018년 한국의 팔마비율은 시장소득 기준 1.86배(처분가능소득 기준 1.36배)다.

 

OECD 기준 한국의 불평등 지표 순위. 위쪽부터 지니계수, 소득5분위배율, 팔마비율. 자료=OECD
OECD 기준 한국의 불평등 지표 순위(빨간색이 한국). 위쪽부터 지니계수, 소득5분위배율, 팔마비율. 자료=OECD

그렇다면 이 수치들이 말해주는 한국의 불평등 수준은 어느 정도인 것일까? 불평등 지표의 의미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보는 것이다. 한국의 불평등 지표는 전 세계 기준으로는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경제 발전 및 사회의 성숙도가 다른 국가들과의 단순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OECD 회원국과의 비교로 한정하면 한국의 불평등 지표는 비교적 낮은 순위에 위치한다. OECD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지니계수·소득5분위배율·팔마비율 순위는 데이터에 포함된 40개국 중 각각 30위, 31위, 30위에 머물렀다. 한국과 경제규모가 비슷한 이탈리아와 스페인,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 등은 모든 지표에서 한국보다 상위에 위치했다. 한국보다 불평등 지표가 나쁜 국가는 중·남미 및 동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 등이었다.

이는 한국의 불평등이 비슷한 경제수준을 가진 다른 국가에 비해 아직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매년 완만한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실제 2011년 처분가능소득 기준 0.388이었던 지니계수는 2018년 0.345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소득5분위배율은 8.32배에서 6.54배로, 팔마비율은 1.74배에서 1.36배로 감소했다. 상대적 빈곤율 또한 18.6%에서 16.7%로 감소했다. 일반적인 여론의 인식과 달리 ‘헬조선’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한국의 불평등 지표 변동 추이. 자료=통계청
한국의 불평등 지표 변동 추이. 자료=통계청

◇ 소득 격차 좁혀져도 자산 격차, 문제는 ‘부동산’

불평등 지표가 완만한 속도로 개선되고 있음에도 ‘헬조선’에 대한 푸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소득 격차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부의 집중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산 격차’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9년 3월말 기준 순자산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은 10억8517만원으로 하위 20%(864만원)의 125.6배에 달했다. 이는 전년(106.3배)보다 격차가 약 18% 가량 더 벌어진 것이다. 

자산 격차는 왜 이렇게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걸까? 답은 ‘부동산’이다. 지난 12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통계청에서 제출받은 ‘서울 유주택 가구의 주택자산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5~2018년 서울 상위 10%의 주택자산은 12억3200만원에서 17억4500만원으로 5억1300만원 늘어났다. 반면, 하위 10%의 주택자산은 5600만원에서 6900만원으로 1300만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부동산 시장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되면서 상위 10%와 하위 10%의 자산격차가 11억7600만원에서 16억76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난 셈이다. 상위 10%의 주택자산가액을 하위 10%의 주택자산가액으로 나눈 값도 2015년 22배에서 2018년 25.3배로 늘어났다. 

 

자료=용혜인 의원실
자료=용혜인 의원실

부동산 문제가 빈부격차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는 또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 따르면, 지가 상승과 자산불평등은 뚜렷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혜인 의원실이 2014~2019년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대차대조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토지자산이 명목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4.0%에서 2019년 10.7%로 4.6%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피케티 계수(국민순소득 대비 국민순자산 비율)는 9.4%에서 10.7%로 상승했다.

피케티 계수는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머스 피케티가 개발한 지표로 높을수록 노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의 가치는 낮아지는 반면, 금융자본·부동산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케티 계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돈이 돈을 낳는 불평등의 세습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빈부격차에 대한 ‘흙수저’들의 실망과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용 의원은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부동산 세습 문제가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토지보유세 부과를 통한 재원을 토지배당으로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이 가장 실효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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