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③] 文정부 '석탄발전 제로' 로드맵의 허와 실
[그린뉴딜③] 文정부 '석탄발전 제로' 로드맵의 허와 실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10.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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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석탄' 정부 로드맵보다 30년 앞당겨야 파리협정 준수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넘어서'와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페럼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석탄을 넘어서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넘어서'와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페럼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석탄을 넘어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만이 향후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은 각국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가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다.

한국 또한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전지구적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그린뉴딜’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50년까지 점진적으로 석탄발전 비중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르면 연말까지 확정될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 초안에 따르면, 정부는 석탄 발전을 20기 추가 폐쇄할 방침이다. 8차 계획에서 이미 10기를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을 감안하면 오는 2034년까지 현재 60기 중 절반이 폐쇄된다는 것. 이에 따라 지난해 40.4%였던 석탄발전 비중은 오는 2034년 28.6%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정부가 설정한 석탄발전 ‘제로’ 시점은 언제일까? 현재 충남 서천, 경남 고성, 강원 강릉·삼척 등에 준공 예정인 신규 석탄발전소 7기의 가동 기간을 약 30년으로 가정하면 빨라도 오는 2050년까지는 석탄발전이 전력생산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석탄발전소의 ‘이용률’을 점차 줄여나갈 예정인 만큼, 신규 발전소가 들어선다고 해도 석탄발전 비중은 더욱 빠른 속도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최근 국민정책참여단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고려할 때 지난해 70.4%였던 석탄발전 이용률은 오는 2050년 14.0%로 감소할 예정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단법인 넥스트에 의뢰한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신규 석탄발전소 7기의 이용률은 2035년까지 49.5%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후 15년이 지나면 연간 절반도 가동하지 않게 되는 셈이다. 2050년 기준 신규 석탄발전소의 이용률은 약 10% 수준이다. 

 

한국 석탄화력 부문 탄소배출량. 노란색 선이 파리협약 준수를 위한 탄소배출 감축 경로. 자료=클라이밋 애널리틱스
한국 석탄화력 부문 탄소배출량. 노란색 선이 파리협약 준수를 위한 탄소배출 감축 경로. 자료=클라이밋 애널리틱스

반면,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로드맵에 대해 “불충분하다”며 석탄발전 ‘제로’ 시점을 2030년까지 앞당길 것을 촉구하고 있다.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 파리협정에 따라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2030년 이전까지 석탄발전을 종료해야 한다는 기후 과학의 요청”이라며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30 탈석탄 목표를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15년 타결된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국제 협약이다. 한국을 포함해 협약에 참여한 국가들은 모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성과를 국제사회에서 검증받아야 한다.

파리협약을 준수하려면 한국의 석탄발전은 언제 종료돼야 할까? 독일에 소재한 기후과학 전문 연구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1.5℃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의 온실가스감축목표(NDC, National Determined Contribution)를 현재의 두배로 상향해야 한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한국의 현 NDC 는 ‘매우 불충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각국의 기후 목표가 한국처럼 미흡하다고 가정할 경우, 파리협정 목표의 2 배 수준인 3~4°C 까지 온난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감축과 국제 노력에 대한 ‘공정한 분담’ 기여를 고려한 NDC 전체 목표를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70~94%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NDC 목표는 2017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24.4% 감축하는 것이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이어 “이러한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존의 부문별 목표 달성 방안에 더해 모든 부문의 변혁적 기여가 필요하다. 석탄과 기타 화석 연료의 퇴출을 가속화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작업이 특히 필요하다”며 “한국은 2029 년까지 발전 부문의 탈석탄을 달성해야 하며, 이를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탄발전은 특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가장 먼저 중단해야 할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파리협정을 준수하는 발전 부문 배출 경로에 따르면, 한국 석탄화력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은 향후 급격히 감소해야 한다”며 “2017년을 기준으로 배출량은 2025년까지 58% 줄어야 하고, 2029년까지는 탈석탄을 이루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로드맵(2050)보다 20년 빨리 탈석탄을 완료해야 겨우 파리협약을 준수할 수 있다는 것.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이어 “한국의 석탄화력발전소 퇴출 속도가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파리협정을 준수할 수 있는 수준의 발전 부문 탄소 예산의 두 배 이상을(247%) 배출하게 된다”며 “현재 건설 중인 석탄화력 발전설비가 가동되면, 예정된 배출량과 파리협정 준수를 위한 배출경로 사이의 격차는 317%로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4일 '석탄을 넘어서' 회원들이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과 탈석탄 정책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석탄을 넘어서
24일 '석탄을 넘어서' 회원들이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과 탈석탄 정책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석탄을 넘어서

문제는 정부가 확고한 탈석탄 목표를 세웠음에도 속도를 더 낼 의지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 환경부는 최근 포스코 계열사 삼척블루파워가 건설 중인 삼척석탄발전소의 방파제 공사 중단을 통보했으나, 공사는 여전히 별다른 제재 없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6기의 신규 석탄발전소가 예정대로 준공된다면 2030년 탈석탄과 파리협약 준수 목표는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한 셈이다. 

그린뉴딜 정책에도 석탄발전소의 조기 종료 계획은 포함되지 못했다. 이소영 의원이 지적한대로 신규 석탄발전소의 이용률이 15년 만에 절반 이하로 급감한다면, 석탄발전소는 ‘가성비’마저 잃게 된다. 예를 들어 삼척 석탄발전소의 경우 운영기간 이용률이 85%일 때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의 시뮬레이션이 맞다면, 우리는 손실이 확정된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 여론도 탈석탄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8월 14~69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7%가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또한 신규 석탄발전소 7기의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81.6%에 달했다. 

‘석탄을 넘어서’는 성명을 통해 “한국의 석탄발전은 2030년 이전에 모두 종료되어야 한다. 그래야 2050년 배출제로도, 파리협정 준수도, 1.5도 목표 달성도 가능하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미래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린뉴딜’을 통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선언한 정부가 ‘2030년’을 목표로 한 새로운 탈석탄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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