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규제 허와 실, 독일 "4분당 한명 꼴 법규 위반"
전동킥보드 규제 허와 실, 독일 "4분당 한명 꼴 법규 위반"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11.0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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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 등의 개인형 이동장치와 관련해 규제를 완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전동킥보드 등의 개인형 이동장치와 관련해 규제를 완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Device, 이하 PMD)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사고 위험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기존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됐던 전동킥보드 등의 이동수단 중 최고속도 25km/h 미만, 총중량 30kg 미만인 것을 개인형 이동장치로 별도로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내달 10일부터 새 법안이 시행되면 13세 이상은 운전면허가 없어도 PMD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기존에는 이륜자동차용 안전모를 착용하고 차도로 통행해야 했지만, 개정한 시행 후에는 자전거용 안전모를 착용하고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 개정안, 전동킥보드 관련 규제 실질적 완화

법안은 “개인형 이동장치로 전기모터를 기반으로 한 전동킥보드 등의 이용자가 증가하는데 비해 이에 대한 운행 규정이 미비한 상황이므로 이를 보완·개선해 사회적·기술적 변화를 법률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개정안이 PMD 이용자가 증가하는 현실은 반영했지만, 그와 함께 급증한 안전사고 위험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해당 법안은 전동킥보드 등을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별도 규정했을 뿐, 그에 따른 규제나 처벌은 상당 수준 완화했다. 기존에는 전동킥보드 등의 PMD도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만 16세 이상, 면허 소지 시에만 이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 뒤에는 면허 취득 규정이 사라지고 이용 가능 연령도 13세 이상으로 낮아진다.

또한 개정안에는 전동킥보드 등 PMD 이용자가 안전모 등 보호장구를 미착용했을 시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규정이 없다. 기존에는 PMD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보호장구 미착용 시 범칙금이 부과됐다.

◇ 한국의 PMD 규제, 해외와 비슷한 수준?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해외에 비해 규제가 약한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개정안의 규제 수준은 미국, 유럽 등의 PMD 규제와 비슷한 수준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10월부터 PMD의 최고속도를 한국과 마찬가지로 25Km/h로 제한하고 있다. 

독일은 20Km/h로 최고속도 제한이 좀 더 엄격하지만, 최대중량은 55kg으로 한국보다 무겁다. 또한 독일에서는 PMD 사용 가능 연령도 만 12세로 낮췄다. 비록 12~14세 이하는 최고속도를 12km/h로 제한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규제가 상당히 가벼운 수준이다. 

게다가 프랑스 독일 모두 PMD의 인도 주행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최고속도 제한을 시속 35마일(시속 56Km)까지 높이거나 18세 이상 성인은 안전모 착용 의무를 면제하는 등 훨씬 더 가벼운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 처벌 규정도, 사고 대책도 없는 개정안

하지만 해외 규제와 국내 규제를 단순 비교해 안전 위험을 과소평가하기는 어렵다. 우선 해외 규제의 경우 PMD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용의 폭은 확대했지만 그와 관련된 처벌 규정도 명확히 두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인도 주행, 최고속도 제한 위반에 대해 각각 135유로(약 18만원), 1500유로(약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독일의 경우 PMD에 대해서도 ‘자동차의무보험법’을 적용해, 최소 책임보험에 가입한 후에야  PMD로 도로를 주행할 수 있도록 했다.

더 큰 문제는 제대로 PMD 규제를 갖춘 국가에서도 사고 위험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부터 PMD 규정을 시행한 독일의 경우, PMD 운행이 허용된 직후 첫 4주간 98명의 음주운전이 적발되는 등 다수의 교통법규 위반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베를린 미테구의 슈테판 폰 다셀 구청장은 “4분에 한 번꼴로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범칙금이 부과되고 있다”며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또한 마찬가지다. PMD 관련 규제가 가장 강력한 수준인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전기자전거를 제외한 PMD의 차도 주행을 금지하고 최고속도를 자전거도로 25km/h, 인도 15Km/h로 제한했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등록제를 시행해 만 16세 이상만 필기시험을 통과한 경우에 한해 PMD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도 사고가 반복되자 결국 지난해 11월부터는 PMD의 인도 통행을 금지했다.

 

국내 자전거도로 현황(단위: km). 자료=통계청
국내 자전거도로 현황(단위: km). 자료=통계청

◇ PMD 시장 키우기 전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PMD로 인한 교통사고는 지난 2017~2019년 3년간 789건, 부상은 835명, 사망은 16명 발생했다. 특히 PMD 교통사고 건수 및 부상자 수가 같은 기간 연평균 약 95% 이상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 2017년 117건이었던 PMD 교통사고는 2019년 447건으로 네 배가량 늘어났고, 부상자 수도 214명에서 473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게다가 자전거도로 등 PMD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고 인구밀도도 한국보다 낮은 유럽 등과 달리 한국은 자전거도로도 부족하고 인구밀집도도 높아 규제 완화 시 사고 위험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개정안은 PMD를 자전거도로에서 주행하도록 하고 예외적인 경우 차도의 우측 가장자리와 일부 인도에서 통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내 자전거도로는 절대적인 노선 수도 부족한 데다 자전거전용도로 비중도 낮아 PMD가 자동차와 보행자를 피해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국내 자전거도로 중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의 비중은 전체 2만3850km 중 1만8226km로 약 76.4%(노선 수 기준 85.1%)를 차지한다. 반면 자전거 전용도로의 비중은 겨우 9.3%(노선 수 기준 14.4%)에 불과하다. 인도 주행을 금지하고 자전거도로 이용을 유도한다고 해도, 자전거도로 인프라가 빈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행자와의 충돌사고 위험을 과소평가하기 어렵다. 

게다가 전기동력장치가 달린 PMD 사고는 자전거나 일반 킥보드 등의 개인형 이동수단에 비해 사고로 인한 부상 정도나 사망 위험도 높다. 실제 미국 질병관리센터(CDC)가 텍사스주 오스틴시 공중보건 및 교통 당국과 지난 2018년 9~11월 3개월간 PMD 교통사고 부상자를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상자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15%는 외상성 뇌손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BMC 공중보건(BMC Public Health)에 게재된 논문에서도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PMD의 사고 위험이 그렇지 않은 PMD보다 높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연구진이 싱가포르의 개인형 이동수단 관련 교통사고 환자 614명을 분석한 결과, 전기동력장치가 있는 PMD 이용자의 19%가 외상중증도지수 9점 이상의 심각한 부상을 당한 반면, 전기동력장치가 없는 PMD 이용자의 경우 9점 이상 환자의 비중이 4%에 불과했다.

전동킥보드와 같은 PMD는 교통문제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신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공공의 안전은 편의성이나 수익성보다 절대적으로 우선해야 하는 가치다. 21대 국회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 PMD 이용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모두 보장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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