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화상으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서 협정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화상으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서 협정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지난 15일 출범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한국 경제 회복에 어떤 도움이 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화상으로 열린 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일본·뉴질랜드·호주 및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함께 협정문에 서명했다. 이로서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창립 회원국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RCEP에 참여하는 국가들을 경제 규모를 더하면 전 세계 총생산(GDP) 및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한다. 현재까지 존재했던 FTA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메가 FTA가 탄생하게 된 셈. 

이날 협정문에 서명한 문재인 대통령은 “RCEP이 지역을 넘어 전 세계 다자주의 회복과 자유무역질서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제 역내 무역장벽은 낮아지고, 사람과 물자, 기업이 자유롭게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 재계, “RCEP 가입 환영”

그렇다면 정말 RCEP 가입이 한국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결정일까? 우선 RCEP 가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재계는 이번 가입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5일 논평을 내고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는 가운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금번 협정 참가가 교역 위축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RECP에 서명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RCEP 가입으로 인해 수출시장이 넓어지고 교역구조도 다변화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아세안 시장의 경우 RCEP 가입으로 인한 관세철폐율은 한·아세안 FTA보다 최대 10%p 가량 높다. 관세 철폐로 인해 무역장벽이 낮아질 경우 자동차·철강·섬유·기계 등 다양한 품목의 수출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저작권·디자인·상표·특허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포괄적 보호 규범도 마련돼, 창의적인 국내 기업의 피해 사례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 전문가 "RCEP 가입으로 GDP·수출 증가할 것"

전문가들은 RCEP 가입 효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RCEP는 2012년 11월부터 협상을 시작해 8년간 공식협상 31회, 장관회의 19회, 정상회의 4회 등 수많은 협의를 거쳐 완성된 FTA다. 그만큼 RCEP 가입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성과도 상당히 누적돼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RCEP 잠정 타결: 의미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RCEP 발효 시 우리나라 경제는 0.41~0.62%의 성장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RCEP 역내 가치사슬 연계가 증가하여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KIEP는 인도의 참여 여부와 상품 관세감축률(85%, 92%)에 따라 네 가지 시나리오로 RCEP 가입효과를 분석했는데, 인도가 RCEP에 참여하고 관세감축률이 높을수록 한국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RCEP와 마찬가지로 인도가 불참하고 92%의 관세를 감축하는 시나리오에서는, 한국의 실질 GDP가 0.51%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은 약 54억7600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 RCEP, 미중 갈등으로 인한 손실도 상쇄

RCEP 가입의 또 다른 효과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교역 감소 문제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지난해 4월 발표한 ‘RCEP을 통한 미중 무역전쟁 완충효과 분석’ 논문에서  RCEP과 같은 메가 FTA의 참여가 1차적으로 긍정적인 거시경제적 파급효과는 물론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산업 및 무역 구조를 개선하여 미중 무역 전쟁과 같은 대외 무역환경 악화 속에서 완충 작용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논문은 미중이 서로 25%의 추가관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하고 RCEP 가입 여부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RCEP에 가입하지 않은 한국 경제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수출량은 75%, GDP는 25%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RCEP에 가입한 한국경제를 가정하면, 수출량은 22% 감소하는데 그치고 GDP는 오히려 16%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물론 미중이 25% 이상 초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RCEP 가입도 대안이 되기 어렵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연구진은 “수출 주도형 소국 개방 경제인 한국 입장에서는 RCEP 체결은 물론 기타 다자간 무역 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유무역 지대를 최대한 확대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대외 무역환경 악화의 충격을 완충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자료=한국무역학회
자료=한국무역학회

◇ 미중 주도 메가 FTA 사이에서 줄타기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중국 주도의 RCEP에 가입한 것이 향후 미국과의 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보호무역보다는 다자주의를 지지하고 있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주도의 TPP 가입을 요청할 경우 한국 정부로서는 미·중 양국이 주도하는 메가 FTA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아직 바이든 당선인이 TPP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만큼 걱정이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게다가 RCEP 창립 회원국 중 일본·호주·뉴질랜드·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6개국은 TPP에도 동시 가입한 상태다. RCEP 가입이 TPP 배제를 뜻하는 것은 아닌 만큼, 향후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TPP 가입 여부를 재고하면 된다는 것.

또한 RCEP 가입 효과가 TPP 가입 효과보다 크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KIEP는 지난 2013년 발표한 ‘동아시아 광역 FTA 형성 관점에서 본 한국의 FTA 추진 전략’ 보고서에서 RCEP와 TPP의 규모는 비슷하지만 성장성은 RCEP가 큰 데다, 한국의 교역 의존도도 TPP보다는 RCEP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KIEP는 이어 “한국은 거시경제적 효과를 고려할 때 TPP보다는 RCEP에 가입할 경우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TPP에 대해서는 주변국의 정황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가입 여부를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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