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부추
두메부추
  • 정연권
  • 승인 2020.11.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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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부추
두메부추

 

애수의 만추다. 정갈한 향기가 그윽하다. 윤기가 흐르는 햅쌀로 지은 따뜻한 밥에 만추의 향기를 비벼 먹고 싶었다. 부추를 넣어서 말이다. 비단처럼 부드러운 청초한 잎이 입맛을 돋운다. 갓 뽑은 가을무를 채 썰고 참기름도 한 숟가락 넣어서 양푼에 쓱쓱 비볐다. 서걱서걱한 무와 부추의 아린 맛이 어우라진 비빔밥에 가슴이 후련하여 시원하여 졌다. 만추의 빛과 정갈한 향기는 이렇게 내 몸의 일부가 되어 새로운 동력이 되었다.  

부추를 생각하여본다. 병약한 남편을 위해서 겨울에도 먹을 수 있도록 부뚜막에 심은 채소로 ‘부추’라고 하였다. 소나무 잎을 닮았다고 ‘솔’ 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력을 좋게 한다고 ‘정구지(精久持)’ 양기를 돋운다고 ‘기양초(起陽草)’, 남편에게 먹였더니 힘이 좋아져서 부인이 집을 부수고 심었다하여 ‘파옥초(破屋草)’, 너무 힘이 세어져남의 집 담을 넘는다고 ‘월담초(越墻草)’, 장복하면 오줌 줄기가 벽을 뚫는다는 파벽초(破壁草) 등 지방마다 다른 이름이 정겹다. 

두메부추
두메부추

 

부추는 오색(五色)과 오덕(五德)을 가졌다고 한다. 줄기가 희어 구백(韮白), 싹이 노랗다고 구황(韮黃), 잎이 푸르러 구청(韮靑), 뿌리가 붉어 구홍(韮紅), 씨앗이 검어 구흑(韮黑)으로 오색이요. 제1덕은 날로 먹어도 되고, 제2덕은 익혀 먹어도 좋고, 제3덕은 절여서도 먹을 수 있고, 제4덕은 오래 먹을 수 있어 더욱 좋고, 제5덕은 매운맛이 변하지 않는 것이 오덕이다. 그러나 불가에서는 오신채(五辛菜)의 하나로 스님에게는 금기 채소이다. 법망경(梵網經), 수능엄경(首楞嚴經)에 음란한 마음이 생기고, 분노의 마음이 커진다고 먹지 말라 하였다. 스스로 먹는 자는 경구죄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부추, 산부추, 두메부추, 한라부추 등 24종이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되어 있다. 산림청에서 지정한 희귀식물의 약관심종(LC)인 두메부추를 주목한다. 백합과로 학명은 Allium senescens L.이다. 속명인 알리움(Allium)은 ‘맵다’ 또는 ‘냄새가 난다’는 의미라고 한다. 험준한 산악이나 바닷가 절벽 등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서식하여 ‘두메’라는 접두어가 붙었는데 두 개의 ‘뫼(山)’가 있다는 뜻이다. 파뿌리와 비슷하게 비늘줄기가 있고, 넓은 잎이 뿌리에서 모여서 돋아난다. 꽃줄기는 30-50cm 정도로 곧게 자라고, 줄기 끝에 둥근 공 모양의 연보라색 꽃이 핀다.

두메부추 군락
두메부추 군락

 

부추는 간(肝)의 채소라 하며 인삼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톡 쏘며 아린 맛, 데치면 부드럽고 상큼한 맛이 일품이다. 부추 중에서 가장 맛있는 두메부추는 잎이 두텁고 1cm정도로 넓지만 부드러우며 겔이라는 수분이 많아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좋다. 또한 알싸한 향과 매콤하면서 달짝지근한 맛이 풍미를 더한다. 단맛은 대부분 포도당, 과당으로 구성된 단당류라고 한다. 알리신(Allicin)성분은 비타민 B1의 흡수를 도와 뇌신경과 말초신경을 활성화하여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오장(五臟)의 기능을 진정 시키고, 간에 쌓인 독을 풀어주며 살균효과도 높다. 위장을 자극하여 입맛을 살려 식욕이 왕성하게 한다. 두메부추는 부추보다 탄수화물이 4배, 칼슘과 비타민A가 2배정도 많다고 한다. 사포닌 성분이 풍부하여 혈관에 뭉친 피를 녹이고, 용혈작용을 도와준다. 특히 나트륨 성분을 몸 밖으로 배출 시키니 하늘이 내린 명약이고,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좋은 채소이다. 멸종위기 식물이지만 종자번식법이 개발되어 재배하는 사람들이 많다. 

꽃말이 ‘좋은 추억’이다. 멋진 꽃과 탁월한 효능에 맛도 좋다. 신선과 같은 고결한 모습인가. 신선이 먹는 채소인가.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2020년을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염원하여본다. 만추의 하늘빛에 원망, 미움, 괴로움, 아픔의 상념을 털어내고, 따스한 정과 정겨운 모습을 담아보고 싶다. 반복되는 삶의 고단함에 찰나의 시간을 엮어 그윽한 향기로 간직하고 싶다. 서서히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봄의 충동과 환희, 여름의 열정과 풍류, 가을의 차분함과 풍요를 모우고 엮어서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가자.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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