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혜민스님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혜민스님 페이스북 갈무리

최근 방송에 출연해 자택을 공개했다가 물의를 빚고 활동 중단을 선언한 혜민스님이 논란에 빠졌다.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방송 출연을 선택했지만, 종교인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와 엇갈리게 되면서 오히려 악수로 작용한 셈이다.

앞서 혜민스님은 지난 7일 tvN 예능 프로그램 ‘온앤오프’에 출연해 삼청동 자택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방송에서 혜민스님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거나 유튜브에서 요리 영상을 보고 직접 음식을 조리하는 한편, 무선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으로 명상음악을 믹싱하는 등 세간의 종교인에 대한 인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

하지만 새로운 종교인의 모습을 보이며 대중에게 다가가려던 혜민스님의 시도는 ‘풀소유 논란’에 휩쓸려 실패로 돌아갔다. <뉴스로드>는 혜민스님의 방송 출연이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왔는지 언론 보도와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 통해 알아봤다.

11월 7일~17일 혜민스님 관련 기사량 추이. 자료=빅카인즈
11월 7일~17일 혜민스님 관련 기사량 추이. 자료=빅카인즈

◇ 빅카인즈로 본 혜민스님 논란

빅카인즈에서 검색어 ‘혜민’으로 분석한 결과, ‘온앤오프’ 혜민스님편이 방송된 지난 7일부터 17일까지 11일간 보도된 기사는 총 129건이었다. 혜민스님 논란을 둘러싼 온라인 커뮤니티의 열기에 비하면 기사량이 그다지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방송 직후인 7~8일 온앤오프 방송 내용을 요약한 기사가 한국일보·국민일보·한국경제·매일경제 등에서 4건 보도됐다. 이후로는 혜민스님과 관련된 언론 기사가 전혀 보도되지 않았는데, 혜민스님은 방송 내용과 과거 행적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됐을 뿐 문제가 될 만한 사건을 일으킨 것은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혜민스님 관련 기사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5일부터다. 15일 현각스님이 페이스북을 통해 혜민스님을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먹는 지옥으로 가고 있는 기생충”이라며 강도높게 비난했고, 혜민스님은 곧 트위터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정진하겠다”며 외부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혜민스님과 현각스님 등 불교계 유명인이 논란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자, 15일 22건, 16일 77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특히 16일에는 현각스님이 혜민스님과 통화 후 오해를 풀었다며 그를 “아름다운 인간”이라고 칭하는 등 입장을 바꿔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17일에는 박훈 변호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현각스님의 태도변화를 비판한 글이 화제가 되면서 24건의 기사가 보도됐다. 

 

자료=스피치로그
자료=스피치로그

◇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끈 혜민 논란, 언론은 뒤늦게 참전

물론 빅카인즈는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를 비롯해 지역지, 경제지 등 54개 매체의 기사만을 대상으로 한다. 혜민스님이 출연한 방송이나 관련 논란이 빅카인즈의 검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스포츠·연예·인터넷매체 등에서 주로 다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언론 보도는 131건보다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이를 고려해도 혜민스님 논란의 뜨거움에 비해 기사량은 상당히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스피치로그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언론, SNS, 온라인 커뮤니티 중 어느 곳에서도 ‘혜민스님’은 핵심 키워드 2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분석기간을 최근 3일로 좁혀도 혜민스님의 이름은 언론 및 SNS 키워드 순위에 보이지 않는다. 다만 온라인 커뮤니티 순위에서는 혜민스님이 5위로 높은 순위에 올라있다. 이는 혜민스님 논란이 언론이나 SNS가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혜민스님이 출연한 방송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면서 과거의 행적까지 재발굴돼 비판을 받게 됐고, 이에 부담을 느낀 혜민스님이 활동 중단을 선언하자 뒤늦게 언론이 관심을 보였다는 것.

 

혜민스님 논란 관련 핵심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혜민스님 논란 관련 핵심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건물주 스님? 삼청동 자택 공개로 여론 악화

하지만 혜민스님이 특별한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단순히 종교인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불일치한다는 이유만으로 이처럼 비판을 받고 있는 사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언론을 통해 이슈가 부풀려진 것도 아닌데 방송 후 열흘이나 비판 열기가 식지 않았다는 것도 특이한 일이다. 

혜민스님 논란이 이처럼 과열된 배경에는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이슈인 부동산 문제가 놓여 있다. 7일 방송에서 혜민스님은 ‘남산타워 뷰’를 자랑하는 지하 1층, 지상 2층의 삼청동 자택을 공개했는데, 무소유와 마음의 평안을 강조하는 종교인이 고가의 자택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들이 납득하제 못했던 것이다.

여기에 방송인 홍석천씨가 과거 착한 건물주 운동에 참여하며 다음 참여자로 혜민스님을 지목했다는 사실까지 다시 화제가 되면서 혜민스님을 향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실제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삼청동 자택의 시가가 얼마인지 묻는 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삼청동에 남산타워가 보이는 단독주택이면 30억이 넘을 것”이라며 “속세를 너무 좋아하시는 것 아니냐”는 글을 남겼다.

게다가 지난 13일에는 조선비즈에서 혜민스님이 2015년 8억원에 매입한 삼청동 자택을 2년 반 전 불교단체 ‘고담선원’에 9억원에 매각해 1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조선비즈에 따르면, 고담선원의 대표자 이름은 혜민스님의 속명인 주봉석과 미국 이름 라이언(Ryan)을 합친 ‘주란봉석’이다. 만약 고담선원 대표가 혜민스님이 맞다면 그는 사실상 해당 건물을 실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혜민스님은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은 상태다.

집값 상승에 대한 분노가 ‘건물주 스님’에 대한 황당함과 맞물리게 되면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타로카드, 최면전생체험 등 불교적 가르침과 거리가 먼 강좌를 열거나 자신의 검소함을 강조하기 위해 소프라노 조수미씨의 공연 의상을 사치스럽다고 지적하는 등 혜민스님의 과거 행적이 재발굴되기 시작했고, 이는 그가 가진 종교인으로서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게 됐다. 

실제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풀소유’, ‘플렉스님’, ‘공수래풀수거’ 등의 별명을 만들어내며 혜민스님에 대한 조롱을 멈추지 않고 있다. 빅카인즈와 스피치로그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건물주’, ‘부동산 소유 논란’ 등이 혜민스님 관련 핵심 키워드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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