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댓글 폐지'에도 악플 성행 왜?
포털 '댓글 폐지'에도 악플 성행 왜?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11.20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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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우울증 관련 고민글에 달린 악플.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우울증 관련 고민글에 달린 악플.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포털사이트들이 악성 댓글을 근절하기 위해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하기 시작한지 1년이 났다. 다음이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한 데 이어 네이버와 네이트가 각각 올해 4월, 7월 댓글 폐지에 동참했다. 지난 8월에는 포털 3사가 모두 스포츠뉴스 댓글까지 폐지하면서 악플러들이 활동할 공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공론장이 위축된다며 댓글 폐지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는 댓글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혐오의 배출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더욱 많았다.

문제는 댓글창이 닫혔다고 해서 악플이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악플러들은 오히려 포털사이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특정 인물이나 집단에 대해 혐오 감정을 배설하고 있다. 일부 악플러들은 진화한 악플이 법망마저 피해갈 수 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뉴스로드>는 법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악플러들의 자신감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 알아봤다.

◇ 포털사이트 댓글 폐지, 유튜브·SNS로 이동한 악플

댓글 폐지 이후에도 악플 문제에 별다른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풍선효과’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활동 범위가 전통적인 방송 프로그램을 넘어서 SNS와 유튜브로 확장된 만큼, 악플러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도 함께 넓어졌기 때문. 포털사이트 연예·스포츠뉴스에서 기생하던 악플러들은 댓글이 폐지되자 유튜브와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곳으로 이동해 전과 다름없이 악플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포털사이트에서 ‘악플’을 검색하면 악플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에 대한 기사를 하루에도 수백 건씩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우울증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오자, “말로만 죽는다고 하네”, “죽을거면 티내지 말고 혼자 죽어” 등의 악플이 다수 달려 이슈가 되기도 했다. 커뮤니티에 고민을 토로했던 피해자는 악플에 충격을 받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악플러들의 활동범위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비판을 받고 공식 활동을 중단한 혜민스님의 경우, 개발에 참여한 명상 앱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페이지까지 악플이 번지기도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이나 지도 앱의 평점과 리뷰에 희비가 엇갈린다. 자칫 과도한 비난이나 허위 사실이 포함된 댓글이 달려도 매출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불필요한 사과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방송인 정준하 씨의 유튜브 채널에 달린 악플들. 사진=유튜브
방송인 정준하 씨의 유튜브 채널에 달린 댓글들. 악성 댓글이 이어지자 정 씨는 지난 7월 22일 먹방 영상을 마지막으로 업로드를 중단했다. 사진=유튜브

◇ “이 댓글은 주어가 없습니다” 더욱 교묘해진 악플

문제는 많은 유명인이 악플러를 모욕죄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악플러들이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방법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악플러들은 형사처벌을 피하면서 악플을 다는, 소위 “각도기를 잘 재는 방법”을 공유하며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르스 부호나 아랍어 등 알아보기 힘든 문자로 악플을 다는 유형이다. “내가 돈이 없어서...”, “읍읍(입을 틀어막는 의성어)” 등 상대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고소당하거나 벌금을 낼 수는 없으니 참는다는 식으로 악플을 다는 경우도 많다. 의미가 모호한 표현이나 신조어를 사용해 악플을 단 다음 “그런 뜻인 줄 몰랐다”며 뻔뻔하게 나오는 악플러도 있다.

악플러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수법은 비난의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것이다. 악플러들은 이니셜을 사용하거나 특정인과 관련된 단서만 제시할 경우 악플의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욕죄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처럼 대상을 모호하게 표현하거나 욕설을 한 뒤 “이 댓글에는 주어가 없다”, “친구 이야기다”라며 말을 돌리는 방식도 법망을 빠져나가는 수법으로 공유되고 있다.

◇ 진화된 악플 수법, 모욕죄 처벌 면하지 못해

하지만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악플러들의 믿음은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 악플은 크게 세 가지 법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데 ▲비난의 대상이 특정돼야 하며 ▲비방의 의도가 분명해야 하고 ▲불특정 다수가 악플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악플러들은 이 가운데 비난의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실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제3자가 비난의 대상을 쉽게 알 수 있다면 모욕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실제 지난 2015년 인천지법은 온라인 게임 아이디(ID)를 지칭해 욕설을 한 대학생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A씨는 “닉네임만으로는 상대가 특정되지 않으므로 모욕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라도 표현한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볼 때 누구를 지목하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외국어나 모스부호를 사용해 내용을 숨긴 악플도 누구나 번역기를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신조어나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악플도 피해자가 모욕감을 느꼈다는 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된다면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 공익목적의 비판 댓글이라는 주장도 법망을 피할 수 있는 절대적 수단은 아니다. 공익성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데다, 공익목적이 인정받아도 명예훼손죄를 피할 수 있을 뿐 모욕죄는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악플러들은 각도기만 잘 재면 처벌을 피하면서 얼마든지 타인을 조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각도기’를 잘 재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자칫 ‘각도기’를 잘못 쟀다가 타인에게 준 상처가 자신에게 더 큰 낙인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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