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2050 탄소중립' 환경단체 비판 왜?
文정부 '2050 탄소중립' 환경단체 비판 왜?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11.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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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그동안 저탄소 정책에 신중했던 정부의 태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실현가능성과 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목표치를 조정하던 기존 방침과 달리,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하는 방침으로 바뀐 것.

실제 지난 19일 환경부·국회기후변화포럼이 공청회에서 공개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정부안은 지난 2월 발표된 내용과 달리 목표치가 대체로 상향 조정됐다. 지난 2월 발표된 1안의 목표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75% 감축하고 2062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0%까지 끌어올리고 석탄발전 비중은 4.4%까지 하향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로 했다.

반면 지난 19일 발표된 2안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해 1안보다 시기를 12년이나 앞당겼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또한 기존 60%에서 65~80%로 상향하고, 석탄발전 비중은 2050년까지 0%로 낮추기로 했다.

◇ 75%→100%, 해외보다 빠른 한국의 탄소중립 로드맵

2050 LEDS는 파리협정에 참여한 당사국들이 올해까지 유엔(UN)에 제출해야 하는 일종의 계획서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이하, 나아가 1.5℃까지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당사국들이 2050 탄소중립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제 영국·독일·일본·프랑스·멕시코 등 14개 국가는 이미 LEDS를 유엔에 제출했다. 이중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75~95%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한국의 경우 1안에서 다른 국가와 비슷한 수준인 75%를 목표치로 제시했지만, 2안에서는 100% 감축으로 바뀌었다. 다른 당사국들과 비교해도 목표치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으로 정부의 LEDS 검토안 내용이 적극적으로 바뀐 것은 주목할 사안이다. 실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19일 공청회에서 “관계 부처들 사이에서 2050 LEDS에 대해 실현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환경부와 국회기후변화포럼은 19일 공청회를 열고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추가 검토안을 공개했다. 자료=환경부
환경부와 국회기후변화포럼은 19일 공청회를 열고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추가 검토안을 공개했다. 자료=환경부

◇ 환경단체, "목표는 상향됐지만 구체성 떨어져"

문제는 정부의 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2050 탄소중립까지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우선 2050 LEDS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특히 여전히 탄소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구조의 특성 상 기업들이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도록 지원하고 설득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더 큰 문제는 1안보다 진전된 내용이 담겼음에도 환경단체 및 전문가들의 반응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기후 문제 관련 환경단체가 모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19일 논평을 내고 “시급하고 절박한 기후위기 대응의 관점에서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정부안에서 여전히 많은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이 지적하는 정부 탄소중립 전략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LEDS와 함께 올해 말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다. 정부는 NDC를 기존과 동일한 ‘2017년 대비 24.4% 감축’ 목표로 제출하기로 했다. 

파리협약 당사국 중 가장 빠른 ‘2050년 100% 감축’ 목표를 제시했으면서, 2030년 목표는 기존과 동일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실제 19일 공청회에 지정 토론자로 참석한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올해 유엔 제출 전에 수정될 것인지 주목됐던 2030년 감축 목표의 강화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이 실망스럽게 반복됐다”며 “당장 5~10년 내 확고한 탈탄소 경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5년 이후에서야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1안에서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됐던 수치들도 2안에서 사라졌다. 1안에는 ‘CCUS(탄소 포집 저장 및 활용)’ 기술을 이용해 388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겠다는 계획이 명시돼있었지만, 2안에는 ‘LNG발전→CCUS 연계’라는 문구로 바뀌었다. ‘친환경차 93%, 내연기관차 7%’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친환경차 대중화’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변경됐다. ‘HEMS(세대별 에너지 관리 시스템) 66% 보급’, ‘AMI(스마트 전력 계량기) 100% 보급’ 등의 목표는 아예 2안에서 제외됐다.

황인철 녹색연합 정책언론팀장이 21일 서울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1.5도를 지키는 동네방네 기후행동 in 서울'에서 정부의 2050 LEDS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녹색연합
21일 서울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1.5도를 지키는 동네방네 기후행동 in 서울'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녹색연합

◇ 탄소중립, ‘기술’이 아닌 ‘사회구조’의 문제

환경단체들이 지적하는 또다른 문제는 정부의 탄소중립 전략이 지나치게 ‘기술중심적’이라는 것이다. 탄소중립은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산업구조와 생활방식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데, 정부의 전략에는 이와 관련된 비전이 빠져있기 때문.

이지언 국장은 19일 공청회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전략은 온실가스 다배출 인프라와 경제 구조를 뜯어고치는 대신 온실가스 배출을 어떻게든 지속하면서 몇 가지 상용화되지도, 검증되지도 않은 기술 공학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며 “승용차중심의 교통량 증가는 내버려둔 채 내연기관차를 친환경차로만 바꾸고 ‘자율주행차’를 도입하는 게 우리가 바라는 사회상인가”라고 꼬집었다. 

현재 배출되고 있는 온실가스를 기술적으로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구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기후위기비상행동 또한 “CUS, DAC와 같은 탄소포집 기술은 현실가능성이 매우 낮고, 화석연료 사용을 계속하기 위한 핑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부는 관계부처 협의 없이 구체성이 부족한 방안을 발표했다는 언론의 지적이 이어지자 “공청회에서 발표한 방안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향후 시나리오를 정교화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는데 하나의 예시로 사용한 것”이라며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향후 기술발전 뿐만 아니라 산업 혁신 및 생활양식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다양한 시나리오와 부문별 추진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2050년 탄소 제로 시대를 향한 시동을 건 문재인 정부가 산업계와 시민단체 양쪽의 비판을 수용해 탄소중립을 향한 정교한 설계도를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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