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첫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사진=페이스북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첫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사진=페이스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3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을 차기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암호화폐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친암호화폐 정책을 펼 것이라 기대를 받았던 바이든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으로 대표적인 암호화폐 회의론자인 옐런 전 의장이 낙점됐기 때문.

당초 암호화폐 업계는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친암호화폐’ 정책들이 대거 추진될 것으로 기대했다. 바이든 당선자의 경제팀에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인사가 대거 포함됐기 때문. 실제 바이든 경제팀에는 대표적인 암호화폐 낙관론자이자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를 증권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 개리 겐슬러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비롯해 사이먼 존슨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메흐사 바라다란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 교수, 레브 메난드 콜럼비아대 교수 등 다수의 친암호화폐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과세·규제 등 암호화폐와 관련해 전반적인 정책 설계와 시행을 총괄하는 재무부의 수장이 암호화폐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옐런 전 의장은 과거 비트코인과 관련해 회의적인 전망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2015년에는 마이크 멀배니 하원의원이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냐는 질문을 받고 “비트코인의 인기가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공공의 견해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옐런 전 의장은 2017년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트코인은 안정적인 가치저장 수단이 아니며, 법정통화도 아니다”라며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며 연준은 은행과 달리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어떤 규제나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캐나다에서 열린 핀테크 포럼에서 “터놓고 말하자면 난 암호화폐의 팬이 아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옐런 전 의장은 “수백개의 암호화폐 중 흥미롭게 생각되는 것도 몇 가지 있다”면서도 “하지만 무엇보다 비트코인을 통한 거래가 너무 드물고, 실제 일어난 거래도 대부분이 불법 거래”라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전문 투자업체 모건크릭 디지털의 공동 창업자 앤서니 폼플리아노는 25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의 재무장관 지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진=CNBC 방송화면 갈무리
암호화폐 전문 투자업체 모건크릭 디지털의 공동 창업자 앤서니 폼플리아노는 25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의 재무장관 지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진=CNBC 방송화면 갈무리

◇ 옐런 재무장관 지명에도 암호화폐 업계가 웃는 이유

옐런 전 의장의 비트코인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는 암호화폐 업계에게는 악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옐런 전 의장의 지명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비트코인은 가격은 오히려 단기간 상승세를 유지했다. 실제 옐런 전 의장의 지명 소식이 언론에 의해 보도되기 전 1만8천달러 초반에서 횡보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발표 이후 1만9000달러를 돌파했다가 현재는 차익 실현을 위한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이 다시 1만7000달러대로 하락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옐런 전 의장의 재무장관 취임이 비트코인에 오히려 호재라는 주장이 나온다. 무엇보다 옐런 의장은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포츈지는 26일 “암호화폐 업계는 옐런 전 의장의 재무장관 지명조차 환영하고 있다”며 “그는 과거 암호화폐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한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옐런 전 의장은 2017년 커먼웰스 클럽이 주최한 포럼에서 “블록체인은 매우 중유한 신기술이며 금융시스템의 거래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혁신은 우리 사회에 큰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관련 요직에 친암호화폐 인사의 등용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도 암호화폐 업계가 낙관적인 이유 중 하나다. 실제 CNBC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자는 개리 겐슬러 전 CFTC 위원장을 재무부 차관에 임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CNN은 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암호화폐 공약을 내건 바 있는 앤드류 양이 상무부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옐런 전 의장의 주변이 친암호화폐 인사로 채워질 경우, 향후 정책 방향도 암호화폐에 우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옐런 전 의장이 암호화폐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지는 않더라도, 전반적인 경제정책의 방향이 암호화폐 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옐런 전 의장은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물가보다는 경기부양과 고용안정을 중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올해 비트코인 상승세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옐런 전 의장이 이끌 2차 경기부양책이 암호화폐 업계에 재차 활기를 불어넣을 가능성도 있다.

암호화폐 전문 투자업체 모건크릭 디지털의 공동 창업자인 앤서니 폼플리아노는 25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옐런 전 의장은 돈을 찍어낼 기회를 싫어했던 적도, 물가상승을 두려워했던 적도 없다”며 “그는 향후 4~8년 동안 비트코인의 가장 큰 협력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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