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화이자 공식 트위터
사진=화이자 공식 트위터 갈무리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과 관련해 반가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화이자-바이오엔텍이 처음으로 백신 후보물질 BNT126b2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자, 모더나(16일)와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22일)도 이에 질세라 연달아 긍정적인 3상 결과를 공개했다. 

3개 제약사의 임상 3상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최근의 백신 관련 소식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종식을 확신할 수 없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뉴스로드>는 최근 발표된 백신 개발 소식이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수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걸림돌은 과연 무엇인지 알아봤다.

◇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유효율 90%? 고령층 빼고 실험한 결과

전문가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백신 자체의 한계다. 우선 가격이 싸고 보관이 용이해 저개발국의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ADZ1222의 경우 투약량에 따라 효능이 달라지는 현상이 발견됐지만 아직 원인이 규명되지 못했다. ADZ1222는 두 차례 접종하는데, 그중 1회차에 정량의 절반만 투약할 경우 유효율이 90%를 상회한다. 하지만 1회차와 2회차 접종 모두 정량을 투약하면 유효율이 62%로 떨어진다. 

게다가 1회차에 정량의 절반만 투약한 실험군의 경우 55세 이상의 고령자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즉, 코로나19 고위험군이 배제된 실험에서만 90% 이상의 유효율이 입증됐다는 것. 아스트라제네카는 추가적인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해 백신의 효능을 증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대했던 결과가 도출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사진=아스트라제네카 공식 트위터 갈무리
사진=아스트라제네카 공식 트위터 갈무리

◇ 화이자·모더나, 지속성과 공급 문제가 관건

화이자와 모더나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문제는 없었지만, 이들이 활용한 백신 플랫폼(mRNA)이 아직 상용화된 백신에 적용된 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임상 3상에서 감염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고 해도, 백신 접종으로 인한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의료계는 보통 면역력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돼야 효과적인 백신으로 인정하는데, 화이자 백신은 2차 접종 후 겨우 2개월이 지난 상태다. 

게다가 아스트라제네카와 달리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의 극저온에서 보관·유통해야 한다. 모더나의 경우 냉장온도인 영상 2~8도에서 한 달 가까이 효능이 유지된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기존 백신 공급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는 이르다.

게다가 모더나의 경우 백신 가격이 32~37달러로 비교적 비싼 편이라 저개발국에 광범위하게 공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1회 접종분이 4달러에 불과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신뢰성 문제가 대두된 것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 바이러스 변이로 인한 재감염 문제

또 다른 문제는 코로나19 완치자가 재감염된 사례가 드물지만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성문우 교수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임상 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완치 후 재양성 판정을 받은 국내 환자 6명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명이 다른 유형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재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유전자 염기서열에 따라 S, V, G 등 크게 3개 계통으로 분류된다. 이 환자는 지난 3월 ‘V형’에 감염된 이후 회복 중이던 4월 초 다시 ‘G형’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에 대해 “코로나19 감염이 다른 유형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면역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바이러스의 변이에 따라 기존에 형성된 중화항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이는 경우에 따라 현재 개발된 백신이 향우 발생할 변이에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물론 재감염 사례만으로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의 효능을 모두 부정할 수는 없다. 현재까지 발표된 임상 결과가 긍정적인 데다, 경우에 따라 자연감염으로 인한 면역력보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면역력이 더 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반복해서 재감염 사례가 발견되는 점을 고려할 때, 백신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탈 잭스 모더나 최고의료책임자(CMO)는 백신이 감염을 막아줄 수 있다고 해서 전파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진=HBO 방송화면 갈무리
탈 잭스 모더나 최고의료책임자(CMO)는 백신이 감염을 막아줄 수 있다고 해서 전파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진=HBO 방송화면 갈무리

◇ 백신 효능 있어도 바이러스 전파 차단 역할은 못해

만약 임상 결과 모든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지속성이 입증되고, 의료인프라가 취약한 저개발국에 대한 공급 문제까지 해결된다면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을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 백신의 예방효과가 확실하다고 해서 코로나19의 전파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모더나의 최고의료책임자(CMO) 탈 잭스는 23일 ‘악시오스 온 HBO’에 출연해 “백신 접종으로 증상 발현을 막거나 정도를 경감시킬 수 있지만, 보균자가 바이러스를 타인에게 옮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임상 결과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백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우 교수 또한 지난달 29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백신의 효과는 (코로나19에) 안 걸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걸리더라도 약하게 걸리게 해주는 것”이라며 “약하게 걸려도 다른 사람한테 전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유행은 줄어들겠지만 완벽히 유행을 차단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이 코로나19의 확산을 어느 정도 저지할 수는 있지만 현재의 사태를 완전히 종식시킬 수는 없으며 백신 보급이 이뤄진 이후에도 철저한 방역조치가 필수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탈 잭스 모더나 CMO는 “백신이 코로나19의 확산을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하지만 백신을 접종받았다는 이유로 우리의 행동 방식을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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