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자동차
사진=현대자동차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대응이 전지구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청정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하는 현 경제구조의 지속가능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배출을 ‘제로’ 수준으로 낮춘 대체에너지의 개발은 새로운 경제구조 창출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청정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태양광, 전기차 등의 기술에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과 자금이 쏠리는 가운데, 조용하지만 무서운 성장 속도를 보이는 분야가 있다. 바로 주요 청정에너지원 중 하나로 꼽히는 ‘수소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수소경제 시장이다. 

◇ 효율·안전·환경, 삼박자 고루 갖춘 수소에너지

수소에너지가 주목받은 이유는 에너지와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소의 질량당 에너지 밀도는 142kJ/g으로 천연가스의 3배, 휘발유의 4배에 달하며, 수소연료전지의 발전효율도 47%로 화력(35%), 태양광(17%)보다 높다. 반면 수소에너지를 사용하는데 따르는 환경적 부담은 ‘제로’에 가깝다.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와 달리 수소를 연소시킬 때는 소량의 물과 질소산화물이 배출될 뿐이다.

수소에너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흔히 ‘수소폭탄’을 떠올리며 안전 문제를 걱정하지만, 이는 지나친 우려다. 수소폭탄은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1억℃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해 핵융합반응을 일으켜야 하지만, 수소에너지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이같은 고열을 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수소는 4~75%의 농도에서 연소하는데, 공기보다 14배나 가벼운 물질인 수소는 누출되더라도 빠르게 확산·희석되기 때문에 폭발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수소는 이미 석유화학, 반도체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오랫동안 사용돼왔다. 그만큼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력이 축적돼있다는 것. 물론 수소에너지가 안전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함에 따라 수소에너지로의 전환은 필수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 맥킨지 “2050년, 수소가 전체 에너지 중 18% 차지할 것”

다양한 장점을 지닌 만큼 수소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수소경제의 규모도 빠른 성장속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지난 2017년 수소위원회 의뢰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수소시장 규모가 2017년 1292억 달러(약 142조원)에서 연평균 6%씩 성장해 2050년 2조5000억 달러(약 2753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맥킨지는 2050년에는 수소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8%를 담당하고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약 60t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18년 기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것(7.28t)보다 9배 가량 많은 수치다.

수소경제 발전으로 인해 수소차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면서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맥킨지는 2050년까지 수소연료를 활용하는 승용차 약 4억대와 트럭·버스 2500만대가 도로를 누비게 되면서 전 세계 자동차시장의 20%를 수소차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경제효과를 통해 수소경제로 인한 일자리도 전 세계적으로 약 3000만개 가량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 한국 수소산업 투자, 활용분야에 편중, 기술력 뒤쳐져

한국도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수소경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제 한국은 수소차·연료전지 등 수소에너지 활용 분야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한국의 수소전기차 보급 규모는 총 4194대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수소연료전지 또한 한국이 글로벌 보급량의 40%를 차지했으며, 발전량은 지난해 기준 408MW로 미국(382MW), 일본(245MW)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수소경제의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인프라 및 생산·저장·운송기술은 선진국에 뒤처져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0월 발표한 ‘수소 경제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한국의) 수소 산업 투자가 활용 분야에 지나치게 쏠려 있고, 기술력 역시 선도국(미국, 일본, 독일)에 비해 뒤쳐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경련은 “전 세계 수소 경제 관련 특허 출원 중 한국의 비중은 8.4%로 약 30%인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낮다”며 “높은 수소차 보급량에 비해 충전소가 일본의 1/3에 수준에 불과해 소비자들의 불편과 불만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5년(2016~2020)간 진행한 수소관련 연구개발의 52%는 수소 활용 분야에 편중됐으며, 수소 생산 및 인프라 분야는 각각 22.9%, 12.9%에 불과했다. 

정부 또한 수소경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수소경제 표준화 로드맵을 발표한데 이어, 수소차 뿐만 아니라 충전소 확대 및 수소 관련 전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을 연달아 발표했다. 

지난 10월 15일에 열린 2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는 수소발전 의무화 제도를 신설해 수소경제로의 이행을 촉진하고, 추출수소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천연가스 공급체계를 수소사업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또한 아직 자립이 어려운 수소산업을 돕기 위해 수소제조용 천연가스 도입비용을 절감하고, ‘수소시범도시’를 선정해 주거·교통 등 도시 에너지원을 수소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될 예정이다. 

특히, 자연환경의 특성상 한국에서 태양광·풍력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소에너지는 앞으로도 정부의 한국형 ‘그린 뉴딜’ 정책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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