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자료=기획재정부
정부는 지난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자료=기획재정부

정부가 지난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며 경제구조의 모든 영역에서 ‘저탄소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탄소중립의 핵심인 ‘에너지 전환’ 부문에서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대신 전력 공백을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메우고 ESS·수소 등 보조 발전원도 활용하는 방안이 공개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탄소중립 전략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생기는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이 필수적인데, 그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다는 점이 다수의 언론을 통해 지적을 받고 있다. <뉴스로드>는 원자력이 탄소중립 로드맵 달성을 위한 대안적 에너지원인지, 아니면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탄소저감을 위해 비중을 낮춰야 할 대상인지 짚어봤다. 

◇ 탄소중립, 원전 없이 어려운 이유는?

원전을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 요소로 꼽는 측의 근거는 높은 경제성과 낮은 탄소배출량, 두 가지다. 당장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면서 생기는 전력공백을 아직 충분한 경제성이 보장되지 않은 재생에너지로 메울 경우 비용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 게다가 재생에너지에 비해서도 탄소배출량이 적어 그린 뉴딜 기조에 부합한다는 것도 원자력이 탄소중립을 위한 대안적 에너지로 꼽히는 이유다.

실제 각종 국제기구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원자력의 탄소 배출량이 태양광이나 풍력, 바이오매스, 수소 등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적은 것으로 확인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을 비롯해 다른 재생에너지들이 발전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전혀 없다. 

하지만 인프라 및 공급망과 관련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까지 고려하면 원자력은 오히려 재생에너지보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편이다. IPCC에 따르면 전력 생산에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추정할 경우, 원자력의 배출량은 1kWh당 12g(중앙값) 정도다. 이는 석탄(820g)은 물론 바이오매스(230g), 태양광(41g), 수소(24g)보다 낮고 풍력(11g)과 비슷한 정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2006년 보고서에서도 원자력(10g)의 탄소배출량은 수력(8g)을 제외하면 가장 낮았다. 

청정에너지로 알려진 바이오매스의 경우 바이오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수소 또한 메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 태양광의 경우 발전시설, 전력공급망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이 다른 청정에너지에 비해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앞서 탄소중립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원자력이 에너지 전환 과정을 책임질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그린 뉴딜을 통한 경제 부흥을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차세대 원전’을 혁신이 필요한 핵심 연구과제로 선정하고, 중소형 모듈 원전(SMR)을 통해 전력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에너지원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 빨간색 네모 안이 원자력. 자료=IPCC
에너지원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 빨간색 네모 안이 원자력. 자료=IPCC

◇ 탄소 중립, 원전 없어도 가능한 이유는?

반면 탈원전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원자력의 탄소배출량이 지나치게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IAEA나 IPCC와는 달리 원자력의 탄소저감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찾아볼 수 있다. 

벤저민 소바쿨 영국 서식스 대학교 교수가 지난 10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의 탄소저감 효과는 다른 재생에너지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바쿨 교수는 123개국의 25년간 전력 생산 및 탄소 배출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원자력발전 비중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을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드는 효과는 분석 결과 통계적으로 입증됐다. 

IPCC가 추정한 원자력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냉각수를 통해 강과 바다로 배출되는 열이 수온을 올리고,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수증기도 온실효과를 발생시킨다. 입안부터 건설, 운영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원전의 특성도 문제다. 그 기간 동안 다른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도입해 줄일 수 있는 탄소배출량이 그대로 기회비용으로 남기 때문이다. 핵확산 및 원전사고로 인한 탄소배출량도 기존의 연구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는 부분이다.

결국 원전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위험과 간접적인 온실효과를 고려하면, 발전과정에서 배출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하여 활용하는 것이 정답일까? 재생에너지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두 에너지의 공생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소바쿨 교수는 “원자력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며 “모든 걸 다 하자는 것은 단순한 걸 넘어 위험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연구의 함의는 재생에너지 전략이 원자력에 의존하는 전략보다 기후위기 대응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라며 “에너지원을 다양화하는 것은 탄소 저감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모든 걸 다하는 것’보다 ‘무엇을 할지 선택하는 것’이 진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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