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분기 매출액 1천억원 미만 비금융 상장사 실적.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2020년 3분기 매출액 1천억원 미만 비금융 상장사 실적 현황.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업종별로 체감하는 타격은 전혀 다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함께 오히려 반사효과를 보는 업종이 있는 반면, 투자 위축과 대면서비스 중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부 업종은 더 큰 고통을 견디고 있다. 

◇ 중소기업 선전, IT·헬스케어·커뮤니케이션이 이끌어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매출 1천억원 미만의 비금융 상장사 610개를 분석해 14일 발표한 ‘2020년 3분기 상장 중소규모 기업의실적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중소규모 상장사의 3분기 매출액은 7.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이는 지난 2분기(3.0%)에 비해서도 성장세가 개선된 것으로, 영업이익률(3.3%) 또한 지난해 평균(0.1%)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맞선 국내 중소기업들이 선전을 이끌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코로나19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IT, 헬스케어, 커뮤니케이션서비스 등이다. 실제 세 업종의 3분기 매출액은 각각 8.6%, 22.6%, 7.1%로 전체 평균(5.1%)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IT와 커뮤니케이션서비스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266.1%, 233.4%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에는 마이너스 영업이익률(-0.9%)을 기록하며 적자를 면치 못했던 헬스케어 또한 올해 3분기 들어 5.2%의 이익률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언택트(비대면)’와 ‘건강’이라는 코로나19 시대의 키워드가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48개 세부업종 중 성장성(매출액 증가율)과 수익성(영업이익률 변화) 측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상위 1~4위 업종은 게임, 디스플레이, 제약·바이오, 반도체 등의 순이었다. 성장성 면에서는 전자장비기기 업종이 5위에 올랐고, 수익성 면에서는 건강관리장비·서비스가 5위를 차지했다. 이들 업종은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서비스 확대 등으로 인해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 산업재·비내구재·방송·엔터테인먼트는 '울상'

코로나19에도 미소짓는 업종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는 업종도 있다. 기업의 설비·건설투자가 위축되면서 매출이 급감한 산업재, 상대적으로 경기에 더 민감한 의류·화장품 등의 비내구재, 대면 서비스 중단으로 사업 지속 자체가 불투명해진 방송·엔터테인먼트 등이 특히 실적 악화로 울상을 지었다.

실제 보고서 따르면 3분기 실적부진 업종은 대부분 언급된 분야에 치우쳐져있다. 영화관, 공연시설이 폐쇄되면서 방송·엔터테인먼트 업종의 매출이 가장 크게 줄어들었고, 소비 위축의 타격은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 대비 -10.2%p나 떨어진 화장품이 가장 크게 받았다. 이 밖에도 건설·건자재, 섬유·의류, 핸드셋 업종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

코로나19와 관계없이 부진에 빠진 업종도 있다. 통신의 경우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0%나 감소했다. 5G 설비투자가 지연되면서 해당 업종의 중소규모 상장사 24개 중 14개 업체가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 실제 3분기 국내 통신기계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7%나 감소해, 사업을 다각화했거나 지난해 대규모 물량을 수주한 경우를 제외하면 매출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은 생산능력은 출중하지만 개발 역량이 낮고 원부자재 해외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는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코로나 이후에도 성장하려면 약점 보완 필요

이 같은 업종별 성적표는 이미 다수의 전문가 및 연구기관에서 예측한 대로다. 현대경제연구원 또한 지난 8월 발표한 ‘코로나19 충격의 경제 부문별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제조업 내 비대면 및 보건·방역 관련 업종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서비스업 내에서도 대면 시장 중심 업종은 부진한 반면, 유동성 및 방역 관련 업종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기회의 창이 열린 업종이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정KPMG에 의뢰한 ‘코로나 시대 산업전략’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든 업종에도 아직 미래 전망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표적 코로나19 수혜업종으로 분류되는 제약·바이오의 경우 진단키트 등 방역관련 물품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엄청난 성장을 보였지만, 우수한 생산능력에도 불구하고 원부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고 개발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향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원부자재 수급경로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성장세가 꺾일 위험도 있다.

디지털 경제 확산으로 인해 제조업 중 가장 선전 중인 반도체 또한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 국내 업체의 실적이 미미하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TSMC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을 뿐, 팹리스(설계)에서는 상위권으로 도약한 업체가 없는 실정이다. 

삼정KPMG는 국내 반도체 업종이 현재의 성장세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기술 격차를 확대하는 한편, 전문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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