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탈석탄' 열풍, 어디까지 왔나
금융권 '탈석탄' 열풍, 어디까지 왔나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12.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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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산운용사 중 10곳에서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인 삼척블루파워가 발행할 회사채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진=석탄을 넘어서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자산운용사 중 10곳에서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인 삼척블루파워가 발행할 회사채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진=석탄을 넘어서 홈페이지 갈무리

금융권에 불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신규 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는 삼척을 향해 불고 있다.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화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 조달 채널이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다.

17일 기후솔루션,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로 구성된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 10곳이 삼척 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인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석탄을 넘어서’는 지난 2일 채권 투자 규모 상위 30개 자산운용사에 석탄화력 투자 중단을 요구하면서, 삼척블루파워에서 발행하는 회사채에 대한 투자 의향을 묻는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해당 서한에 대해 “투자 의사가 없다”고 밝혀온 자산운용사는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NH-아문디 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DWS자산운용, 현대인베스트먼트 자산운용, 유리자산운용, IBK자산운용, VI자산운용 등이다. 

지난해부터 삼척에 호기당 1050MW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시작한 삼척블루파워는 약 4조9000억원의 건설비 중 1조원을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9월, 올해 3월, 9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총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향후 3년간 남은 8000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회사채 인수에 나서야 할 자산운용사들이 등을 돌리면서 향후 화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탄을 넘어서’는 “최근 그룹 차원에서 탈석탄을 선언해 사실상 투자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자산운용 등까지 포함하면 자산운용사들이 관리하는 전체 530조 규모의 채권 자산 가운데 69%가 삼척 석탄화력발전 회사채를 실질적으로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는 '탄소 중립', 화력발전소 이용률 낮을 수도.

자산운용사들이 삼척 화력발전소에 등을 돌린 직접적인 이유는 투자 비용 회수가 불투명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삼척 화력발전소의 건설공사비는 전력거래소가 산정한 표준투자비(3조8000억원)보다 1조1000억원(약 30%) 많은 4조9000억원 수준이다. 게다가 전체 비용의 20%에 해당하는 1조원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건설을 시작해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추가 조달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는 발전소 운영기간 동안 85%의 이용률을 유지해 건설원가를 회수하고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강조하는 정부의 최근 정책 기조나, 탄소 배출 저감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향후 석탄발전소의 이용률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석탄을 넘어서’는 현 정부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확대되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의 이용률은 2035년 절반 이하, 2050년 10%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박지혜 변호사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 및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상향될 것임이 확실한 상황에서 향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수익성은 더 큰 폭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금융권 탈석탄 흐름, 연기금도 동참해야

자산운용사의 변화에는 최근 금융권에 불고 있는 탈석탄 흐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들어 주요 금융사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투자 전략을 세우겠다며 그룹 차원의 탈석탄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10월 국내 금융그룹 중 최초로 전 계열사가 동참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국내외 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하고 친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 또한 지난달 ‘탄소 제로’를 선언하고, 그룹이 보유한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 배출량을 오는 2030년 38%, 2040년 69%까지 줄여 2050년에는 제로(0)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또한 이달 11일 ‘탈석탄 금융’에 동참할 것을 선언하고 ESG 전담부서를 신설하기로 했다.

지난달 환경부와 녹색금융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한 NH농협금융도 올해 안에 탄소중립 금융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금융그룹 중에는 앞서 삼척 화력발전소 회사채 발행에 참여한 곳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만큼 향후 신규 발행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사.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계약은 변경하기 어렵지만 향후 화력발전과 관련된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자산운용사까지 확대되면서 향후 삼척 화력발전소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공개서한에 응답하지 않거나 답변 공개가 어렵다고 밝힌 자산운용사의 경우,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의 일임투자 부분에 자체적인 투자 방침을 적용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으로 분석된다”며 “결국 자산운용사에 자산을 위탁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생명보험사 등의 기관투자자도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기준을 확립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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