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중·고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 상황. / 표=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뉴스로드] 국회에서 초·중·고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의 학교 간에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2배 이상 벌어져, 학습 격차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지난달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제한하는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됐다. 다만 의원들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통과되지 못했다. 이 법안은 지난 9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지난해 기준 서울경기지역 과학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15명이다. 반면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433개교는 31명 이상, 6558개교는 21~30명으로 많다.

이 같은 학생 수 과밀학급은 학습 여건이 비교적 열악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학생 수가 많을수록 교사가 학생 1명 당 할애하는 인격교육·쌍방향수업 지도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폭력과 따돌림 방지에도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올해는 이러한 격차가 심화됐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3월 비대면 개학 이후 5월 순차 등교가 시작됐지만, 학생 간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학교는 제대로된 등교 수업을 실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경기지역 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은 모두 등교해 대면 수업을 받았다.

이처럼 학교 간 학습 형평성이 어긋나자, 학급당 학생 수 제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이탄희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교사들의 97.2%는 학급당 학생 수 적정 수준이 ‘20명 이하’라고 응답했다.

학급당 학생 수가 줄지 않으면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하나인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은 학생들에게 태블릿PC를 보급하고 디지털 교육환경을 조성해, 쌍방향 온라인수업 등 다양한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교육부와 지자체가 단계적으로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탄희 의원은 “20명은 해외 사례로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숫자”라며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해 학생들의 교육여건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교육감은 이번 교육기본법 개정안에 지지 의사를 표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코로나19 사태 등 추후 언제든 등교가 중지될 수 있는 만큼, 쌍방향 온라인수업 진행을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필수적”이라며 “적정 학생 수는 학습과 생활지도 등 교육활동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노옥희 울산시 교육감은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은 학교는 방역과 학습 지도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전국적으로 동일하지는 않다. 일선 교육청마다 교육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경기도 내 학령 인구가 증가 추세인데다 신도시가 많은 지역적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기도는 신도시 학교에 예산 배분시 학급당 학생 수 33명을 기준으로 삼는다.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줄이면 교사 인력을 늘려야 하고 예산이 그만큼 더 소요된다. 

이런 지역 여건 탓에 경기도 교육청은 교육기본법 개정안 중 '학급당 학생 수 적정수준을 20인 이하로 한다'는 문구의 삭제를 요청했다. 해당 문구 삭제 없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경기도 교육청은 법을 어기는 교육청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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