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3년 만에 과거보다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귀환했다. 투기광풍이 일던 3년 전과는 전혀 다르다는 낙관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현재의 상승세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5일 오후 3시 현재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6.34% 하락한 3만882.9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3일 한때 3만4천 달러를 넘어섰던 점을 고려하면 기세가 한풀 꺾인 셈이다.

주식시장에서 하루 만에 주가가 6% 하락했다면 큰 소란이 일었겠지만,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시장에 익숙한 투자자들은 이를 잠시 동안의 조정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비트코인이 지난해 3월 중순 5천 달러까지 하락한 이후 9개월이 넘는 장기간의 상승세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가격이 6배나 상승하자 투자자들은 현재 비트코인의 기세를 2017년 말과 비교하고 있다. 2017년 초 개당 200달러에 불과했던 비트코인은 당해 말 2만 달러를 넘보며 기세를 올렸다가 2018년 들어 긴 내리막길에 들어선 바 있다.

 

비트코인 가격 추이. 자료=코인마켓캡
비트코인 가격 추이(녹색 선). 회색 막대는 거래량. 자료=코인마켓캡

◇ 암호화폐 활황, 2018년과 다른 점은?

이 때문에 2018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2017년에는 개인투자자의 투기광풍으로 가격이 올랐지만, 현재 비트코인 가격을 부양시키는 주된 힘은 기관투자자에서 나오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당시 개인투자자들이 중심이 되었던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기관으로 그 주도권이 옮겨가고 있다”며 “피델리티를 비롯한 글로벌 굴지의 금융기관들은 관련된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고, 글로벌 굴지의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새롭게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스퀘어, 페이팔 등 글로벌 결제업체들은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스퀘어는 이미 2018년부터 모바일 송금서비스 앱 ‘캐시앱’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지원하고 있으며, 페이팔 또한 올해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등 4개 암호화폐를 통한 결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심지어 스퀘어는 지난해 10월 5000만 달러를 들여 비트코인 4709개를 사들이기도 했다. 당시 가격이 1만700달러에 불과했음을 고려하면, 이미 200%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또한 지난달부터 비트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JP모건 또한 지난해 6월부터 암호화폐 거래소에 은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구체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은 2017년과는 다른 점이다. 아직 일상 속에 구현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으로 가격이 오르던 3년 전과는 달리,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의 가능성에 대해 어느 정도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점은 비트코인 이외의 알트코인도 비중이 컸던 2017년과는 달리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은 비트코인 독점 상태라는 점이다. 실제 2017년 당시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위권 암호화폐 외의 알트코인이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4일 기준 10위권 밖의 알트코인 비중은 8.61%에 불과하다. 반면 비트코인 비중은 69.71%로 2017년 최고치(62.80%)보다도 높다. 이 때문에 알트코인은 망해도 비트코인은 생존할 것이라는 믿음이 더욱 굳건해지는 분위기다.

이처럼 상승세의 여러 원인이 구체적으로 드라나면서, 비트코인이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JP모건은 5일 투자자 노트를 통해 “비트코인이 앞으로도 금과 경쟁하면서 대안적인 통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비트코인 가격이 5만~10만 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 또한 “유럽에서는 비트코인 ETN 이 출시됐으며, 미국에서의 비트코인 ETF 출시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기관투자자의 잇따른 시장 진출은 가상자산 시장의 자금유입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도미넌스(Bitcoin Dominance,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 추이. 자료=코인마켓캡
비트코인 도미넌스(Bitcoin Dominance,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 추이. 자료=코인마켓캡

◇ 비트코인, 2018년과 다른 미래 그리려면?

반면,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계속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투자자 노트에서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기관투자자들이 금과 같은 비중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의 경제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피클링 또한 현재의 비트코인 붐에 대해 유보적인 평가를 내렸다. 피클링은 4일(현지시간) “현재 모든 디지털 화폐의 거래량은 세계 주식시장의 0.6%인데, 이는 기존 최고치였던 0.4%(2017년 12월 18일)보다는 오른 것”이라며 “디지털 화폐 가격이 79%나 오른 것에 비하면 조용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피클링은 이어 “투자자들이 주식·채권 포트폴리오의 0.1%만 비트코인으로 옮겨도 4만 달러 돌파가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그들이 전통적인 자산이 아니라 비트코인에 분산투자할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피클링은 이어 “암호화폐는 더 이상 신상품이 아니며 ‘새로움’만으로 투자자들을 매혹시킬 수 없는 자산”이라며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의 헤지수단으로써 스스로를 증명해야만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피클링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과 스탠더드앤푸어스500(S&P500) 지수의 상관계수는 0.767로 매우 높다. 이는 주가와 비트코인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으로 비트코인의 투자분산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3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1%p 인하한 시점과 일치한다. 주식시장의 활황세와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유동성 공급'이라는 같은 원인에서 비롯됐다는 것. 현재의 비트코인이 그저 유동성 파도를 탄 것뿐이라면, 장기적인 대안 자산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피클링은 “문제는 암호화폐의 성공이 스스로를 먹어치우고 있다는 점”이라며 “암호화폐가 주식·채권의 대안적인 자산이 되고 싶다면,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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