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코스피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2000년 이후 코스피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국내 증시의 상승 곡선이 더욱 가팔라지면서 코스피가 지난 7일 사상 최초로 종가 기준 3000을 돌파했다. 금융권에서도 새해 3000 돌파를 전망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그 시점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것이라고 예측한 전문가는 드물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공급으로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코스피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의 새 역사를 썼다며 기대감을 드러내는 한편, 과도한 급등세 뒤에 잠재된 리스크가 곧 부각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뉴스로드>는 코스피가 ‘새 역사’를 쓴 지난 7일, 국내 언론이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를 어떻게 조명했는지 되짚어봤다.

◇ 코스피 3000 돌파, 언론은 ‘과열’ 우려

빅카인즈를 통해 국내 54개 매체에서 ‘코스피 3000’을 검색한 결과, 지난 6일~8일 보도된 기사는 총 615건이었다. 장중 3000을 돌파한 6일 가장 많은 213건의 기사가 쏟아졌고, 종가 기준 3000을 넘어선 7일에도 205건이 보도됐다. 언론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코스피 급등에 대한 사설도 14건이나 나왔다.

코스피 3000 돌파 소식과 연관된 핵심 키워드로는 ‘동학개미’와 ‘개인투자자’가 꼽혔다. 지난해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한 물량을 모두 받아내며 주가를 부양한 일등 공신인 만큼, 코스피 3000 돌파와 관련한 기사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 조명된 것. 그 밖에도 상승장의 핵심 동력인 ‘유동성’과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자’, 개인투자자와 반대 움직임을 보인 ‘외국인’ 등이 핵심 연관키워드인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빅카인즈
'코스피 3000'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에는 우려와 경계가 섞여 있다. 실제 코스피 3000 돌파와 관련된 사설 대부분은 과열된 증시 후 다가올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담았다. 중앙일보는 7일 “코스피 3000의 기록은 반가움보다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며 “코스피가 3000 고지를 밟은 것은 정부의 막대한 재정 투자로 인한 과잉 유동성과 저금리 속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증시로 쏠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최근 증시를 끌어올린 주체는 소위 ‘동학개미 운동’이란 표현 속에 빚까지 내 주식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라며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증시 활황은 바닷가 모래탑처럼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오를 때는 모든 게 장밋빛으로 보이지만, 일단 떨어지기 시작하면 빚을 내 주식을 산 개인들은 엄청난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또한 6일 사설에서 “지금 증시의 활황은 실적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돈의 힘으로 밀어올린 유동성 장세”라며 “무엇보다 동학개미들 투자금의 상당수 원천이 빚이란 점이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산은 오르기보다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한 법”이라며 “향후 증시 조정 국면 때 빚내서 투자한 개미들이 충격에 빠지지 않도록 미리 대출 규제 등을 더 꼼꼼히 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코스피 2000'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위는 2007년 7월 24~26일, 아래는 2020년 5월 25~27일. 자료=빅카인즈
'코스피 2000'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위는 2007년 7월 24~26일, 아래는 2020년 5월 25~27일. 자료=빅카인즈

◇ 코스피 2000 때와 3000 현재 언론 보도 상당한 차이

특이한 점은 과거 코스피 2000을 돌파할 당시의 언론 보도와 현재의 언론 보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코스파가 사상 최초로 종가 기준 2000을 돌파한 지난 7월 25일 전후 사흘간 보도된 기사는 176건으로, 코스피 3000 돌파 관련 기사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관련 사설 또한 3건 뿐이다.

당시 언론의 관심이 지금보다 저조한 것은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한 지 하루만에 1963.54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이후 1900대를 횡보하던 코스피는 두 달이 지난 10월 2일에서야 다시 2000을 회복했고,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1000대가 무너질 정도의 긴 하락장을 겪어야 했다. 

최근과 마찬가지로 2006년부터 긴 상승장이 이어져온 만큼, 당시의 기사에는 새로운 ‘투자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겨 있다. 실제 연관 키워드를 보면 2007년 7월 25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하며 코스피가 2000을 돌파에 힘을 보탠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를 비롯해 ‘기대감’, ‘상승세’ 등의 표현이 눈에 띈다. 또한 26일 매도 공세로 코스피 2000 돌파를 하루 천하로 만든 ‘외국인’도 핵심 연관키워드로 꼽혔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폭락한 뒤 다시 코스피 2000을 회복한 5월 26일 전후의 기사도 현재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5월 25일~27일 코스피 2000 회복 관련 기사는 총 117건이 보도됐는데, 연관 키워드로는 ‘코로나19’, 와 ‘경제활동 재개’ 등이 꼽혔다.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이 불과 두 달 전이었던 만큼, 증시 관련 기사에서도 코로나19 확산 동향이 빠짐없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다만 급등장에 대한 우려가 큰 현재와 달리 지난해 5월 당시에는 증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조선일보는 5월 27일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국내 증시는 코로나 사태 이후 'W'나 'L'자형을 그린 것이 아니라 'V'자형의 뚜렷한 반등을 이뤄내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올 스톱' 상태에 빠지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발 빠른 재정·통화정책으로 대응했다. 이때 풀린 막대한 자금의 상당 부분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경제 또한 이날 기사에서 “아직 코로나19의 재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갈등 등 부담 요인이 남아 있지만 글로벌 증시는 경제 재개 효과에 더 큰 기대감을 보이는 모습”이라며 “국내를 비롯해 세계 각국 증시는 온라인·바이오 산업이 주도한 장세에서 항공, 여행, 철강, 화학 등 경기 민감산업으로 증시 랠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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