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환경부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 자료=환경부

한동안 이어졌던 강추위가 누그러들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뿌연 하늘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미세먼지가 늘어났기 때문만이 아니라, 지난 연말의 하늘이 너무 맑았던 탓이다. 

이는 감상이 아니라 실제 수치로 드러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은 전년 동월 대비 36%(약 426톤) 가량 줄어든 765톤이었다. 2018년 12월과 비교하면 무려 60%나 줄어든 수치다.

지난 12월 미세먼지가 크게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예년보다 심한 강추위와 코로나19 확산세로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었거나, 공장 가동률이 회복되지 못하면서 공업지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감소했을 수 있다. 

하지만 산업부의 자료는 산업·수송 분야와 연관이 없다. 이 자료는 ‘석탄발전 감축’에 따른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자료=한국환경공단

 

일반적으로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떠오르는 것은 황사나 배기가스, 공장지대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등이지만, 석탄발전으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도 심각한 문제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 석탄발전을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정부 또한 2018년부터 겨울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해 매년 효과를 보고 있다.

그렇다면 석탄발전이 대기 중의 미세먼지 배출 원인 중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수치는 그동안 강조돼왔던 것과는 달리 예상보다 적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산업부문(39.5%)이었으며, 그 뒤는 수송(29%), 발전(13.4%), 기타 생활부문(18.1%) 등의 순이었다. 

초미세먼지는 어떨까? 환경부 소속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초미세먼지 배출원별 발생량은 미세먼지와 마찬가지로 산업부문(37.0%)이 가장 많았으며, 그 뒤는 생활(33.7%), 수송(25.9%) 등의 순이었다. 발전부문의 비중은 겨우 3.4%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에너지업계에서는 미세먼지 문제로 발전산업에 과도한 낙인찍기가 자행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석탄발전의 미세먼지 배출 비중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성급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추진될 경우,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보지 못하면서 전력생산 비용만 높아질 수 있다는 것.

 

미세먼지 배출원별 비중. 자료=환경부
미세먼지 1, 2차 발생원 비중. 자료=환경부

◇ 석탄발전, 2차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

하지만 환경단체 및 전문가들은 단순히 배출원별 비중만으로 석탄발전의 미세먼지 발생 효과를 낮춰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석탄발전이 직접적으로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적을 수 있지만,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를 생성하는 2차 미세먼지 발생원으로서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석탄발전 과정에서 다량의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데, 이 물질은 공기 중의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국립미세먼지정보센터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이와 같은 2차 발생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초미세먼지(PM2.5)의 비중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게다가 석탄발전이 배출하는 2차 미세먼지 발생원의 양은 다른 발전 방식보다 상당히 많은 수준이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이 지난해 국내 석탄 발전 61기와 LNG 발전 59기의 2018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GWh(100만kWh)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대기 오염물질은 석탄이 438.5kg으로 액화천연가스(LNG, 138.1kg)보다 3배 이상 많았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배출량은 석탄발전 98.4kg, LNG발전 10.9kg으로 10배 가까이 차이가 벌어졌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겨울철 석탄발전 감축, 전력수급도 ‘OK’

결국 2차 발생원으로 인한 미세먼지 농도 증가를 막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으로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필수적이다. 일각에서는 석탄발전 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지만, 지난달 석탄발전 감축에도 불구하고 전력 수급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17기의 석탄발전기가 가동이 정지됐으며, 최대 46기의 발전출력이 80% 수준으로 제한됐다. 이는 석탄발전기 20~25기를 가동정지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난달 전력수급 현황을 보면 매주 예비율이 13~18%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혁신정책관은 “지난주 기록적인 한파에도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유지했다”며 “국민들께서 올 겨울을 따뜻하고 깨끗하게 보낼 수 있도록 전력유관기관과 함께 남은 겨울철 기간에도 안정적인 전력수급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