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에 뿌리 둔 핀란드의 '멀티 리터러시' 교육
'협력'에 뿌리 둔 핀란드의 '멀티 리터러시' 교육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1.14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년 미디어 리터러시 인덱스. 핀란드가 76점으로 유럽 35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자료=불가리아 열린사회연구소(Open Society Institute)
2018년 미디어 리터러시 인덱스. 핀란드가 76점으로 유럽 35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자료=불가리아 열린사회연구소(Open Society Institute)

다양한 매체의 발달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지만, 특히 유럽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체계를 오래 전부터 잘 가꿔온 선도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의 여러 국가 중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수준이 가장 높은 곳은 어딜까?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은 이름이 떠오르겠지만, 유럽 최고의 미디어 리터러시 선진국은 바로 핀란드다. 한국인에게는 ‘노키아’나 ‘자일리톨’ 등으로 친숙한 나라지만, 실상은 유럽에서도 가장 선진적이고 체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제도를 갖추고 있다. 

실제 불가리아의 ‘열린사회연구소(Open Society Institute)’가 발표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지수(Index)에서 핀란드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으로 유럽 35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지수는 언론의 자유와 OECD 국제 학업성취도(읽기·수학·과학), 유럽연합통계국(Eurostat)이 평가한 타인에 대한 신뢰도, 국제연합(UN)이 평가하는 온라인 참여지수(E-participation Index) 등을 종합해 산정된다. 핀란드는 2018년에는 76점, 2019년에는 78점으로 덴마크(71, 72점)를 제치고 두 해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독일(62, 64점), 영국(60, 60점), 프랑스(56, 59점) 등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수준이 높은 유럽연합의 핵심 국가와 비교하면, 핀란드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쏟은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핀란드 국립시청각연구소(KAVI)가 발간한 4~6세 아동 대상 영상 제작 교육 자료. 자료=핀란드 국립시청각연구소(KAVI)
핀란드 국립시청각연구소(KAVI)가 발간한 4~6세 아동 대상 영상 제작 교육 자료. 사진=핀란드 국립시청각연구소(KAVI)

◇ 변화하는 언론 환경,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멀티 리터러시’로

열린사회연구소가 정한 미디어 리터러시 지수의 전제는 교육의 질이 높고 미디어 환경이 양호할수록 시민들의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분석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언론 환경이 자유롭고 시민들의 교육 수준이 높으면, 매체를 통해 유포되는 잘못된 정보를 쉽게 믿을 가능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핀란드의 높은 미디어 리터러시 지수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전통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핀란드는 지난 1972년 처음으로 학교 교과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추가했지만, 이미 1950년대부터 대중매체 교육, 의사소통 교육, 시청각 교육 등의 형태로 미디어 교육을 수행해왔다. 

핀란드 교육의 특징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을 빠르게 반영한다는 점이다. 실제 핀란드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통합교육과정에서 신문 읽기와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 리터러시가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의 미디어를 분석하고, 정보가 생산·유통·해석되는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며, 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멀티 리터러시’를 강조해왔다. 핀란드 학생들은 다양한 교과목에서 멀티 리터러시 요소가 결합된 교육을 받을 뿐만 아니라, 코딩 교육과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을 통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하게 된다.

핀란드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학생들이 단순히 정보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정보를 생산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실제 핀란드에서 미디어 교육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되는데, 어린 학생들은 직접 지역사회나 국가의 현안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한 뒤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 발표하는 훈련을 한다. 

이러한 교육은 고학년이 되면 직접 기사나 방송을 제작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언론사가 협력해 학생들의 뉴스 제작을 지원하는데, 주제는 학생들이 직접 정하는 만큼 일상적인 질문에서 정치적인 이슈까지 다양하게 다뤄진다. 가짜뉴스 교육 또한 단순히 사례를 분석하고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가짜뉴스를 만들어보는 과정을 통해 그 심각성을 더욱 생생하게 체험한다. 

 

자료=핀란드미디어교육협회, 국회 입법조사처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참여주체. 자료=핀란드미디어교육협회, 국회 입법조사처

◇ 핀란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키워드는 ‘협력’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제도를 나타나는 단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바로 ‘협력’이다. 하나의 교육주체가 수행할 수 있는 미디어 교육의 범위와 수준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복합적이고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핀란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심은 핀란드 교육문화부지만, 국립시청각연구소(KAVI)와 국가교육위원회, 지역교육청을 비롯해 다양한 관계부처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국가교육위원회는 미디어 교육의 목표와 커리큘럼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멀티 리터러시와 ICT역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교과과정에 포함시킨 것 또한 위원회의 성과다. 국립시청각연구소 또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증진할 법적 의무를 가진 공공기관으로 다양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중점 사업으로 수행하고 있는 메트카(Metka) 미디어 교육센터, 영화 감상을 통한 미디어 이해를 강조하는 코울루키노(Koulukino, 영화학교) 등 다양한 민간단체들이 정부의 지원이나 자원봉사를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 또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단체가 협력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2003년부터 매년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이라는 전국적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국립시청각연구소가 주관하는 이 행사에는 매년 40개 이상의 기관과 수천개의 지역 단체들이 참여해 미디어 리터러시 증진 방안을 논의하고 다양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교육자료들은 국립시청각연구소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됐다가 교육자료가 필요한 현장에 공급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