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빅카인즈
자료=빅카인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씨에게 86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의 수장인 이 부회장의 판결에 국내 언론의 이목이 집중됐다. <뉴스로드>는 파기환송심이 열린 18일 이후 국내 언론이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를 어떻게 보도했는지 되짚어봤다.

◇ JY 판결 보도, '총수 부재' 우려 vs '정경유착' 근절

빅카인즈에서 ‘이재용’을 검색한 결과 지난 18일 이후 현재까지 보도된 기사는 904건이었으며, 관련 사설은 2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인 466건의 기사가 파기환송심이 열린 18일 집중됐으며, 19일에도 286건이 보도됐다.

‘재판부’, ‘파기환송심’ 등 재판과 관련된 용어들을 제외하면 이 부회장 재판 관련 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뇌물을 받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18일 재판에서 이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등 관련 인물들의 이름이었다. 

특이한 점은 연관키워드에서도 이 부회장 재판 결과에 대한 엇갈린 여론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빅카인즈로 조사한 결과, 이 부회장 관련 기사에는 ‘총수 부재’, ‘악영향’ 등의 표현이 자주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부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인한 오너 공백이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반면 ‘정경유착’과 같은 표현도 관련 기사에 빈번하게 등장했는데, 이는 이번 판결에 비판적인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입장을 반영한다. 참여연대는 18일 논평을 내고 “재판부는 여전히 이 사건을 정경유착이라는 쌍방의 범죄행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응한 것이라는 잘못된 사실관계에 기초에 양형판단을 하고 있다”며, 죄질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9일 전국 성인남녀 500명에게 이부회장 판결에 대해 질문한 결과, “과하다”는 응답이 46.0%로 가장 많았으며 “가볍다”는 24.9%, “적당하다”는 응답은 21.7%였다. 이 부회장 관련 기사의 핵심 키워드 목록에 ‘총수 부재’와 ‘정경유착’ 같은 상반된 표현이 함께 포함된 것은, 이처럼 엇갈린 여론이 언론 보도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리얼미터
자료=리얼미터

◇ '경영 공백' 우려하는 언론, “삼성의 위기는 한국의 위기”

파기환송심 이후 주요 일간지 및 경제지들은 대부분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초래할 경제적 타격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19일 사설에서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먼저 뇌물을 요구했다’면서 ‘대통령이 요구하는 경우 거절하기는 매우 어렵다’고도 했다”며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이 부회장에게 법적 책임을 물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이 박 전 대통령 국정 농단 사건 판결의 종속 변수였기 때문”이라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기업이 현재 정권의 요구를 거절하면 당대에서 보복을 걱정해야 하고, 거절하지 않으면 다음 정권에서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곡예를 해야 하는 게 대한민국 기업의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20일 사설에서 “총성 없는 4차 산업혁명의 승부처로 떠오른 반도체부터 인공지능·자율주행차 부품까지 1등만 살아남는 불꽃 경쟁의 정점에서 한순간도 빈틈이 있어선 안 될 리더십에 공백이 생겼다”며 “현실은 암울하다. 삼성 개별 기업을 넘어 국익 손실도 막대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이 부회장이 재수감되던 어제 바로 최대 라이벌인 대만의 TSMC는 사상 최대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 결정적 순간에 리더십 공백은 삼성의 기술 경쟁은 물론이고 자칫 한국 경제의 핵심 기둥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또한 19일 사설에서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총수 부재는 큰 위기”라며 “이날(18일) 삼성전자 주가가 한때 4% 넘게 떨어진 것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코스피 시가총액 4분의 1, 국내 법인세수 16%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위기는 한국 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후 보도된 사설. 자료=빅카인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후 주요 일간지 및 경제지가 내놓은 사설. 판결에 대한 평가가 양분된 것을 알 수 있다. 자료=빅카인즈

◇ 진보 언론 "총수 부재 우려는 기우" '재벌개혁' 강조

보수성향 매체와 경제지의 우려와는 달리 진보성향 매체에서는 이 부회장 공백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18일 기사에서 “2017년 2월~2018년 2월까지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돼 있던 때도 경영 공백 우려는 기우로 드러났다. 삼성 계열사들의 실적이 말해준다”며 “특히 올해는 전기차에서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글로벌 ‘반도체 슈퍼사이클’ 대호황이 예상되는 등 경영 여건도 더없이 좋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또한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이번 판결이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체제 개편 및 재벌 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19일 사설에서 “이 부회장 실형 선고는 우리 사회 부정부패의 온상인 정경유착의 음습한 그림자를 말끔히 지워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국가 경제 발전의 주체인 기업이 권력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 제고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기업 역시 투명하고 공정한 준법 경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삼성그룹이) 세계 시장의 불확실성과 전환기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더 투명하고 건전한 기업이 되겠다는 약속들을 하나씩 실천해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18일 사설에서 “이 부회장은 권력과 자본의 부도덕한 유착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하고,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는 등 재벌의 악습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재벌 총수라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저지른 86억원의 뇌물 및 횡령은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지만 재판부는 1심의 절반인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선처한 결과”라며 예상보다 형량이 가벼웠다는 평가를 내렸다.

경향신문은 이어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는 이 부회장의 최후 진술을 인용하며 “이 부회장의 다짐이 꼭 실천으로 이어져 정권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