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가 2017년 발표한 ESG 관련 정보공개 권고안. 자료=TCFD

“기후 변화나 팬데믹 같은 대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먼저 무너뜨리고 이로 인한 사회문제로부터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고객과 사회로부터 받은 신뢰를 소중히 지켜나가며, 긴 안목으로 환경과의 조화로운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화해나가는 동시에 우리의 경영활동 면면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나가야 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ESG가 2021년 재계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주요 그룹 수장들은 새해 포부를 밝히며 단순히 재무적 성과를 좇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경영전략을 추구해야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운용사나 연기금 등 ‘큰 손’들도 기업에게 ESG 경영 강화를 요구하는 추세다. 최근 들어 팬데믹, 기후변화,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리스크 요인이 기업의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SG 경영을 통해 비재무적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으면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재계에 확산되고 있다. ‘착한 기업’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실질적인 압박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ESG 경영을 더욱 강화하려면 단순히 투자 여건이 바뀌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들이 제대로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지 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ESG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 ESG 공시 의무화, 유럽 중심으로 확산

해외에서는 ESG 관련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기위해 공시 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의 협의체인 금융안정위원회(FSB) 주도로 설립된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는 2년 뒤인 2017년 표준화된 ESG 정보공개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권고안은 기업들에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등 4개 영역 11개 요소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변화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경영진의 역할, 장단기 기후위기 대응 경영전략 및 재무계획,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후변화 리스크의 객관적 측정지표와 향후 감축 목표 등을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밝히라는 것이다.

TCFD의 권고는 다수의 금융선진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는 지난달 TCFD 권고안에 런던증권거래소 프리미엄 상장사 480개에 대해 연간 재무보고서를 통해 기후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FCA는 은행, 보험사 등을 시작으로 오는 2025년까지 ESG 공시 의무를 모든 기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 또한 지난 2019년 12월 금융사 및 자문기관 등이 공시 보고서 등을 통해 ESG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지속가능금융 공시제도(SFDR)를 발표했다. 이 제도는 오는 3월부터 시행돼 은행,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EU 역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금융기관에게 적용된다. 

 

자료=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는 지난 17일 상장사들이 ESG 관련 정보공개 시 참고할 수 있는지침를 발표했다. 자료=한국거래소

◇ 한국, 2030년까지 모든 기업 ESG 공시 의무화

우리나라 또한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EGS 공시 의무화를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7일 상장사가 ESG 관련 정보를 공개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를 제정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아직 비재무적 정보를 공개하는 기업이 드문 만큼, 거래소가 직접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는 조직·환경·사회 등 3개 영역에 걸쳐 12개 항목 21개 지표로 구성돼있다. 특히 환경 영역의 경우 직·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에너지 사용량, 물 사용량, 폐기물 배출량을 비롯해 환경 관련 법규 위반 및 사고 건수 등을 공개하도록 했다. 

금융위원회 또한 지난 14일 열린 ‘기업공시제도 개선 간담회’에서 ESG 공시 의무화 방안을 포함한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오는 2025년까지는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에 따른 자율공시를 활성화한 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 공시 대상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ESG 공시 의무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다, 글로벌 투자기관의 ESG 정보공개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안정적인 경영과 지속적인 투자유치를 위해 ESG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더욱 깨닫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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