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학대사망사건의 피해 아동이 잠든 경기도 양평의 한 수목장에 방문객들이 놓고 간 선물이 쌓여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입양아 학대사망사건의 피해 아동이 잠든 경기도 양평의 한 수목장에 방문객들이 놓고 간 선물이 쌓여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16개월 입양아 학대사망사건’으로 인해 부실한 입양절차 및 사후관리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아동학대의 주된 원인이 입양인 것은 아니지만, 입양부모에 대한 검증이나 입양가정에 대한 사후관리가 부실해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없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정에서도 입양 허가 전 입양아동의 적응을 돕기 위한 사전위탁보호제의 법제화를 논의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전위탁보호제 도입뿐만 아니라 입양절차 전반에 대한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입양 전 교육,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

입양제도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논의돼야 할 것은 입양을 희망하는 부모에 대한 엄격한 검증과 교육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검증절차나 교육방식으로는 적합한 부모를 걸러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예비 양부모들은 입양특례법에 따라 지자체 및 입양기관으로부터 ‘양친자격조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조사항목 및 기준이 표준화되지 않은 데다, 조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예비 양부모의 적격성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 과정을 대부분 민간기관이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입양인연대는 지난 10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입양 전 입양부모적격성 평가와 준비과정은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1차적으로 입양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입양부모의 적격성 평가에 부적절하다. 왜냐하면 민간 입양기관은 입양건수에 따라 수수료의 이익을 얻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입양 전 교육과정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예비양부모의 입양 전 교육과정은 겨우 8시간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동영상 교육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는 미국, 영국, 스웨덴 등 해외 예비 양부모 교육과정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실제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 26일 발표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 되는 입양을 위한국내입양과정의 단계별 개선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예비 양부모를 상대로 3시간씩 10주간 총 30시간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입양부모의 역할 수용 및 아동의 건강한 성장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으로 구성돼있다. 영국에서는 2개월 간 2단계로 나눠 1단계 8시간, 2단계 18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입양부모 자격을 얻을 수 있으며, 스웨덴도 3시간씩 7회(총 21시간)에 걸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배윤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입양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질적・양적으로 보완하고, 예비 양부모의 특성(난임, 친생자녀 유무 등)과 아동의 특성(연령, 장애여부 등)을 고려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양친자격조사 시에도) 전문 인력의 상담과 객관적인 검사도구 활용을 통해 양부모가 스스로 자신을 성찰하여 입양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입양 실무자에게는 양부모 자격의 적합성을 결정하는 데 실질적인 자료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0년 입양실무 매뉴얼에 명시된. 예비입양부모교육 내용 및 방법. 자료=보건복지부
2020년 입양실무 매뉴얼에 명시된. 예비입양부모교육 내용 및 방법. 자료=보건복지부

◇ 1년에 4번 뿐인 형식적 사후관리 개선해야 

입양가정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가정에 대한 사후 관리 의무기간은 1년이다. 입양기관의 담당자는 이 기간 내 4회 이상,  그 중 2회 이상은 가정방문 후 사후관리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사후관리 의무기관과 횟수를 늘리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체계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입양인연대는 입양아 학대사망사건에 대해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양부모의 말만 믿고 사후관리를 소홀히 했던 실무자들의 전문성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입양 후 사후관리 기간의 연장과 다양한 사후관리 서비스들이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 위원 또한 “1년 내 4회, 특히 가정방문 2회가 아동의 적응수준을 판단하기에 부족할 수 있고 전화와 서류 상의 관리는 형식적일 수 있다”며 “가정방문을 4~6회로 늘려서 입양가정의 생활을 면밀히 파악하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위원은 이어 “입양기관에 사후관리를 모두 맡기기보다는, 이 기간 동안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입양가정에 대한 지원이나 대응을 공고히 하기 위해 아동권리보장원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등 관리체계도 정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양절차 단계별 개선점. 자료=육아정책연구소
입양절차 단계별 개선점. 자료=육아정책연구소

◇ 보건복지부, “1월 중 입양 실무지침 개정”

정부도 사전위탁보호제를 포함한 입양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이달 중 ‘입양실무지침’을 개정해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개정될 입양실무지침에는 입양절차에 대한 공적 책임을 강화하고 입양가정에 대한 사후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입양 전 교육과정에서는 자녀 양육법 비중이 확대되고, 아동 심리‧정서 이해 및 아동학대 예방교육도 추가될 예정이다. 교육시간 또한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소폭 확대되며, 입양아(장애아, 연장아)나 입양가정(유자녀)의 특수성을 고려해 전문가 및 입양선배가정에 의한 맞춤형 심화교육(10시간)도 제공된다. 

한편 고득영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사전위탁보호제에 대해 “입양 전 위탁을 검토하는 것은 아이의 관점에서 아동의 관점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최종적인 평가를 하려는 것”이라며 “법제화된 과정 등을 통해서 아이와 부모가 애착관계가 제대로 형성되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그에 필요한 서비스들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고 실장은 이어 “정부는 우려하시는 것처럼 아동이 위탁가정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입양 전 위탁가정도 입양 준비에 준해서 양육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호 적응을 돕는 등 안정적인 애착관계 형성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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