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기사량 추이(위) 및 관련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기사량 추이(위) 및 관련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지난 한 주는 코로나19 백신과 공매도 재개 논쟁, 술·담배 가격 인상 논란 등 다양한 이슈가 터져 나오며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김종철 정의당 전 대표가 같은 당 소속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해 직위해제된 사건이다. 젠더 이슈에 항상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온 진보정당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뉴스로드>는 지난 25일 공개된 이 사건을 국내 언론이 5일간 어떤 방식으로 다뤄왔는지 되짚어봤다.

◇ 김종철 성추행, 정의당 넘어 진보의 문제로 부각

빅카인즈를 통해 ‘김종철’과 ‘장혜영’을 검색한 결과, 지난 25일부터 현재까지 국내 54개 매체에서 보도된 관련 기사는 총 1083건으로 집계됐다. 김 전 대표의 성추행 및 직위해제 사실이 공개된 25일 395건의 기사가 쏟아졌으며, 다음날인 26일에도 각 정당의 반응과 시민단체의 김 전 대표 고발 소식 등을 전하는 기사가 379건 보도됐다. 

이번 사태에 대한 각종 기사에서 등장하는 핵심 키워드를 살펴보면 이번 사건이 단순히 정의당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음이 보인다. ‘성추행’을 비롯해 당명 및 당직자 등 기초적인 키워드를 제외하면 ‘박원순’, ‘부산시장’과 같은 키워드가 다수의 기사에서 확인되기 때문이다.  

성범죄와 연루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의 이름이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기사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이 과거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생했던 성범죄·성추행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은 지난 25일 이번 사건을 보도하며 “진보 진영에서는 김 대표에 앞서 민주당에서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이 여직원에 대한 성폭행·성추행 등 성폭력 사건으로 논란이 됐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또한 26일 “위기감은 진보 진영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잇따른 성추문으로 시험대에 올랐던 진보 진영의 도덕성이 이번 사태로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 언론, "민주당, 정의당 비난할 자격 있나"

이번 사건을 전하는 국내 언론의 논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기존 정당들과 정의당의 대처방식을 비교하며 거대 양당을 비판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시민단체의 김 전 대표 고발로 불거진 성범죄의 친고죄 논쟁을 조명하는 것이다.

정의당은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이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을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에게 사건을 알리자 이후 일주일간 비공개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25일에는 자체 조사 결과와 김 전 대표의 직위해제 사실을 공개하고 당원과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삼가달라며 필요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29일에는 중앙당기위원회를 통해 김 전 대표를 제명하면서 무관용 원칙을 고수했다.

언론들은 정의당의 성추행 사건에 실망감을 표하면서도 후속대처에 대해서는 기존 정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민주당이 이번 사건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무관용 원칙으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는 논평을 낸 것에 대해서는 모든 매체가 민주당의 과거 성비위 사건 관련 대처를 지적하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지난 27일 사설에서 민주당 논평에 대해 “정의당은 그나마 신속하게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가해자가 책임을 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가인권위가 25일 박원순의 성적 언동은 성희롱이라는 결론을 내놓을 때까지 6개월 동안 성추행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다”며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또한 26일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연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 전 대표의 잘못이야 백번 비판을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두 거대 정당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들지 말고 ‘제 눈의 들보’부터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26일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를 고발한 시민단체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사진=장혜영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26일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를 고발한 시민단체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사진=장혜영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 친고죄 논쟁으로 확대

이번 사건의 또 다른 논점은 ‘친고죄’ 논쟁이다. 배복주 부대표는 지난 2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의사에 따라 형사 고소하지 않고 당 차원의 공동체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 의원의 뜻과는 달리 시민단체 활빈단은 “사퇴와 직위해제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지난 26일 김종철 전 대표를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자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당사자인 제가 공동체적 해결을 원한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저와의 그 어떤 의사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저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가해자에 대한 형사고발을 진행한 것에 아주 큰 유감을 표한다”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정의당은 성범죄를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에 서있었다. 그래서 당사자가 원치 않아도 제3자가 고발하면 처벌할 수 있게 하는 ‘친고제 폐지’에 찬성해왔다”고 지적하며 “그래놓고 자기 당 대표의 성추행 의혹은 형사고발하지 말라고 한다. 현행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주장일 뿐 아니라, 자신들의 과거 주장을 뒤집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들은 대체로 장 의원의 의사를 무시한 시민단체의 고발은 친고죄 폐지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27일 “친고죄 폐지… 이러라고 한 게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모든 성범죄를 형사사법 절차로 끌고 가 수사기관의 공소제기와 법원의 판결로 해결하자’는 취지로 친고죄가 폐지된 것은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하고 피해자 본인이 사법적 해결이 아닌 다른 사회적 해결을 택했을 때는, 이를 존중하는 것이 친고죄 폐지의 취지에 더 맞다”는 권김영현 여성학 연구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서울신문 또한 28일 “피해자의 의사를 거스르는 그 무엇은 당연히 폭력”이라며 “장혜영은 선택했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합의를 종용할 수 없듯 고소도 마찬가지이며, 누구도 피해자를 대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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