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사진=KBS

KBS의 오랜 숙원이었던 수신료 인상안이 또 다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여론의 반발이 심한 데다, 정계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KBS는 지난달 27일 정기이사회에서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인상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 안건은 이사회의 심의·의결 및 방송통신위원회 검토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문제는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미디어오늘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28~31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찬성한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던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무려 76%였다. 연령과 이념 성향과 무관하게 전 계층에서 반대여론이 60% 이상을 기록했으며, 특히 30~50대와 보수층은 모두 80%가 넘었다. 자세한 내용은 리서치뷰 블로그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계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KBS 수신료 인상은 지지를 얻기도 어렵고 정당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 위기로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KBS 수신료 인상 건은 국민의 방송임을 망각하는 얘기”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최근 김웅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억대 연봉자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억대 연봉이 부러우면 입사하라”는 내용의 조롱글이 올라오면서 여론이 완전히 등을 돌렸다. KBS는 곧 사과문을 올렸지만 여론의 비판은 멈추지 않고 있다. 

 

KBS와 주요국 공영방송 재원구조 비교. 자료=미디어미래연구소
KBS와 주요국 공영방송 재원구조 비교. 자료=미디어미래연구소

◇ KBS 수신료, 해외 대비 10% 수준

KBS의 수신료 인상 논란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된 바 있다. 지난 1981년 800원에서 2500원으로 대폭 인상한 뒤 40년째 수신료가 동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KBS의 수신료는 해외 공영방송과 비교할 때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TV수신료에 관한 연구: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고민’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스웨덴·프랑스 등 10개국의 2019년 기준 연간 TV 수신료는 평균 26만5000원으로 1인당 GDP 대비 0.41%였다. 해외에서는 가구당 연간 3만원(1인당 GDP 대비 0.08%)인 KBS의 9배에 달하는 금액이 수신료로 납부되고 있다는 것. 

재원구조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2017년 발표한 ‘미디어환경 변화에 따른 공영방송 재원구조 변화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KBS 재원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2.6%로 영국(77.5%), 일본(95.7%), 독일(86.2%), 프랑스(82.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수치적으로 보면 KBS의 수신료 인상 요구는 전혀 무리한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공영방송으로서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광고수입 의존성보다 수신료 비중을 높이는 것이 더 필요할 수 있다. 

미디어미래연구소는 “일반적으로 공영방송이 존재하는 국가는 지상파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의 재원도 수신료 등 공적재원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현재와 같이 공영방송이 시장에서 상업적 재원을 기반으로 하는 방송사들과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공영방송 재원구조의 적절성에 대한 비판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료=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국내 매체별 신뢰도. 자료=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 수신료 인상안, 국민 설득 못하는 이유는?

KBS의 수신료 인상안에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신료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공영방송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에 따르면, KBS에 대한 신뢰도는 50%에 불과했다. 영국 BBC(64%), 오스트리아 ORF(66%), 독일 ARD(70%), 프랑스 텔레비전 뉴스(58%), 네덜란드 NOS(81%), 일본 NHK(60%) 등 60~80%에 달하는 해외 주요국 공영방송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수신료를 제대로 산정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에 대한 외부 감시 체계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공영방송을 지탱하는 것은 수신료를 납부하는 시청자인데, 수신료가 어떤 기준으로 산정된 것인지에 대한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반면, 독일의 경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기구인 방송재정수요조사심의위원회(KEF)가 이러한 역할을 맡고 있다. KEF는  독일 공영방송 ARD, ZDF, 도이칠란트 라디오가 지원받은 재정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지역사회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필요시 수신료 조정안을 제안한다. 

‘억대 연봉’ 조롱글로 인해 불거진 인건비 논란도 단순한 비난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KBS의 연간 총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5%에서 2019년 36%로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BBC 21%(2016년 기준), 프랑스 텔레비지옹 31%, 독일 ARD 24% 등 해외 공영방송과 비교하면 여전히 인건비 비중이 과다한 편이다. 

KBS 수신료 인상 시도는 여론의 불신을 극복하지 못한 채 또다시 실패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KBS가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고 재원구조 개선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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