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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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의료선진국들이 큰 피해를 입는 가운데 한국은 유독 성공적인 대응을 보여주면서 ‘K-방역’은 해외 의료진과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아왔다. 하지만 2차·3차 대유행이 이어지고 ‘5인 이상 집합금지’라는 강력한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K-방역’의 효과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K-방역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울만한 자료가 공개됐다. KT는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시기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 7일 발표했는데, 강화된 방역조치로 인해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KT 디지털&바이오헬스P-TF가 실시한 이번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3일 시작된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인해 유동인구가 줄어들고 신규 확진자 수 증가세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해당 조치 시행 4일 전부터 서울시 인구 이동량이 증가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나, 집합금지가 시행 후 성탄절 연휴가 시작되자 급격한 감소세로 전환됐다. 가파르게 증가하던 신규 확진자 수도 인구 이동량이 감소세로 전환된 후 줄어들기 시작했다. 

유동인구를 줄여 감염병이 전파될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거리두기의 핵심적인 목표다. KT의 분석결과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강력한 방역조치가 이동량 감소와 확산세 둔화로 이어져 정확하게 목표를 달성했음을 보여준다.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따라 유동인구가 감소한 것은 최근의 현상만은 아니다. 실제 KT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차 유행과 8월 2차 유행 당시 인구 이동량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3차 유행기에는 1·2차 유행기보다 감소세가 둔화됐으나,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적절한 시기에 시행되면서 자칫 연휴를 맞아 느슨해질 수 있었던 방역의 끈을 다잡은 것이 효과를 봤다.

 

영국이 한국식 방역조치를 도입했을때 사망자 수 및 GDP 성장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한 결과. 'Model'은 실제 수치를, 'Track'은 한국식 방역조치를 도입했을 때의 추정치를 나타낸다. 자료=이상윤 교수 홈페이지 갈무리
영국이 한국식 방역조치를 도입했을때 사망자 수 및 GDP 성장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한 결과. 'Model'은 실제 수치를, 'Track'은 한국식 방역조치를 도입했을 때의 추정치를 나타낸다. 자료=이상윤 교수 홈페이지 갈무리

◇ '국민건강· 경제' 두 마리 토끼 잡은 'K-방역'

일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나치게 엄격한 방역 조치로 인해 필요 이상의 손해를 입고 있다는 것. 

하지만 강력한 방역조치가 꼭 경제적으로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퍼블릭 이코노믹스’에는 공중보건과 국가경제 간의 관계가 ‘트레이드 오프’ (trade-off,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관계)는 아니라는 내용의 논문이 게재됐다. 

엄상민 명지대학교 교수, 이상윤 영국 런던 퀸메리대 교수, 신용석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가 쓴 이 논문은, ‘K-방역’이 영국에 도입됐을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과 경제적 손실 모두 감소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영국과 한국의 차이는 방역의 강도에 있지 않다. 두 나라의 차이는 영국은 넓은 범위를 느슨하게 제한한 반면, 한국은 감염 위험이 높은 특정 활동을 강력하게 제한했다는 데 있다. 또한 단순히 엄격한 봉쇄조치를 일찍 도입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인 검사와 강력한 동선추적을 병행해야 ‘K-방역’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만약 영국이 한국과 동일한 방식의 방역조치를 도입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연구진은 지난해 10월까지 6만5000명을 넘어섰던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600명 이하로 감소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역대 최악을 기록한 영국의 2020년 GDP 성장률 또한 -11%에서 -0.5%로 상향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연구진은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확진자가 늘어나게 됨으로서 W형 불황을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결국 ‘K-방역’이 국민 건강을 위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는 선택이라는 인식이 잘못됐다는 뜻이다. 오히려 공중보건과 국가경제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으며 ‘K-방역’은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년간 경제와 보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한 ‘K-방역’이 설 연휴에도 효과를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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