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새봄이 오고 있다. 입춘(立春)이 지나서 봄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바람이였다. 차가운 바람은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바람이 인다. 꽃바람이 불어온다. 미미하고 소소한 바람이다. 새의 깃털도 흔들리지 않는 미묘한 바람은 한 줄기의 빛도 같이 왔다. 어디서 불어오는가. 어디인지 찾아보아도 아직 겨울 속에 들어있는 바람을 인지 할 수가 없다. 찹고 세찬 바람과 함께 사라졌던 꽃들을 찾아본다.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바람꽃이라는 예쁜 이름을 소환한다. 바람꽃속은 그리스어 아네모스(Anemos)에서 기인된 것으로 ‘바람의 딸’이라는 뜻을 가졌고, 바람처럼 잠깐 피었다가 꽃이 져 버리기 때문 이라고 한다. 다른 학설은 바람에 잘 흔들리는 가는 줄기를 가졌지만 잘 꺾이지 않는 특성으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버린 무심한 나그네 같은 대한민국의 바람꽃종류는 모양과 특성에 따라 19종이 서식하고 있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며 바람꽃속에는 바람꽃, 꿩의바람꽃 등 14종, 너도바람꽃속에는 너도바람꽃과 변산바람꽃, 풍도바람꽃 3종, 만주바람꽃에는 만주바람꽃 1종, 나도바람꽃속에는 나도바람꽃 1종 등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된 이름들이다.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두 눈을 감고 바람결을 따라 꽃바람의 냄새를 맡았다. 복수초와 같이 피어나며 순결한 하얀 꽃송이를 간직한 ‘변산바람꽃’이 제일먼저 다가왔다.  학명은 Eranthis byunsanensis B.Y. Sun. 으로 등재되어 있다. 속명 에란티스(Eranthis)는 라틴어 봄(er) 꽃(anthos)의 합성어로 ‘봄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종소명은 최초발견지인 변산반도를 말한다. 명명자는 선병윤교수로 1993년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한 대한민국 특산식물이다. 변산바람꽃이라고 해서 변산에만 서식하는 것이 아니라 지리산,마이산 등 전국에 분포되어있다. 변산에서 처음 발견되었기에 지명을 사용하는 것이다.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바람꽃 중에서 제일 먼저 피어 복수초와 함께 봄의 전령사로 알려져 있다. 지리산 언저리에도 며칠 전에 피었다. 해마다 보는 꽃이지만 20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 속에서도 살아있어 고맙고 감사하다. 당당하게 피어나는 자태에 감탄하고 당당함에 감동한다. 강한 에너지와 생존력에 머리가 숙여진다.

생존전략을 살펴보면 답은  뿌리에 있었다. 둥근 덩이뿌리가 발달되어 잘 저장된 영양분 덕분에 추위도 이기고 꽃을 피워내는 것이다. 하나 더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꽃잎이다. 보이는 하얀 색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다. 5~7장으로 형성된 꽃받침은 꽃잎처럼 보이고, 진짜 꽃은 깔때기 모양으로 끝에 노란빛이 도는 녹색이다. 꽃이 적으니 꽃받침을 크게 보여 벌 나비를 유인하려는 것이다. 꽃은 한 포기에서 하나씩 나온다. 꽃이 지고 잎이 나온다. 꽃잎은 퇴화하여 꿀샘으로 변했고, 초장은 10cm정도로 앙증스럽게 작다. 꽃받침은 둥근 모양으로 3~5cm정도의 귀여운 자태이다.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꽃말은 ‘비밀스러운 사랑’ ‘덧없는 사랑’ 이다. 추울 때 피고 금방 져 버리기 때문에 보기가 쉽지 않아 이런 꽃말이 되었다고 한다. 비밀스러운 사랑을 해야 하는 연유는 종교와 문화의 차이인가. 신비로움과 짜릿함인가. 덧없는 사랑은 무언가. 사랑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게 하고 따스한 봄날의 사랑을 그립게 한다. 새봄의 사랑 발람이 불어온다. 허공을 서성이던 찬바람은 방황을 끝내고, 따뜻한 꽃바람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꽃바람이 불어와 일렁이다가 천지로 퍼져나갔다. 꽃바람의 시작은 변산바람꽃 이다. 변산바람꽃을 시작으로 풍도바람꽃이 피어나고 다시 남바람꽃으로 릴레이가 시작된다. 바람꽃들과 함께 새봄을 맞이하여 보자.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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