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된 가짜뉴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된 가짜뉴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할 경우 구속까지 당할 수 있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언론매체의 기사를 악의적으로 조작한 이미지까지 첨부해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일간베스트, 디시인사이드 등을 통해 유포된 이 가짜뉴스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 국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것이며, 접종 거부 시 긴급 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총리는 13일과 14일 모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에 참여해 백신 접종 계획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전날 보도된 파이낸셜뉴스의 관련 기사를 변조한 가짜뉴스다. 지난 13일과 14일 중대본 회의에서 정 총리가 했던 모두발언 내용을 살펴본 결과, 백신 접종 거부 시 처벌하겠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 총리는 13일 회의에서 오는 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며 “정부가 투명하게 제공해드리는 정보를 믿고 백신 접종에 적극 참여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접종을 거부할 경우에 대한 발언은 없었다. 14일 회의에서는 “모든 시설의 이용자 한분 한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주셔야 안정된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다”며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발언을 했을 뿐이다.

파이낸셜뉴스의 기사도 마찬가지다. 정 총리의 모두발언 내용을 요약해 전했을 뿐, 접종 의무화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제목 또한 13일 “정세균, ‘거리두기 2단계로... 5인 이상 모임 금지 계속’”, 14일 “정세균, ‘내일부터 거리두기 완화..경각심 느슨해져선 안돼’”였다. 

반면 가짜뉴스는 “정 총리, ‘코로나19 백신 접종 내달 26일부터 시작... 접종 거부 시 긴급 체포”라는 제목을 하고 있다. 이미지 가운데에는 “백신 접종 거부하면 구속”이라는 부제목도 달려있다. 게다가 파이낸셜뉴스의 로고까지 그대로 노출해 실제 존재하는 기사인 것처럼 꾸몄다.

파이낸셜뉴스는 16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본지는 정부가 백신 접종 거부 시 긴급 체포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사실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파이낸셜뉴스는 이어 “그럼에도 최근 일부에서 정상적인 본지 기사를 악의적으로 변조해 유포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며 “경찰청 사이버수사국 고발 조치 및 허위사실 유포 또는 인용 등 범법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자료=질병관리청
자료=질병관리청

◇ 백신 접종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실제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현행법 상 백신 접종을 거부해도 처벌할 수는 없다. 다만 접종 순위가 뒤로 미뤄질 뿐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이하 추진단)은 지난달 29일 ‘코로나19 예방접종 2~3월 시행계획’을 발표하며 “코로나19 예방접종은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으로 본인 동의 기반 하에 접종 추진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진단은 이어 “백신 접종을 거부하여 예방접종을 기한 내 예약을 하지 않을 경우 예방접종 순위는 후 순위가 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예약 후 접종 당일 37.5℃ 이상의 발열 등 급성병증이 있는 경우에는 회복한 뒤 접종하기 위해 예약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집단면역을 확보하고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실제 지난 2017년 ‘안아키’ 사태가 논란이 되자 박인숙 전 의원이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부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자녀의 예방접종을 거부할 경우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함께 폐기됐다. 개정안에 담긴 처벌 수위 또한 과태료에 불과해, 가짜뉴스에 나온 ‘긴급 체포’, ‘구속’과는 거리가 있다. 

 

박인숙 전 의원이 지난 2017년 발의한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 '안아키'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박인숙 전 의원이 지난 2017년 발의한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 '안아키'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 일부 국가는 백신 접종 거부 시 처벌

물론 해외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나라도 없지 않다. 방역조치가 미흡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클 수록, 접종 의무화의 필요성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인도네시아에서는 백신 접종을 거부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령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 및 사회보조금 중단, 행정서비스 접근 금지 등의 처벌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접종 거부자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킨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 또한 지난해 12월 백신 접종을 거부할 경우 제재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구체적인 제재 내용은 정부당국이 결정해야 하지만, 접종 거부시 처벌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는 마련된 셈이다.

다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여전히 접종 의무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백신에 대한 불신과 부작용에 대한 공포가 높은 상황에서 접종을 강제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 케이트 오브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백신 접종부 디렉터는 지난 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는 잘못된 길”이라며 “의무화보다 백신의 장점을 알려 사람들의 접종을 독려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 또한 백신 기피현상에도 불구하고 접종 의무화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라고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을 국가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경우는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지난달 4일 기자회견에서 “주말까지 할당된 백신 물량을 소진하지 못하는 의료기관에 최대 10만달러의 벌금을 물리고, 추후 백신 물량을 배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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