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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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만 달러를 돌파하며 전 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비트코인의 급등세 배경에는 전기차 업계 1위 테슬라의 대규모 투자가 놓여 있다. 테슬라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에 15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테슬라가 보유한 현금준비금의 약 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 테슬라의 결정은 성공적인 투자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이한 점은 이 비판이 재무적인 관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를 비판하는 전문가들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관점에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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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 ESG 기업 테슬라, 비판받는 이유는?

ESG 경영은 환경보호와 사회공헌,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을 고려한 경영방침을 뜻한다. 이처럼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한 경영전략이 최근 들어 다수의 기업에게 도입되고 있는 것은, ESG를 배제한 경영이 엄청난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활동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높아지면서 환경오염이 심한 사업을 운영하거나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기업, 또는 내부적으로 특정 인종·성별 등을 차별하는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ESG를 도외시한 경영은 여론의 비판을 넘어 집단적인 불매운동이나 정부의 규제, 심지어 금융계의 투자 중단 등 막대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테슬라 또한 환경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기차 산업의 1위 기업인만큼 ESG 경영을 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실제 테슬라는 모든 협력사에 탄소배출 저감을 요구할 정도로 강력한 ESG 경영에 나서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또한 최근 1억 달러의 상금을 걸고 탄소포집 기술 경연대회를 여는 등 환경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 투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테슬라가 ESG 경영과 모순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전력소모가 발생해 오히려 탄소배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로이터는 지난 10일 “일론 머스크는 청정에너지를 원한다면서 더러운 비트코인 가방을 메고 있다”며 비판적인 기사를 내기도 했다.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연간 전력량. 자료=디지코노미스트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연간 전력량. 자료=디지코노미스트

◇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소모량은 국가 수준

종이나 금속이 필요한 현금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카드와 달리 암호화폐를 발행하는데는 아무런 재료가 필요하지 않다. 오로지 전자적으로 존재하는 암호화폐인 만큼 환경문제로 비판을 받는다는 사실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문제는 비트코인과 같은 대표적인 암호화폐들이 발행되는 방식이 ‘채굴’이라는 과정을 거친다는데 있다. 채굴은 암호화폐의 거래내역을 기록하는 블록을 생성하는데 기여한 대가로 암호화폐를 얻는 행위를 뜻한다. 초기에는 채굴 난이도가 높지 않아 채굴에 드는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점차 난이도가 높아지는 특성 상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됐고 그에 따라 소모되는 전력도 늘어나게 됐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채굴에 대체 얼마나 많은 전력이 소비되고 있을까? 암호화폐 전문 웹사이트 ‘디지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36.95Mt으로 뉴질랜드가 연간 배출하는 양보다 많다. 연간 소비전력은 77.78Twh로 칠레와 맞먹는 수준이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대안금융센터(CCAF)의 추정치는 이보다 더 높다. CCAF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연간 전력량은 총 121.36Twh로 아르헨티나를 넘어 노르웨이에 근접하고 있다. 

다른 결제수단과 비교해도 비트코인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디지코노미스트는 비트코인 블록을 추가로 하나 더 생성하는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약 303.36kg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67만2346회의 비자 결제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에 해당한다. 전통적인 결제수단이 오히려 나중에 개발된 비트코인보다 친환경적이라는 뜻이다. 

 

자료=캠브리지대학 대안금융센터(CCAF)
암호화폐 채굴에 소모되는 에너지 비중. 자료=캠브리지대학 대안금융센터(CCAF)

◇ 채굴 전력 39%는 재생에너지? 끝나지 않은 논쟁

물론 비트코인으로 인한 탄소 배출이 과장됐다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CCAF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글로벌 가상자산 벤치마킹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암호화폐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의 39%가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암호화폐 채굴업자의 76%가 소비 전력 중 일부를 재생에너지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특히 수력에너지를 사용한다고 답한 경우가 62%로 가장 많았다.

암호화폐 업계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일수록 에너지 시장의 변화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암호화폐 시장에 더 활성화돼 저비용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높아진다면, 전통적인 발전방식이 점차 도태되고 재생에너지 시장의 기술경쟁도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CCAF의 자료만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기후친화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암호화폐가 재생에너지를 소비하는 만큼, 다른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 줄어들어 탄소배출이 많은 발전방식을 더 많이 가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비중이 높은 수력발전의 경우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증거기반경영센터(CEBMA)의 마틴 워커 국장은 지난 5일 런던정경대학 블로그에 기고한 칼럼에서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의 상당 부분을 재생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채굴업자는 여전히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비트코인 채굴이 중국에 집중돼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수력발전의 계절 편차 때문에 석탄발전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암호화폐와 ESG 원칙은 양립하기 어렵다”며 “포트폴리오 일부를 암호화폐로 구성하려는 주류 자산운용사 및 연금기금은 ESG 기준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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