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 취소법 논란, 해외 의료법 비교해보니
의사면허 취소법 논란, 해외 의료법 비교해보니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2.23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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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세균 국무총리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정세균 국무총리 페이스북 갈무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의사 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이번 개정안을 다른 전문직종에 적용되는 규제와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의 면허 취소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의사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면허가 취소됐지만, 2000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의료행위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한 경우로 취소 사유가 축소됐다. 

이번 개정안은 축소된 의사 면허 취소 사유를 의료뿐 아니라 모든 범죄를 대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2000년 개정 이전으로 의료법을 되돌려놓는 셈이다. 다만 업무상 특성을 고려해 의료행위 중 과실로 인한 처벌에 대해서는 면허를 취소하지 않는다. 

의협은 의료법 개정 시도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은 한국의료시스템을 더 큰 붕괴 위기로 내몰 것이 자명한 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은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전국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이어 법안이 법사위 문턱을 넘을 경우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지원, 코로나19 백신접종 협력지원 등 국난극복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는 의협 13만 회원들에게 극심한 반감을 일으켜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타 직종·해외, 면허 취소 사유 더 엄격해

하지만 의협의 이 같은 강경대응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의사와 달리 다른 전문직종은 이전부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실제 변호사의 경우 변호사법 5조에 따라 범죄의 종류와 관계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등은 변호사로 활동할 수 없다.

법무사와 공인회계사, 관세사 등도 관련 법령에 변호사법과 유사한 결격사유가 포함돼있다. 약사·변호사·법무사·변리사·관세사·회계사·세무사·건축사·감정평가사 등 10개 전문직 대부분이 비슷한 결격사유를 적용받고 있으며, 면허 박탈 기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우 ▲심신장애 ▲마약·대마중독 ▲벌금 이상의 형 ▲의료행위 관련 범죄 및 부정행위를 면허취소 및 3년 이내 의료업 정지처분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고형 이상으로 취소사유를 제한한 한국에 비해 좀 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주별로 의료법에 차이가 있지만 의사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의무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주에서 의사 면허의 조건으로 “선량한 도덕적 성격”을 명시하고 있으며, 의료행위와 관련이 없더라도 형사범죄를 저지른 경우 면허교부가 불허된다. 독일 또한 의사가 형사피고인이 될 경우 판결 확정 전까지 면허가 정지된다. 

 

사진=김근식 국민의힘 전략실장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김근식 국민의힘 전략실장 페이스북 갈무리

◇ 의협 ‘총파업’ 예고, 여야 모두 외면

한편 의협의 파업 예고에 당정은 물론 야당도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의료법 개정안 반대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코로나19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라 경고한 것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의협은 마치 교통사고만 내도 의사면허가 무조건 취소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성공적 백신 접종을 위해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때다. 절대로 특정 직역의 이익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정부가 의료계와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정은 22일 “코로나 사태가 계속 되고 의사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의사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법을 왜 시도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여당 단독이 아닌 여야 합의로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개정안의 내용이나 의협의 파업 예고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략실장은 22일 페이스북에서 “(여당은) 지난 의사파업 보복이라는 오해를 살수도 있음을 감안, 좀 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파국을 피하는 지혜를 보이기 바란다”면서도, 의협에 대해 “변호사 등 전문직과 비교해도 면허취소 규정이 과도하지 않은데도, 코로나 백신 접종까지 거론하며 파업운운하는 건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이어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가장 고생하는 의사들인 만큼, 이해관계는 뒤로 미루고 코로나 위기극복에 헌신하는 자세로 유종의 미를 거두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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