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아닌 ‘기후정의’ 실현하자
‘녹색성장’ 아닌 ‘기후정의’ 실현하자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2.25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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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경제성장이 아닌 기후정의를 위한 법이 필요하다”

25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탄소중립이행법안 마련을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고 관련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국회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양한 법안이 발의돼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논의된 법안은 ‘탈탄소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정책 특별법안’(심상정 정의당 의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안’(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후위기대응법안’(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후위기대응 기본법안’(유의동 국민의힘 의원) 등 4건이다.

환경단체들도 국회의 움직임에 발맞춰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안 마련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의 연대기구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24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후정의 실현과 탈탄소 사회 전환 기본법’(이하 기본법)의 제정을 국회에 제안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녹색성장류의 기업과 기술 지원 중심의 법안이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제기준에 따라 명확히 법제화하고 ‘경제성장’이 아닌 ‘기후정의’ 실현을 중심에 둔 입법이 필요하다”며 기본법 제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회색산업과 기술을 단순히 녹색산업과 기술로 대체하면서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방식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며 “기후변화를 야기한 책임이 있는 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중심이 아니라, 그로부터 피해를 받는 사람들의 권리 보호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1990년 대비 GDP 및 온실가스 배출량 변동 추이. 자료=그랜덤 기후변화 및 환경 연구소
영국의 1990년 대비 GDP(빨간선) 및 온실가스 배출량(파란선) 변동 추이. 자료=그랜덤 기후변화 및 환경 연구소

◇ ‘기후변화법’ 영국의 성공, 미국의 실패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국회의 입법 노력 또한 함께 추진돼야 한다. 실제 해외 주요국가들은 이미 기후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춘 법안을 제정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 2008)을 제정하고 이듬해부터 시행 중이다. 이 법안은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80% 감축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위원회 설립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5년 단위 탄소예산 계획 수립 ▲국제항공·해운을 온실가스 감축 대상에 포함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실시 ▲민간업체에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 보고 의무 부과 등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수단도 함께 명시했다. 

런던정경대학 그랜덤 기후변화 및 환경연구소는 2018년 발표한 ‘기후변화법 그 후 10년’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법으로 인해 기후 위기가 핵심적인 정치 현안으로 부각되고, 그에 대한 정치적 논의의 방식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위원회의 연간 보고서와 5년 주기의 탄소예산계획을 통해 정치권의 논의가 명확한 초점과 구체적인 자료를 토대로 진행될 수 있었고, 덕분에 모호한 구호와 불분명한 정책이 아닌 정확한 진단과 세밀한 조치가 가능했다는 것. 국제무대에서 영국이 주도적으로 기후위기 논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위상을 획득했다는 것도 기후변화법의 또 다른 성취 중 하나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또한 지난 2009년 기후변화법을 발의했으나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법제화에 실패했다. 이 법안은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20%, 2050년까지 83% 감축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고 전력의 25%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할 것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 1기의 핵심 목표 중 하나였던 이 법안은 석유기업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부결됐다. 미국석유협회가 원유생산지인 남부 지역에서 벌어진 반대 집회를 적극 지원했고, 법안 통과에 따른 실업 및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0년 중간선거에서 기후변화법에 회의적인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서 추가적인 입법 시도도 중단됐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자료=E-나라지표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자료=E-나라지표

◇ 국내 기후 관련 법안, '인권'보다 '성장' 중심

국내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이미 지난 2010년부터 시행 중이다. 해외 기후위기 관련 법제의 영향으로 탄생한 이 법안은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저탄소 녹생성장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실제 2010년 6억5632만톤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7억2763만톤으로 늘어났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법안보다 개선된 새로운 기후위기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제안한 기후정의 기본법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권고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50%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등 이전보다 구체적이고 강화된 목표가 담겨 있다. 

또한 이들은 ‘녹색성장’이 아닌 ‘기후정의’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후위기를 일으킨 기존의 경제성장중심의 사회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기후변화에 더 큰 책임이 있는 계층과 더 큰 피해를 받고 있는 계층 사이의 불의를 바로잡는 ‘기후정의’ 실현이 시급하다”며 “인권에 기반한 접근을 통해, 모든 사람은 기후위기 대응과 피해로부터의 보호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보유자’이며, 국가와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할 책임을 지닌 ‘의무의 담지자’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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