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갈무리
사진=유튜브 갈무리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백신과 관련된 가짜뉴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가 직접 백신의 안정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멈추지 않는 ‘인포데믹’(정보전염병) 확산으로 인해 백신 접종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어떤 백신이든 백신의 안전성을 정부가 약속하고 책임진다”며 “정치권과 언론도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가짜뉴스들을 경계하면서 안정된 백신 접종을 위해 적극 협조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가장 먼저 백신 관련 가짜뉴스를 언급하며 협조를 요청한 것은 그만큼 가짜뉴스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서울시 노원구 보호소에서 요양보호서 이경순 씨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백신과 관련된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메신저앱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인천에서는 60대 A씨가 코로나19 백신에 마이크로칩이 숨겨져 있어 접종을 받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내용의 벽보를 붙였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대전에 있는 한 교회에 방문했다가 벽보를 받아왔다고 진술했다. A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조직적인 가짜뉴스 유포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가짜뉴스 영상. 사진=유튜브 갈무리
코로나19 백신이 악마의 징표라고 주장하는 가짜뉴스 영상. 사진=유튜브 갈무리

이 밖에도 백신 접종에 대한 공포감을 조장하는 가짜뉴스가 밴드, 카카오톡,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들은 코로나19 백신이 치매나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거나, 백신을 접종받으면 마이크로칩이 몸에 이식돼 누군가의 조종을 받게 될 것이라는 등의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이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낭설이라는 점이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24일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방 백신 물질은) 뇌까지 도달할 수 없고 우리 세포핵까지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치매나 유전자 변형)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또한 25일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지금까지 어떤 백신도 치매를 유발한 적도 없고 코로나 백신이라고 해서 치매를 유발할 만한 성분이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가짜뉴스가) SNS 등을 통해 어르신들끼리 주고받는 상황이 계속되는데, 자녀분들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줘서 백신 접종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달라”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화이자 백신과 관련해 접종 방법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화이자 백신은 1병당 5회 접종이 권고사항이지만 특수주사기를 사용할 경우 이를 6~7회까지 늘릴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부족한 백신 수급을 감추기 위해 정부가 ‘꼼수’를 쓰고 있다거나, 백신에 식염수를 타서 양을 늘리고 있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된 것.

 

사진='블라인드' 갈무리
사진=블라인드 갈무리

실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화이자 백신 1병당 7회 접종하는 것은 “오병이어의 기적”과 다름없다며. 제조사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회 접종 후 잔량이 너무 적으면 ‘꼼수’ 부리지 말고 버리라고 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 또한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화이자 백신 1병당 7회 접종이 가능하다는 것은 제조사인 화이자뿐만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공식 발표한 내용이다. 또한 정부가 1병당 7회 접종을 현장 의료진에게 권장하거나, 의무사항으로 지정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FDA는 지난해 12월 17일(현지시간)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1병에 5회 접종 분량 이상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현재의 공중보건 위기상황을 고려해 1병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백신(6회분, 또는 가능하다면 7회분)을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다만 FDA는 여러 병의 잔량을 모아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1회 접종에 모자라는 양이 남은 경우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이자/바이오앤텍 백신 사용 지침. 자료=화이자
화이자/바이오앤텍 백신 사용 지침. 자료=미국 식품의약국(FDA)

백신 용량을 늘리기 위해 식염수를 섞는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애초에 화이자 백신은 원액에 일정 비율의 식염수를 섞어서 희석시킨 뒤 접종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제조사의 백신 접종 지침에도 원액 0.45ml에 0.9% 농도의 식염수 1.8ml를 타서 희석한 뒤, 전체 분량을 0.3ml씩 나눠 접종하라고 명시돼있다. 

희석 후 백신 병에는 총 2.25ml의 분량이 남기 때문에 단순 계산으로는 7회까지 접종할 수 있다. 다만 일반주사기를 사용할 경우 피스톤과 바늘 사이의 공간에 사용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백신이 남기 때문이 이를 다 활용할 수 없다. 하지만 바늘과 피스톤 사이의 공간을 최소화한 최소잔여형(LDS) 주사기를 사용할 경우 최대 7회까지 접종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경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지난달 27일 “일반적으로 (백신 병에는) 접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분 등을 고려해 여유분이 일정 부분 포함돼 있다”며 “일반주사기를 사용했을 때를 상정하고 용량이 들어있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잔여형 주사기를 사용했을 때는 잔여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경우에 1병당 7회 접종이 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LDS주사기를 사용하는 현장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라 5~6회에 그칠 수도 있다. 정부 또한 1병당 접종 횟수는 현장 의료진의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정 반장은 “백신 병당 여유분의 양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사용하는 현장에서 상황에 따라 잔여량이 달라질 수 있다”며 “잔여량 접종과 관련해서는 현장 상황에 따라서 판단을 하는 것이고, 잔여량 접종 자체가 의무사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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