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4일) 이후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사퇴했다. 당정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와 마찰을 빚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던 윤 총장의 전격 사퇴 소식에 주요 언론들은 다양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표명했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어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윤 총장이 사의를 밝힌 지 약 1시간 만에 이를 수용하고, 뒤이어 검사 출신인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도 수리했다. 신 수석은 청와대와 검찰 간의 소통을 위해 발탁됐으나, 최근 검찰 인사를 두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다 사의를 밝힌 바 있다.

이로서 윤 총장은 지난 2019년 7월 취임한 지 20개월, 신 수석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자리를 비우게 됐다. 당정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맞서온 핵심 인물들이 떠나는 만큼 언론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시선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빅카인즈에서 ‘윤석열’을 검색한 결과, 윤 총장이 사의를 밝힌 지난 4일부터 오늘(5일)까지 보도된 기사는 약 1300건을 넘는다. 윤 총장이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직접적으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비판한 지난 2일(295건)과 3일(521건)에도 많은 기사가 보도됐지만, 사의를 표명한 4일에는 무려 하루 동안 847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윤 총장 관련 기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연관 키워드는 ‘중수청’이었다. 중수청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별도 기관으로 여권이 신설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중수청이 신설되고 기존에 검찰이 담당했던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이관되면 검찰개혁의 핵심인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제도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윤 총장은 지난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사회적 강자와 기득권의 반칙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며 “이것은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라고 이례적으로 큰 목소리를 냈다. 윤 총장은 “입법이 이뤄지면 치외법권의 영역은 확대될 것이다. 보통 시민들은 크게 위축되고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부패완판’(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것)과 같은 용어도 윤 총장 기사 관련 핵심 연관 키워드로 나타났다. 특히 부패완판은 지난 3일 윤 총장 발언에서 시작된 신조어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며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기사량 추이. 자료=빅카인즈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기사량 추이. 자료=빅카인즈

◇ 검찰개혁 논란, 언론이 본 ‘책임’ 소재는 어디?

한편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조선일보·중앙일보 등 보수성향 매체와 경제지 등은 당정청을 향해 ‘검찰 길들이기’를 그만두라며 비판의 날을 세운 반면, 한겨레·한국일보 등 진보·중도성향 매체는 이번 사태로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윤 총장을 향해 칼끝을 돌렸다.

조선일보는 5일 “정권불법 수사 윤 축출에 성공한 문, 법치와 정의는 패배했다”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문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윤 총장이 임기를 4달여 남기고 사퇴한 것은 문 정권의 집요한 검찰 총장 몰아내기의 결과”라며 “그동안 네 차례의 인사 학살, 세 차례 지휘권 발동, 총장 징계 청구 등이 있었다. 급기야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으로 전체 검사들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 총장도 더는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윤 총장 축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검찰총장 자리에 정권 불법 수사를 원천 봉쇄해온 수족 검사를 임명할 것”이라며 “권력형 비리 수사는 전부 흐지부지될 것이고, 검찰 수사권 박탈 협박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겨레는 윤 총장이 사퇴한 지난 4일 사설에서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윤 총장의 이런 인식은 실제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검찰총장이 임기 도중 사퇴할 이유가 될 수 없다”며 “벌써부터 윤 총장의 대통령선거 출마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은 ‘검찰의 중립성’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어 “윤 총장은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부패한 것과 같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왔다. 그런 그가 임기 도중 사퇴하고 정치에 뛰어든다면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며 “현직 때의 권한 행사가 정치적 고려로 이뤄졌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고, 향후 검찰의 행보에도 정치적 불신이 드리울 수밖에 없다. 검찰의 신뢰성에 치명타”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과 당정 모두 검찰개혁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 성급하고 미숙한 대처를 보였다는 양비론도 나온다. 서울신문은 4일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공무원으로 법안에 불만이 있으면 국회와의 면담이나 당정협의 등 공식적 자리에 의견을 전달해야지 언론들과의 인터뷰로 대국민 여론전을 벌여선 안 된다”며 “윤 총장의 이런 행태는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정치인들의 선동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여당에 대해서도 “중수청 설치 속도전도 지나치다”며 “검찰의 6대 수사권이 경찰로 이전됐을 경우에 발생할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는데 ‘3월 발의, 6월 처리’라는 로드맵을 정해 놓고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이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거대 여당의 독주로 비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또한 5일 사설에서 “검찰총장이 사퇴 후 정치인이 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윤 총장을 비판하면서도 “나쁜 선례를 만든 데에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검찰개혁과 맞지 않는 인물을 발탁해 적폐 청산의 도구로 쓴 것이 문제의 시작이겠지만, 법무부가 인사권을 동원해 윤 총장 측근과 정권 관련 수사팀을 잘라내고 절차를 어기며 총장 징계를 추진하는 등 검찰총장을 찍어내려다 그의 무게만 키워주었다”며 “검찰 갈등 이슈를 신속히 마무리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2차 검찰개혁과 정권 관련 수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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