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인터넷이 보급된 시대, 개인의 의견이 국민적 어젠다로 발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등 네티즌 커뮤니티의 결실이다. 하지만 국민청원은 20만 명의 동의를 얻어야 해, 공론화되지 못한 안건은 공중으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벗어나 화제성이 부족한 의견에도 힘을 실어주는 서비스가 있다. 2016년 3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설한 국민정책참여플랫폼 ‘국민생각함’이다. 이곳에 게재되는 의견은 반응이 저조하더라도 당국이 모니터링하며 정책에 반영하기도 한다. <뉴스로드>는 우리 사회의 공공선 확장 차원에서 관련 사안을 발굴해 보도한다.

국민생각함에서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개선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가 8일까지 진행된다. 네티즌 A씨는 표지나 핑크카펫, 임산부 배지 등으로 배려를 유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임산부들이 앉기 힘든 현실이라며 이 같은 의제를 제안했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은 2013년 12월 서울에서 처음 도입됐다. 초기 임산부가 교통약자석에서 주변 승객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 사례가 있어, 전용 배려석을 마련한 것이다.

문제는 임산부가 착석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승객이 적을 때는 배려석이 비워져 있을 때가 많지만, 출퇴근 등 혼잡한 시간대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자 역시 만원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남성이 앉아 있는 모습을 흔히 목격했다.

임산부 배려 인식이 낮다는 통계도 있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임산부와 일반인 각각 15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4.1%는 배려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배가 나오지 않아 티가 안나서’를 사유로 꼽은 응답자는 54.3%에 달했다.

A씨는 “배려석에서 임산부를 보기 어렵다”며 “자리 양보를 요구하는 분을 못봐, 빈자리를 찾아다니느라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잔여 임산부 배려석 표시 제도’ 실시에 대해 공감을 구했다. 좌석 점유 여부를 객차 내 전광판에 나타내면, 임산부들이 수고를 덜 것이라는 설명이다.

네티즌 A씨는 지하철 객차 내 전광판에 잔여 임산부 배려석을 표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 사진=국민생각함 웹사이트

이번 설문조사에는 8일 오전 10시 기준 남녀노소 네티즌 122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54.9%는 A씨의 취지에 공감했지만, 나머지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생각을 보탰다.

네티즌 B씨는 “의도는 좋지만, 객차 내에서만 잔여 좌석을 알리면 임산부가 인파를 뚫고 가기에 어려울 것 같다며” “모바일앱을 통해 탑승 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 실효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배려석을 모두 없애고 대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C씨는 “현재 이용 실태를 보면, 임산부 배려석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임산부가 눈치 보지 않도록 차라리 전용 칸을 만드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기존 임산부 배지를 개선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D씨는 “임산부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배려석에 빛나는 전구를 설치하고, 배지를 소지한 임산부가 가까워지면 소등돼서 스스로 양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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