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바람꽃.
남바람꽃.

 

따뜻한 화신풍(花信風)이 감미롭다. 꽃바람이 불어온다. 바람결을 따라서 꽃바람의 냄새를 맡았다. 봄의 기운이 파란 하늘빛을 안고 대지를 감싼다. 꽃물결에 바람이 불어온다. 찬바람과 함께 사라졌던 꽃들이 찾아왔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버린 무심한 나그네 같은 바람꽃들을 봄바람과 함께 다가오니 세상이 환하다. 

남바람꽃.
남바람꽃.

 

바람꽃 중에서 아름다운 요정이며 여왕이라고 극찬하는 ‘남바람꽃’을 만나본다. 학명은 Anemone flaccida  F.Schmidt이다. 속명 아네모네(Anemone)는 그리스어로 아네모네스(Anemos)에서 유래했는데 ‘바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종소명 플라치다(flaccida)는 ‘유연하다’ 라는 뜻이다. 싱그럽고 정겨운 꽃샘바람이 미소 지으며 불어오면 초록빛 융단에 한 올 한 올 용솟음치듯 꽃이 피어난다. 단아한 꽃송이에 붉은빛으로 채색된 정갈하고 고결한 자태이다. 초장은 20㎝ 정도로 적은편이다.

꽃은 4월에 2~3송이가 피어난다. 연한 분홍색의 꽃받침이 5~7개인데 앞면과 달리 뒷면이 붉은 빛이 있는 것이 독특하다. 붉은 빛은 꽃망울 일 때 가장 진하다가 서서히 희미해진다. 그래서 ‘뒷 자태가 아름다운 꽃’이라고 한다. 그러나 ‘꽃이라 하는 것은 꽃받침’이다. 꽃받침은 꽃잎을 보호하려는 부속기관인데 퇴화되었고, 많은 수술과 보리알 같은 암술이 6~7개 정도이다. 꽃잎과 꽃받침의 구별은 꽃잎 밑에 아무것도 없으면 꽃받침이라고 한다. 큰꽃으아리, 산딸나무 등도 그렇다.

남바람꽃.
남바람꽃.

 

남바람꽃 이름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구례군 광의면 출신인 박만규 박사가 1942년 4월7일 구례군 구례읍 북방정(北方町) 상수리 밭에서 발견에서 처음 발견하여 ‘남바람꽃’이라고 명명 하였다. 그런데 1949년에 「우리나라 식물명고」에서는 ‘봉성바람꽃’이라고 바꾸었다. 봉성은 구례의 별칭이니 구례에서 처음 발견되었음을 강조 하려는 애향심으로 보인다. 무슨 연유인지 1974년 한국쌍자엽식물지 에 ‘남방바람꽃’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한편 2006년 제주도 한라산에서 미 기록종 바람꽃이 발견되어 한라바람꽃이라고 하였는데 알고 보니 남바람꽃 이였다. 2007년 이상태박사의 아열대 농업 생명 과학 연구지에서도 남방바람꽃 이라 하여 이 명칭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남방바람꽃과 남바람꽃의 명칭논쟁은 국가표준식물목록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2020년 4월 9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남바람꽃’으로 등재되어 처음 명명된 이름을 찾게 되었다. 

남바람꽃.
남바람꽃.

 

농림축산식품부령 제419호에 희귀식물 위급종(CR)으로 지정 고시되어 있다. 전남 구례군 오봉산을 비롯하여 제주도 해안동, 전북 순창군 회문산 경남 함안군 대산면의 4개소에만 서식지가 발견된 희귀종이다. 처음 발견된 구례의 서식지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홀연히 사라져 안타까움을 안겨주었다. 다행히 72년만인 2014년 이원규시인이 섬진강변 오봉산에서 발견하여 다시 알려지게 되었다.

정갈하고 단아한 꽃송이는 뒤태의 색채가 타지역 남바람꽃 보다 선명하여  아름다운 자태를 담으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심하게 훼손되어 멸종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남바람꽃을 지키기 위하여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구례남바람꽃보전위윈회’를 설립하고 구례군에서 사유지를 매입하여 휀스 설치를 하는 등 보전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다행이다. 

남바람꽃.
남바람꽃.

 

꽃말이 ‘천진난만한 여인’이다. 바람꽃 대부분이 사랑과 연관이 있지만 남바람꽃은 천진난만한 여인이라고 했다. 단아하고 정숙한 자태가 세상물정 모르는 천진하고 순진한 구례여인이다. 천진난만한 여인을 아껴주고 보호하자. 저 순박한 모습, 저 순진한 미소, 저 순결한 자태, 오래오래 볼 수 있도록 말이다.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