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번역기는 아직 생소한 순우리말까지는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웹·앱 번역 서비스는 전문 영역 번역에 도움을 줄 정도로 품질이 향상됐다. 일상에서 외국인과의 회화나 영자신문 읽기에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번역기로는 ‘네이버 파파고’ ‘카카오i 번역’ ‘구글 번역’ 등이 있다.
번역기는 우리말을 외국어로 옮길 때나, 그 반대의 용도로 쓰인다. 우리말 뜻을 가진 각국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번역기에 ‘나는 기사를 쓴다’는 문장을 입력하면, ‘I(나는) write(~를 쓴다) an article(기사)’로 변환된다.
이 문장에서 ‘나’와 ‘쓴다’는 한자가 없는 순우리말이다. 어떤 번역기든 이처럼 흔히 알려져 있는 순우리말은 문제 없이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너나들이’ ‘아스라이’ 등 국민들도 낯설게 느끼는 순우리말은 어떨까. 기자는 그 궁금점을 해소하기 위해 번역기의 순우리말 이해도 시험을 시작했다.
검증 대상으로 삼은 순우리말은 ‘수나롭다’ ‘너나들이’ ‘몰몰’ ‘쪼로니’ ‘안다미로’ ‘또바기’ ‘아스라이’ ‘시나브로’ 등 8개다. 이는 지난해 10월 9일 한글날, 서울시가 훈민정음 반포 574돌을 기념해 소개한 ‘잊혀 가는 순우리말’이다.
시험 결과, 번역기 3종은 해당 순우리말들을 1개도 해석하지 못했다. ‘수나롭다’는 ‘무엇을 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이 없이 순조롭다’는 뜻을 지닌 말이다. 파파고는 ‘It's too much(그건 너무 심하다)’ 카카오i 번역은 ‘be a tough one(힘든 ~가 되다)’ 구글 번역은 ‘Unpleasant(불편한)로 번역했다.
문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번역기들은 ‘수나롭다’를 사용한 문장인 ‘머리를 쓰면 쓸수록 수나롭게 돌아간다’를 The more I use my head, the worse it turns(머리를 쓰면 쓸수록 더 나빠진다)로 이해했다. ‘Smooth’로 대체할 수 있을 법한 문맥이지만, 본래 의미대로 번역되지 않았다.
기자가 임의로 고른 순우리말 ‘톺아보다’도 모든 번역기가 잘 알아 듣지 못했다. 이는 ‘샅샅이 톺아 나가면서 살피다’라는 뜻을 지녔지만, 파파고는 ‘look at the top of one's(윗부분을 살피다)’로 변환했다. 구글 번역은 ‘Look at(~를 살피다)’로 비슷한 의미로 번역하는 데 성공했다. 카카오i 번역의 경우 ‘ah bor’라는 의미불명의 결과를 제시했다.
번역기가 낯선 순우리말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까닭은, 대중매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번역기 성능 고도화에 책이나 신문기사 등 상투적인 표현을 쓰는 문헌을 주로 참고한다. 이 과정을 ‘기계학습’이라고 한다. 번역기가 ‘Look at’을 ‘~를 살피다’로만 인지해, 유사하거나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은 배제하는 셈이다.
또는 대체할 표현이 없는 외래어로 판단했을 때 번역기가 오류를 일으키기도 한다. 카카오i 번역이 ‘톺아보다’를 ‘ar bor’로 번역한 사례가 해당한다. 실제로 번역기 3종은 ‘아스라이’ 등 일부 우리말을 ‘asrai’처럼 발음대로 바꿨다. 한국에서 놀이기구 ‘시소(seesaw)’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는 것과 같다.
국민도 낯설게 느끼는 순우리말을 번역기가 모르는 현상은 부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치’ ‘비빔밥’ 등 명사는 발음대로 해외에 전해져 우리 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동사나 형용사 중에 현지 언어로 대체가 충분히 가능한 표현은 번역기 개선에 반영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