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위험군 및 자살 생각 증가 추이. 자료=보건복지부
우울 위험군 및 자살 생각 증가 추이. 자료=보건복지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전 국민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청년·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우울증이 확산되면서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취약계층이 코로나19에 더 영향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 위험군은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8년 3.8%에서 지난해 9월 22.1%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살을 생각했다고 응답한 사람도 4.7%에서 13.8%로 3배가량 늘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고립감, 경제적 어려움과 고용 불안, 재택 시간 증가에 따른 가족 간의 갈등 등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다양하다. 문제는 이러한 악영향이 특히 취약계층에게서 더욱 잘 발견된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와 2020년 상반기를 비교한 결과 우울증 환자 수가 많이 증가한 집단은 20~30대 여성이었다. 이 기간 전체 우울증 환자 수는 여성과 남성이 각각 6.1%, 4.0% 증가했지만, 20대 여성의 증가율은 39.5%, 30대 여성은 14.8%로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증가율이 낮지만, 사회적으로 아직 안정되지 못한 청년층(20대 12.6%, 30대 12.8%)에서 증가율이 두드러졌다는 점은 동일하다. 

소득별로 봐도 취약계층의 정신건강이 코로나19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상위 30%(소득 8~10분위)의 우울증 진료 환자 증가율은 2~4%였던 반면, 3분위(하위 20~30%)는 15.2%나 증가해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2019년 상반기, 2020년 하반기 건강보험 청구 인원. 자료=신현영 의원실
2019년 상반기, 2020년 하반기 건강보험 청구 인원. 자료=신현영 의원실

◇ 정신건강 예산 874억원 증액, WHO 기준에 미흡

‘코로나19 블루’가 확산되자 정부도 관련 예산을 증액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정신건강 복지 예산은 총 4065억원(예산 2768억원, 기금 129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74억원(27%)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은 크게 예산(일반회계, 특별회계)과 ▲기금(국민건강증진기금, 국민연금기금, 응급의료기금)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일반회계 내 정신보건예산은 1633억원으로 전년 대비 50.5%나 증액됐다. 지난해 정신병원 등 관련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수차례 발생하면서 감염관리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증액된 일반회계 내 정신보건예산은 ▲정신요양시설 운영지원 912억원 ▲정신보건 시설확충 131억원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37억원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 17억원 등 정신건강 관련 시설 확충 및 지원에 집중 투입된다.

특별회계 내 정신보건예산은 1136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늘어났는데, 이는 5개 국립정신병원 운영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국민건강증진기금 내 정신보건예산은 129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1.3% 늘어났다. 이 중 가장 많은 919억원이 정신건강 증진사업에 배정됐는데, 이 사업을 통해 12개 광역지자체에서 지역별 여건을 고려한 정신건강 통합 서비스가 개발·제공될 예정이다.

한편, 전체 보건예산 중 정신보건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4%에서 올해 2.7%로 0.3% 증가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고 있는 5%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가적인 관련 예산 확보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 개요. 자료=보건복지부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 개요. 자료=보건복지부

◇ 정부, 5년간 정신건강 복지에 2조원 투자

정부는 올해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국민 정신건강 복지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1월 ‘온국민 마음건강 종합대책’(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은 발표하고, 향후 5년간 연 평균 4000억원씩 총 2조원을 정신건강 복지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전 국민 정신건강 증진 ▲정신의료 서비스·인프라 선진화 ▲지역사회 기반 정신질환자 사회통합 추진 ▲중독 및 디지털기기 이용장애 대응 강화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 ▲정신건강정책 발전을 위한 기반 구축 등 6대 전략을 중심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대국민 정신건강포럼(내년 운영 예정) 등을 통해 정신건강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통합심리지원단을 통해 확진자와 격리자에 대한 맞춤형 심리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서 찾아가는 ‘안심버스’도 기존 1대에서 13대로 확대한다.

또한 취약계층 학생과 실직자, 콜센터 등 감정노동자 등 정신건강 고위험자가 소외받는 일이 없도록 맞춤형 전문상담을 실시하고,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팬데믹은 모두에게 평등한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취약한 이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부담시킨다. 늘어난 정신건강 복지예산과 정부의 장·단기 대책이 코로나19에 위협받는 취약계층의 정신건강을 보호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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