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단일화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안철수자료=빅카인즈
안철수·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안철수자료=빅카인즈

오늘(22일)부터 야권 단일화 후보 여론조사가 시작되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간의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언론 또한 지난주 두 후보가 치열한 논의를 거쳐 단일화에 최종 합의하기까지의 과정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 단일화 합의한 안·오, 같은 듯 다른 보도 흐름

빅카인즈를 통해 지난 15일부터 오늘까지 ‘안철수’, ‘오세훈’, ‘단일화’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를 검색한 결과, 일주일간 총 2712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는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두 후보가 갈등을 겪다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18~19일 각각 426건, 429건으로 가장 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두 후보가 극적으로 여론조사 방식에 합의하며 단일화 협상을 마무리한 21일에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247건의 기사가 보도됐다.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했던 연관 키워드는 두 후보 간 갈등의 핵심이었던 ‘여론조사’였다. 안 후보는 무선전화 100% 방식의 여론조사를 주장했으나, 오 후보는 유선전화 10%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실무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19일 두 후보가 서로의 조건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이 봉합됐고 결국 무선전화 100%에 경쟁력·적합도 조사를 50%씩 합산하는 방식으로 최종 합의됐다. 두 후보가 단일화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서로 양보에 나선 덕분에 ‘양보 경쟁’도 주요 연관키워드 목록에 포함됐다.

 

15~22일 안철수·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협상 관련 기사량 추이. 자료=빅카인즈
15~22일 안철수·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협상 관련 기사량 추이. 자료=빅카인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도 야권 단일화 관련 보도에 자주 등장했다. 김 위원장이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안 후보에 대해 거듭 쓴 소리를 하며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우려를 샀기 때문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협상할 필요가 없다”며 안 후보를 향해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다만 단일화 협상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두 후보가 용단을 내려 단일화에 합의해 감사하다”며 안 후보에 대한 공격을 멈췄다.

한편 두 후보와 관련된 언론보도의 양상은 비슷하면서도 몇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안 후보와 오 후보 모두 관련 기사에는 상대 후보의 이름과 여론조사, 단일화, 경쟁력, 적합도 등 단일화 방식에 관련된 키워드가 주로 등장했다. 하지만 안 후보 관련 기사에는 별다른 네거티브 요소가 발견되지 않았던 반면, 오 후보의 경우 ‘내곡동 땅 투기 의혹’, ‘MB’ 등의 키워드가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오 후보를 ‘리틀 MB’라 부르며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관련 기사에는 오 후보와 달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름이 자주 등장했다. 실제 안 후보는 지난 16일 ‘서울지상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야권의 소중한 자산으로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야권 유권자의 마음을 모으는 거대한 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범야권 대통합의 핵심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자료=빅카인즈
15~22일 안철수(위), 오세훈(아래) 서울시장 후보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보수언론, 단일화 갈등에 야권 비판

이번 야권 단일화 논란에 대한 관심은 매체의 성향과 관계 없이 모두 높았지만, 보수성향 매체에서 비판적인 논조가 두드러졌다. 특히,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직후인 19~20일에는 보수성향 매체들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19일 사설에서 “야권이 LH 사태 등으로 지지율이 오르니 또 착각에 빠졌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단일화 과정을 둘러싼 갈등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두 후보가) ‘아름다운 단일화’도 얘기했다. 하지만 실무 협상이 시작되자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더니 고성까지 오갔다”며 “출마한 후보도 아닌 김 위원장이 안 후보와 연일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실정을 거듭해 온 정권에 대해 야권이 최소한의 견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이런 선거마저 야권이 패하면 정권의 독선과 폭주는 거칠 게 없어질 것”이라며 “이 선거마저 잃으면 두 후보는 물론이고 야당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또한 두 후보가 양보 입장을 밝힌 20일 “양측은 그동안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지만 허언(虛言)에 그쳤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박빙인 것으로 나타나자 조금이라도 자기에게 유리한 단일화 방식을 고집해 온 것”이라며 두 후보의 행태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단일화 자체만으로 야권 승리의 보증수표가 될 수는 없다. 명분 있는 단일화, 비전을 공유하는 단일화라야 한다”며 “LH 사태로 인한 정권심판론 확산이 오히려 범야권의 자중지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자료=민주언론시민연합
자료=민주언론시민연합

◇ 단일화 이슈에 정책·공약 관심은 뒷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단일화 등의 이슈가 장악하면서 정책 경쟁이 실종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향신문은 19일 사설에서 “지금까지 선거는 정책·비전 경쟁보다 여도 야도 단일화 힘겨루기만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정책·비전·민생이 실종된 ‘3무’ 선거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울시민에게 돌아갈 판”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미디어감시연대가 지난 19일 발표한 3월 2주차 선거보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14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보도 239건 중 정책이나 공약을 언급한 것은 겨우 40건(17%)에 불과했다. 앞선 2월 4주차, 3월 1주차에서 36%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정책 보도의 비중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빅카인즈로 야권의 두 후보가 TV토론회를 열고 설전을 벌였던 15일 직후의 기사를 훑어봐도 대부분의 언론이 ‘단일화’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을 뿐 정책·공약과 관련된 키워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윤 전 총장의 사임과 LH 투기 의혹, 안·오 단일화 협상이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의 자리를 지워버리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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