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한국인의 뉴스 신뢰도(위) 및 소셜미디어 사용률 순위(아래) 자료=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는 배경에는 미디어에 대한 깊은 불신이 놓여있다. 실제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드 2020’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겨우 21%에 불과해 전체 조사 대상 40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전통적인 언론 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는 추세에서 소셜미디어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대답한 한국인 응답자의 비율은 2016년 32%에서 2020년 44%로 급증했다. 방송이 71%에서 63%, 신문이 28%에서 18%로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 몇 년 동안 미디어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한 셈이다.

그 중에서도 국내 뉴스 채널 중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은 바로 유튜브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소셜미디어는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앱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같은 SNS 앱이 아닌 유튜브(72%)였다. 특히 뉴스를 접하기 위해 유튜브를 활용했다는 응답은 45%로 사용률이 거의 동일한 카카오톡(27%)보다 훨씬 높았다.

 

한국인들은 다양한 소셜미디어 중 유튜브의 유해성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한국인들은 다양한 소셜미디어 중 유튜브의 유해성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 유튜브 의존 심화, 가짜뉴스 등 폐해 늘어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유튜브에 더욱 의존하게 되면서, 그로 인한 폐해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치료법과 백신 등과 관련해 무수히 많은 가짜뉴스가 유튜브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면서 불필요한 공포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실제 최근 유튜브를 통해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면 치매에 걸린다”거나 “백신에 마이크로칩이 들어있어 접종한 사람은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될 것”이라는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등의 코로나19에 대한 치료효과를 과장하고, 관련 제약회사 주식을 ‘코로나 수혜주’라며 투자를 권유하는 유튜브 채널이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검증이 불가능한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는 1인 미디어가 유튜브를 통해 난립하면서, 유튜브에 대한 신뢰도도 낮아지는 추세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에 따르면 한국은 가장 우려되는 온라인 정보 채널로 ‘유튜브’를 꼽은 비율이 31%였는데, 이는 조사대상 40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유튜브의 위험성을 우려하면서도 의존하는 모순적인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비교. 자료=여성가족부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순위 변화. 자료=여성가족부

◇ 아동에게 더욱 필요한 유튜브 리터러시

유튜브의 심각성은 저연령층에게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아동의 경우 성인에 비해 유튜브 의존도가 더욱 높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시교육청 소속 교육정책연구소가 지난해 광주지역 초등생 4400여명, 중학생 5700여명, 고등학생 3400여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중 휴대전화로 1시간 이상 유튜브·웹툰을 시청한다고 답한 비율은 64.3%였던 반면, 전혀 시청하지 않은 학생은 겨우 6%에 불과했다.

유튜브에 친숙한 만큼 유튜버를 희망 직업으로 꼽는 아동도 많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크리에이터(유튜버·BJ·스트리머 등)는 운동선수(8.8%), 의사(7.6%), 교사(6.5%)에 이어 초등학생이 꼽은 장래희망 4위(6.3%)에 올랐다. 

저연령층일수록 유튜브에 대한 의존도와 선호도가 높다보니 유해 콘텐츠를 접할 위험도 심각하다. 여성가족부가 23일 발표한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 중 “성인용 영상물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년 대비 14.2%p 증가한 33.8%였다. 

최성유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유튜브 같은 영상 매체를 통해 편한 시간에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찾아서 소비하는 경향이 증가했고, 코로나19로 인해 미디어 접촉의 증가로 초등생 영상물 이용 폭을 넓힌 게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교육부
사진=교육부

◇ 국내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 걸음마 단계

유튜브의 위험성이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유튜브를 통해 접하는 콘텐츠에 대한 문해력(리터러시)을 키우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도 점차 강조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유튜브 교육 프로그램 대부분이 비판보다는 제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사교육과 공교육을 막론하고 주제를 정해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이 커리큘럼을 채우고 있는데, 유튜버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취향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 리터러시 수업이 마땅한 성과물을 내놓기 어렵다는 문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부를 중심으로 유튜브 리터러시에 초점을 맞춘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종합계획’을 통해, 유튜브 등이 제공하는 추천서비스의 작동원리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민간 연구기관들도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융합연구원 빅데이터융합연구단 김형진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방법론을 활용한 아동·청소년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과 평가지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은 ▲시작하기 ▲공감하기 ▲개발하기 ▲테스트 ▲수정하기 ▲공유·성찰하기 ▲유튜브 건강하게 사용하기 등 8회로 구성돼있으며, 서울·경기 지역 4개 초등학교에서 시범 운영됐다. 또한 미디어 접근 ·이해·참여 및 윤리적 활용 등 4개 역량으로 구성된 유튜브 리터러시 평가지표도 개발해 교육과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교육과정을 시행한 이후 학생들의 유튜브 리터러시 역량이 평균 3.65에서 4.20으로 모든 영역에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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