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위)과 24일 문재인 대통령 접종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23일(위)과 24일(아래) 문재인 대통령 접종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오는 6월 영국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회의 참석을 준비함과 동시에,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은 당초 취지와 달리 ‘주사기 바꿔치기’ 의혹을 둘러싼 논쟁으로 향하고 있다.

◇ 문 대통령 접종 보도, 국민 불안감 해소 가능성에 집중

빅카인즈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접종’ 소식을 전한 기사들을 검색한 결과, 지난 23일부터 오늘(25일)까지 총 451건이 집계됐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21건이 문 대통령이 접종한 23일 보도됐으며, 24일 145곤, 25일 68건으로 점차 언론의 관심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문제는 접종 당일인 23일과 그 이후의 보도 흐름이 전혀 달라졌다는 점이다. 23일 보도된 기사들은 대부분 문 대통령의 접종 소식을 전하며, 향후 고령층에 대한 접종 추이를 예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날부터 만 65세 이상 국민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되는 만큼, 문 대통령이 접종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것은 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접종을 받은 뒤 “간호사가 주사를 정말 잘 놓아서 전혀 아프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백신 접종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으나 일상으로의 복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접종 속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 또한 대통령의 공개 접종 취지를 설명하는 기사가 많았다. 한국일보는 이날 해당 소식을 전하며 “문 대통령이 보건소를 찾을 때부터 접종을 마칠 때까지의 모든 장면은 국민들에게 공개됐다”며 “백신 접종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미연에 막고 ‘AZ는 문 대통령이 맞은 백신’이라는 점을 알려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매일신문 또한 “국가 지도자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은 이 백신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백신 접종 전반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조치”라며 “백신 불안을 해소하는 데 필요하다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백신 접종 솔선수범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23→24일, '주사기 바꿔치기' 의혹으로 초점 이동

하지만 24일부터는 언론의 관심이 전혀 다른 곳으로 집중됐다. 문 대통령의 백신 접종 녹화 영상을 두고 ‘주사기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영상을 보면 ①간호사가 주사기로 병에서 백신을 추출한 뒤 ②주사기 뚜껑을 닫고 ③가림막 뒤로 이동해 알콜솜을 가지고 나와 ④접종을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백신 추출 뒤 주사기 뚜껑을 다시 닫는 ‘리캡’은 의료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가림막 뒤에서 주사기를 바꿔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심지어 문 대통령에게 백신을 접종한 간호사와 담당 보건소는 “사실을 밝히라”며 다수의 협박 문자와 전화에 시달리기도 했다.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언론도 주사기 바꿔치기 음모론을 집중 보도하기 시작했다. 실제 빅카인즈로 문 대통령 접종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를 조사한 결과, 23일 키워드 목록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김정숙 여사’, ‘G7’ 등의 키워드로 구성됐다. 반면, 24일부터는 ‘주사기’, ‘수사의뢰’, ‘내사착수’ 등의 키워드가 목록 상위에서 발견되기 시작한다. 음모론이 확산되자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경찰 또한 내사에 착수하면서 관련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면. 의료진이 주사기에 씌워진 뚜껑을 뽑고 있다. 사진=JTBC 방송화면 갈무리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면. 의료진이 주사기에 씌워진 뚜껑을 뽑고 있다. 사진=JTBC 방송화면 갈무리

◇ 언론의 팩트체크, "'리캡'만으로 '바꿔치기' 의혹 제기하기 어려워"

한편, 문 대통령 접종 관련 음모론이 확산되며 언론도 팩트체크에 나서기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24일 “문(文) 백신 주사기 바꿔치기? 황당한 논란 부른 3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접종 영상과 관련된 주요 의혹을 검증했다.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종로구에 따르면 보건소 안에 화이자를 넣어둘 초저온 보관시설이 없다”며 “만일 화이자를 맞았다면, 2차 접종 일도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의혹의 핵심인 리캡(주사기 뚜껑을 다시 끼우는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 및 방역당국 의견을 인용해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현장 의료진 선택에 따라 오염 방지를 위해 할 수도 있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JTBC는 해외 주요국 지도자들의 공개 접종 장면을 비교하며 리캡을 이상하게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리캡 없이 백신을 추출하자마자 접종을 받았지만,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은 뚜껑을 닫아놓은 주사기로 접종을 받았다. 뉴욕 1호 접종에서도 백신을 추출한 다음 주사기에 뚜껑을 씌운 뒤, 접종 전 다시 뚜껑을 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JTBC는 “뚜껑을 씌울지 말지는 상황에 따라 의료진이 판단하는 거지 바꿔치기나 특혜 시비를 걸게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백신 주사기를 바꿔쳤다는 허위 정보가 아무 검증 없이 퍼졌고, 현실세계에서 간호사와 보건소를 협박하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4일 브리핑에서 “백신을 주사기에 뽑은 다음 주사기 침이 노출된 상태에서 움직이게 되면 오염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주사기에 찔릴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뚜껑을 닫은 상태에서 오염이나 주사기에 찔릴 위험성을 차단한 채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조금 아마도 의료계에서는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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