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용산참사 발언' 언론사 보도 비중 10% 그쳐
오세훈 '용산참사 발언' 언론사 보도 비중 10% 그쳐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4.0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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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오세훈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오세훈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후보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야 가 서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용산참사 관련 발언으로 여권에 빌미를 내줬다. 

오 후보는 지난달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자신이 서울시장으로 재임 중이었던 지난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를 “과도하고 부주의한 폭력 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 생겼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오 후보는 “재개발 과정에서 그 지역 임차인들이 중심이 돼,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회)이라고 시민단체가 가세해서 매우 폭력적 저항이 있었다”며 “쇠구슬인가 돌멩이인가를 쏘며 저항하고 건물을 점거했는데, 거기에 경찰이 진입하다 생겼던 참사”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 후보는 “아무리 재건축과 재개발이 주택공급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도 진행 과정에서 임차인들의 권익이 최대한 보장되는 형태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이 됐어야 바람직한 행정”이라며 “그렇게 되지 못하고 이렇게 극한 투쟁과 갈등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시장으로서 분명히 책임감을 느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 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렸던 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비록 자신의 책임도 언급했으나 용산참사의 원인을 공권력이 아닌 임차인에게 돌리는 발언이 나오자 여권과 유가족을 중심으로 강력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용산참사는 한 겨울에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을 강제로 쫓아내는 과정에서 일어난 비극”이라며 “오 후보는 당시 재개발 인허가를 총괄했던 서울시장이었습니다. 책임을 느끼고 반성하기는커녕 그런 얘기를 했다니 듣고도 믿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또한 1일 용산참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모독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조차 없이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장 자격이 없다”며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오 후보는 1일 종로노인복지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위를 막론하고 공권력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좀 더 주의하고 신중했다면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책임을 느끼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재차 사과했다. 

 

3월31일~4월2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용산참사' 보다 '내곡동' 관련 키워드의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빅카인즈
3월31일~4월2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용산참사' 보다 '내곡동' 관련 키워드의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빅카인즈

◇ 오세훈 관련 보도, ‘용산’ 보다 ‘내곡동’에 초점

오 후보가 자신의 서울시장 재임기간 발생한 비극에 대해 실언한 것을 국내 언론들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오 후보가 해당 발언을 한 지난달 31일부터 오늘(2일)까지 ‘오세훈’을 키워드로 빅카인즈에서 검색한 결과, 보도된 기사는 총 1223건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용산’을 검색 키워드로 추가하면 기사는 총 144건이다. 검색 범위를 기사제목으로 제한할 경우, ‘오세훈’ 관련 기사는 515건, 그 중 용산 관련 기사는 43건이었다. 오 후보와 관련된 보도 중 용산참사 발언을 다룬 것은 10건 중 1건 정도였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사흘간 오 후보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 순위를 살펴보면 ‘용산참사’는 7위에 불과하다. 오 후보 기사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상대 후보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였으며, 이를 제외하면 ‘거짓말’, ‘여론조사’, ‘내곡동’ 등이 상위권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거짓말’과 ‘내곡동’은 박 후보가 지난달 TV토론회에서 오 후보의 내곡동 투기 의혹을 공격하며 사용한 핵심 키워드다. 언론이 내곡동 투기 의혹과 관련된 여권의 공세에 초점을 맞추면서 용산참사 실언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용산참사 실언 관련 보도를 살펴봐도 여권의 비판을 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빅카인즈에서 ‘오세훈 + 용산’으로 검색한 결과에 따르면, 오 후보의 발언에 포함된 단어를 제외하면 박 후보와 민주당이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 키워드였다. 

 

사진=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 경향·한겨레, “반성 없는 오세훈” 비판

주요 일간지 중 오 후보의 용산참사 발언과 관련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곳은 한겨레와 경향신문 두 곳 뿐이었다. 경향신문은 1일 사설에서 “퇴행적 인권의식으로 비판받은 당시 ‘현병철 인권위’마저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찰의 과잉진압’을 참사 원인으로 지목했다. 검찰과거사위와 경찰의 진상조사도 이 사건을 ‘국가폭력’으로 규정했다”며 “12년 전 재임 중 일어난 비극적 사건에 대해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에 면죄부까지 준 오 후보의 역사 뒤집기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한겨레 또한 이날 사설에서 “용산참사를 초래한 근본적 책임은 용역 폭력을 앞세운 막개발을 방치하고 부추긴 이명박 정부와 서울시에 있다”며 “오 후보의 발언은 식당, 호프집, 옷가게, 만화방, 당구장 등을 하던 영세 임차인들의 저항을 경찰 진압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참사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의 책임까지 지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다시 도심 재건축 규제를 풀고 대규모 민간 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며 “시민사회단체들은 오 후보가 용산참사의 비극으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오 후보가 용산참사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일보는 2일 “오세훈 ‘용산 참사’ 발언... 망언과 오해 사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전체 발언을 재조명했다. 한국일보는 오 후보의 발언에 대해 “발언 맥락을 보면 민주당이 문제 삼고 있는 임차인들에 대한 책임도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면서도 “다만 오 후보는 임차인의 권익을 보장하지 못한 당시 상황에 대해 잘못도 인정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과도한 폭력행위 진압을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오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는 “당시 정부와 수사기관 입장에서 제기된 시각만 담았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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