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후 진통제, 보건당국은 왜 타이레놀 권할까
백신 접종 후 진통제, 보건당국은 왜 타이레놀 권할까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4.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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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준 아세트아미노펜 650mg 서방정 약국 공급 상위 10개 제품 목록. 자료=대한약사회
2019년 기준 아세트아미노펜 650mg 서방정 약국 공급 상위 10개 제품 목록. 자료=대한약사회

정부가 ‘백신 휴가’를 권고할 정도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찾아오는 발열, 근육통 등 이상반응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통증이 심한 경우 진통제를 복용해도 되는지, 복용한다면 어떤 약을 골라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뉴스로드>는 국내외 보건당국 및 국제기구 지침을 비교해 백신 접종 후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안전한 선택은 무엇일지 알아봤다.

◇ 보건당국이 권고한 진통제는 ‘OK’

우선 우리 보건당국이 권고한 진통제는 ‘타이레놀’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달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예방접종을 하고 근육통, 발열 등 이상반응이 있는 경우, 우선 타이레놀 등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진통제를 복용해 주시고, 증상이 심한 경우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꼭 타이레놀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손 반장이 언급한 대로 타이레놀과 같은 성분, 즉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하는 진통제는 모두 복용이 가능하다. 실제 국내에는 타이레놀 외에도 다양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진통제가 판매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굳이 보건당국이 특정 상표를 언급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대한약사회는 6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 써스펜이알, 부광 타세놀이알, 종근당 펜잘이알 등 타이레놀과 동일 성분‧함량‧제형의 의약품으로 국내 제약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약들이 시중에 다양하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히 타이레놀을 적시하여 정부가 나서 특정 회사 제품을 광고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건당국이 ‘타이레놀’을 언급하자 일부 약국에서 품귀 현상이 발생한 데다, 동일한 성분과 효능의 다른 제품을 권해도 불안해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의 의도는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생소한 성분명보다 타이레놀이라는 친숙한 제품명을 사용해 접종 후 진통제 사용방법을 안내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조은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후관리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워낙 이 해열제의 상품명(타이레놀)이 일반인과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익숙해서 한두 차례 언급을 드렸다”며 “향후 저희가 의약품을 제시할 때 반드시 성분명을 제시해서 일단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한약사회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 이모세 본부장은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한 의약품 중에는 일반 정제와 서방정 크게 두 가지가 있다”며, “서방정은 복용 시 8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체온변화 등에 대처하기 힘든 야간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권했다. 약사회는 자료를 통해 아세트아미노펜 650mg 서방정 중 국내 약국 공급 상위 10개 제품 목록도 함께 공개했다.

 

자료=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미국 보건당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통증이 발생하면, 의료진과의 상담 후 아세트아미노펜 및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를 복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자료=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 국가마다 지침 다른 이유

그렇다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이 아닌 진통제는 어떨까? 진통제는 크게 아세트아미노펜 계열과 이부프로펜 계열로 나뉘는데, 아세트아미노펜은 항염증 작용이 없는 해열 진통제인 반면, 이부프로펜은 염증 발생을 억제해주는 소염진통제다. 이 때문에 이부프로펜은 나프록센 등과 함께 비스테로이드계 항염증제(NSAIDs)로 분류되며,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부루펜, 애드빌 등이 있다.

일부 국가의 보건당국에서는 접종 후 통증이 발생하면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 모두 복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백신 접종 후 불편함이나 통증이 느껴지면 의사와의 상담 후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아스피린, 항히스타민제 등을 복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호주 보건당국 또한 “백신 접종 후 두통, 발열, 근육통 등이 있는 경우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를 복용하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접종 후 관리 지침을 내놨다. 다만 미국과 호주 모두 백신을 접종하기 전 통증 예방을 위해 미리 진통제를 복용하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한국 보건당국은 이부프로펜 복용을 권하지 않고 있다. 조은희 반장 또한 6일 브리핑에서 “항염증·항소염제가 들어있지 않은 해열진통제를 권유하고 있다”고 명확하게 설명했다. 

이는 이부프로펜이 가진 소염작용 때문에 항체 형성이 억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초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될 경우 이부프로펜 등 NSAIDs를 복용하지 말라고 권고해 일부 국가에서 타이레놀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부프로펜이 면역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의구심은 이미 일부 연구결과를 통해 부분적으로 입증되기도 했다. 최근 예일대학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바이러스학회지(Journal of Virolog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간의 폐 세포와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NSAID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이토카인 폭풍’을 완화시키지만, 중화항체 형성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체내에서 진행된 실험은 아닌 만큼 아직 이부프로펜이 항체 형성을 방해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체외 실험에서 단서가 드러난 만큼 주의할 필요성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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