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보도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보도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이변은 없었다. 7일 치러진 재·보궐선거는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언론도 일방적으로 끝나 버린 선거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7.5%를 득표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39.18%)를 18.32%p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62.67%)가 김영춘 민주당 후보(34.32%)를 두 배 가까이 앞서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 선거 보도, 핵심 키워드는 '강남'

선거가 시작된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보궐선거’, ‘재보선’ 관련 기사를 빅카인즈에서 검색한 결과 무려 1935건의 기사가 검색돼 언론의 높은 취재 열기를 실감케 했다. 

이 중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된 352건을 추려 핵심 키워드를 분석했다. 특이한 점은 일반적으로 선거 관련 기사에서는 주요 후보의 소속 당명이 높은 빈도로 검색되는데, 국민의힘은 주요 연관키워드 순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전체 보궐선거 관련 기사로 분석 범위를 넓혀도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높은 빈도로 등장한다. 언론이 이번 선거를 ‘야권의 승리’보다 ‘여권의 패배’로 보도하는 경향이 강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명과 선관위, 투표·득표율 등의 키워드를 제외하면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기사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키워드는 ‘강남’이었다. 강남·서초·송파구는 이번 선거에서 각각 61.1%, 64%, 61%의 투표율을 기록해 나란히 1~3위를 기록했다. 오세훈 당선인의 득표율도 송파구(63.9%)를 제외하면 모두 70%를 넘겼다. 전통적인 여권 강세 지역인 구로, 금천, 관악구 등의 투표율이 전체 투표율(58.2%)을 넘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 중인 방송인 김어준씨의 이름도 서울시장 선거 관련 기사에 높은 빈도로 등장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벌어졌던 오세훈 당선인과 김씨 사이의 신경전에 언론의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오 당선인은 지난달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TBS를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며 “김어준씨가 계속 (뉴스공장을) 진행해도 좋다. 다만 교통정보를 제공하시라”고 말한 바 있다. 

오 시장의 지적에 김씨는 7일 개표방송 중 “만약 2번 후보가 당선되면 우리 프로그램 색깔도, 코너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뉴스공장이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 결과가 확정된 오늘 방송에서는 “TBS는 독립재단”이라며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길 바라는 분들도 많지만 그게 어렵다”고 말했다. 

‘재건축’, ‘재개발’ 등의 키워드도 다수의 기사에서 거론됐다. 이번 선거에서 부동산 문제가 핵심 이슈였던 만큼, 오세훈 당선인뿐만 아니라 박영선 후보도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7일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표심에 반영됐다며 이번 선거가 “서울 부동산정책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겨레는 8일 “오 당선자가 자신의 공약대로 민간 주도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비롯한 각종 규제 완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주도 개발을 내세운 정부의 ‘2·4 주택공급 대책’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 다수 언론 "야당 승리보다 여당 심판" 해석

국내 매체들은 성향을 막론하고 이번 선거 결과를 ‘야당에 대한 지지’보다는 ‘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해석했다. 야당의 선전보다는 여당의 실책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경향신문은 7일 사설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치른 선거에서 4년 만에 첫 패배의 굴레를 썼다. 민심이 ‘정권 심판’을 선택한 것”이라며 “여당으로선 애당초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폭력 문제로 자초한 선거에서 ‘실정의 압축판’이라 할 부동산 문제가 직격탄이 됐다”고 여당 패배의 원인을 짚었다.

경향신문은 이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위에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박주민 의원의 내로남불식 임대차계약까지 얹어지면서 ‘촛불정부’를 자임한 집권세력의 신뢰와 공정성이 뿌리째 흔들린 것”이라며 “여권은 ‘내 눈의 들보’부터 보는 환골탈태 없이는 1년 앞의 대선도 적색등이 켜졌다는 걸 명심하고, 민심 이반의 최대 축이 된 부동산 적폐 청산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는 8일 사설에서 “총선 후 1년 만에 180도 뒤집어진 민심은 민주당의 문제가 쌓였던 탓”이라며 ▲소속 지자체장의 성비위로 열린 보궐선거에 당헌·당규를 개정하면서 후보를 낸 것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주민 의원의 내로남불 전셋값 인상 ▲부동산 정책 문제 등으로 인해 표심이 떠났다고 진단했다.

한국일보는 “이런 오만과 위선은, 따진다면 조국 사태 이후 쌓여온 것”이라며 이번 선거 패배가 “취약계층,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체성을 잃고 기득권 정당이 되어가는 민주당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일부 매체는 야당에게 선거 결과를 두고 자만하지 말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8일 사설에서 “국민은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문 정권을 심판한 것”이라며 “국민은 지금 야당에 믿고 맡길 수권 능력이 있느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때 북한 김정은 못지않았다는 야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이번 선거로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야당 내에선 선거 승리를 틈 타 노쇠한 당, 영남당으로 되돌아가 개인 사욕을 채우려는 시도가 속출할 것”이라며 “야당이 이번 승리에 취해 청년층이 혐오하는 모습으로 원점 회귀하면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신문 또한 이날 사설에서 “지금 국민의힘은 승리에 도취할 때가 아니다”라며 “유권자들은 아직 국민의힘이 미덥지 않지만, 거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탓에 야당에 힘을 실어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국민의힘이 안보를 빙자한 색깔론과 해묵은 지역감정에 기대는 낡은 정치로 언제든 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유권자들에게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제 야당이 할 일은 어두운 과거와 절연하고 혁신을 통해 오롯이 스스로의 힘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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