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남양유업
13일 서울 중림동 LW컨벤션에서 열린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는 모습.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이 발효유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등의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지난 13일 서울 중림동 LW컨벤션에서 열린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발효유 완제품이 인플루엔자,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한국의과학연구원, 충남대학교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과 공동 진행한 이번 실험은 미국의 바이러스 성능 평가를 위한 테스트 표준인 ‘Modified ASTM E1052-11’(플라크 분석) 방법을 사용했다.

박 소장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의 실험실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또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억제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가 알려지자 남양유업 주가도 함께 폭등하기 시작했다. 12일 35만원이었던 주가는 13일 38만원으로 8.57% 상승했고, 14일 오전 한때 48만9000원까지 급등했다. 14일 오후 4시 현재는 전일 대비 5.13% 하락한 36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 동물세포 실험으로 인체 효과는 검증 안돼

남양유업의 발표가 논란이 되면서 일반인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궁금해서 불가리스를 사보려고 했는데, 동네 수퍼에 가니 이미 어르신들이 다 사가고 없었다”, “불가리스 납품 중인데 이전보다 주문이 많이 늘고 있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알 수 없다. 남양유업이 공개한 실험 결과는 인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 실험에서 인플루엔자는 개의 신장세포, 코로나19는 원숭이 폐세포를 숙주세포로 사용했다. 동물의 세포를 사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한 뒤 불가리스를 부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바이러스가 얼마나 사멸했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살아있는 실험용 동물에 직접 투여한 것도 아닌 ‘분리된 동물세포’에 불가리스를 직접 붓는 방식의 실험결과를 두고, 사람이 불가리스를 마셔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추정하는 것은 무리다. 인체실험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자칫 큰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도 해당 실험에 대해 선을 그었다. 질병관리청 손상예방관리과는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해당 연구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재차 강조했다.

 

자료=남양유업
자료=남양유업

◇ 발효식품, 코로나19 억제효과 있을까?

해외에서도 발효유, 또는 발효식품의 코로나19 예방·치료효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직접적인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단계다.

지난해 라즈 젤리넥 네게브 벤구리온 대학 교수는 요구르트와 유사한 발포성 발효유 ‘케피어’(Kefir)가 코로나19 환자의 ‘사이토카인 폭풍’(과잉 면역반응)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통해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감염 후 나타나는 이상반응을 완화시킨다는 것이지 실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국제학술지 ‘푸드 리서치 인터내셔널’(Food Research International)에도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닌 영양학적 처방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과거 연구결과를 정리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일 뿐, 실제 실험을 통해 입증된 주장은 아니다. 

발효식품인 김치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을 완화시킨다는 주장도 나왔었지만, 이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양배추를 많이 먹는 국가의 코로나19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연구결과를 잘못 인용한 보도가 퍼지면서 이 같은 오해가 발생한 것. 실제 연구책임자인 장 부스케 프랑스 몽펠리에대 폐의학과 명예교수는 지난해 7월 MBC와의 인터뷰에서 “(김치와 코로나19 사망률 간의) 인과 관계는 확신할 수 없다. 인과 관계 연구는 상관관계 연구와 다른 이야기”라며 “이번 연구는 유럽에 국한돼 있고, 앞으로 3년은 더 연구해야 인과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명확하게 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남양유업의 '셀프 발표'는 제재 대상?

한편, 실험결과 발표 직후의 열기가 잦아들고 냉정한 눈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남양유업을 향한 의구심 또한 커지고 있다. 우선 이번 심포지움은 남양유업으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렸다. 연구결과를 발표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 소장 또한 남양유업에서 33년간 근무해온 인사로,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에 미등기임원(상무)으로 기록돼있다.

남양유업이 배포한 심포지움 자료 마지막 부분에는 “이번 연구 성과는 기존 제약과 의학계 중심의 백신, 치료제 개발이라는 통념적인 영역을 벗어나, 안전성이 확보된 식품 완제품에서 항바이러스 및 면역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것”이라며 “발효유는 생명공학의 결정체로 새로운 식품 발전 방향의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면서, 발효유의 잠재적 가치에 대한 발견과 함께 세부 작용기작에 대한 과학적 입증을 앞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는 긍정적인 내용만 적혀있다.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식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에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현행법은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시키지 않기 위해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등을 사용해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를 부정거래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다만 남양유업 주가가 공시가 아닌 학술행사로 인해 오른 것이기 때문에 제재가 적용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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