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과 관련된 기사량 추이 및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과 관련된 기사량 추이 및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사면’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그 대상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세 사람 모두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최근 논의가 진행되는 양상은 사뭇 다르다. 특히 보수성향 매체에서 이 부회장과 두 전직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 박근혜·이명박 사면론 두고 야당 내부 갈등

이 부회장 사면론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재계의 요청 때문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4일 이 부회장 사면을 정부에 요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16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직접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 

홍 부총리는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경총의 사면 건의를)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밝혔으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토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자 경총,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5개 경제단체는 22일 이 부회장 사면을 정부에 공식 건의하겠다며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빅카인즈에서 ‘이재용’과 ‘사면’을 검색하면 관련 기사는 손 부회장의 발언이 있었던 14일 처음 등장한다. 이후 23일까지 총 209건의 기사가 보도됐으며, 국회 대정부질문이 있었던 19일과 경제 5단체가 사면론을 다시 꺼낸 22일 각각 40건, 41건의 기사가 집중 보도됐다.

반면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은 야당으로부터 나왔다. 선거 직후인 8일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처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냈으며, 17일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의 업보로 될 두 전직 대통령도 이젠 사면하시고  마지막으로 늦었지만 화해와 화합의 국정을 펼치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홍 부총리에게 전직 대통령 사면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파장이 커진 것은 4·7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21일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직접 사면을 건의하면서부터다. 빅카인즈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면 이달 총 396건이 보도된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 중 63%에 해당하는 248건 21~22일 이틀간 집중됐다. 오·박 두 시장의 사면 건의 이후 그에 대한 여당의 반발과 야당 내부의 논쟁이 터져 나오면서 정치면이 관련 소식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론 관련 기사량 추이 및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론 관련 기사량 추이 및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보수매체, 이재용 사면 지지, 朴·李사면엔 침묵

특이한 점은, 보수성향 매체들이 이 부회장과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접근하는 방식이 상당히 대비된다는 점이다. 보수 매체 및 경제지들은 이 부회장 사면을 지지하는 사설을 내보낸 반면,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거나 시기상조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중도·진보성향 매체가 대통령 사면에 비판적인 기사와 사설을 내보내는 동안, 보수성향 매체는 단순 사실보도에 치중했다. 경향신문은 22일 “사면의 늪에 빠진 국민의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민의힘이 두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박근혜씨에 대한 ‘사면론’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당내에서는 재·보선 압승 후 과거 회귀로 비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고 야당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겨레 또한 “사면 ‘군불’ 때고, 탄핵 불복론까지…국민의힘 과거회귀 조짐”이라는 기사에서 “지난해 총선 참패를 불러온 ‘강경 보수’ 이미지를 소환하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며 “원조 친박계 의원이 공개적으로 탄핵에 불복하는 발언을 한 게 당의 미래를 고려한 건지 아쉬운 마음이 크다”는 초선 의원의 발언을 인용했다.

반면 보수성향 매체에서는 전직 대통령 사면론과 관련된 사설을 찾아볼 수 없다. 동아일보만이 23일 “당장은 지지층의 반발 등으로 정치적 손실을 입더라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면 결단을 해야 한다”며 “국민공감대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문 대통령이 설득과 소통을 통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사에서도 사실관계를 조명하거나 오히려 비판적인 입장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선일보는 22일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하며 사면 건의는 “전술적 실패”라고 지적한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발언을 소개했다.

중앙일보 또한 “‘탄핵 잘못’, ‘도로 한국당’ 국민의힘 또 ‘탄핵의 강’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탄핵 문제는 당 밖에선 여당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당내에선 내홍을 부르는 국민의힘의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이라며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 중앙일보, '이재용 백신 특사론' 경제지 '반도체 역할론'

반면 이재용 부회장 사면론과 관련해서는 보수성향 매체의 목소리가 좀 더 분명해지는 경향이 보인다. 특히 중앙일보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중앙일보는 22일 “세계 반도체 전쟁 속 삼성 총수 부재가 아쉽다”는 사설을 내고 “수십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결정과 미·중 사이에서 대응책을 찾는 일은 이 부회장의 몫”이라며 “경제 5단체장이 나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정부에 공식 건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귀담아 듣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22일 “이재용 ‘백신 특사론’… 반도체 지렛대로 백신 확보해야”라는 기사에서도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며 “백신 수급이 절박해지자, 정·재계에선 그동안 글로벌 인맥을 배경으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백신 특사’를 맡겨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고(故) 이건희 회장이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것처럼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손경식 경총 회장의 발언을 전하며, 이 부회장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과 돈독한 관계를 쌓아왔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매일경제 “세계는 반도체 전쟁, 이재용 사면 머뭇거릴 이유 없다”, 헤럴드경제 “세계는 반도체전쟁, 이재용 사면 건의 긍정 검토해야”, 파이낸셜뉴스 “이재용 사면, 국익 차원에서 접근하길” 등 경제매체를 중심으로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위)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자료=알앤써치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위)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자료=알앤써치

◇ 국민 여론, 전직 대통령 사면은 '반대' 이재용 사면은 '찬성'

언론이 전직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면론에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두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상반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론은 대부분 반대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온 반면,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팽팽하거나 오히려 우호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

실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19~20일 진행한 4월 3주차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는 8·15 광복절에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0.2%, 찬성한다는 응답은 44.8%로 집계됐다. 지난 1월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하 실시한 조사에서도 찬성 47.7%, 반대 48%로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반면, 이 부회장의 경우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이 대체로 높은 편이다. 알앤서치 조사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에 찬성하는 응답은 70%로 집계돼 반대(26%) 의견을 큰 격차로 앞질렀다. 

지난 1월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판결(징역 2년6개월 실형)에 대해 ‘과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46%로 가장 많았다. 이는 ‘가볍다’(24.9%)와 ‘적당하다’(21.7%)는 의견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치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알앤써치, 리얼미터 및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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